윤석열 장모 최은순도 '도이치 주범' 권오수에 계좌 넘겼다

2022년 09월 30일 13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에게 계좌를 맡기고 공인인증서까지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도이치모터스의 CFO, 즉 최고재무책임자인 염 모 씨의 법정 증언으로 확인됐다. 

“도이치 그거는 회장님이 했었잖아” “어 그럼”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그 모친 최은순 씨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보도됐다.
먼저 뉴스타파는 지난 2020년 9월 19일, 최 씨가 지인과 통화한 내용을 보도했다. 최 씨는 같은 해 2월 지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인 : 그러니까 그때 도이치 그거는 회장님이 했었잖아.
최은순 : 어 그럼... 그거는 벌써 2천 몇 년인가 뭐...
지인 : 그래서 나는 '왜 회장님이 한 건데 왜 따님이 한 걸로 나오지?' 속으로 그랬다니까.
최은순 : 응 그러니까
지인 : 아이 참, 아이고, 그래요, 회장님 알겠어요

윤석열 장모 최 씨와 지인 사이의 통화 녹취 중
뉴스타파는 당시 최은순 씨가 지인의 BMW 차량이 고장나자 “내가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했고 권오수 회장과도 잘 아는 사이니 가서 내 이름을 대고 고치라”고 권했다는 최 씨 지인의 증언도 함께 보도했다. 
최 씨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연관에 대한 두 번째 보도는 지난해 6월 21일에 있었다. 당시 CBS 노컷뉴스는 “최 씨와 도이치모터스 등기이사였던 A씨가 2010년 9월부터 2011년 초까지 수십 차례 동일한 IP에서 주식 계좌에 접속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올해 2월, 뉴스타파는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를 분석해 최은순 씨의 이름이 수십 차례 등장하며, 김건희와 최은순 모녀간의 통정 거래도 범죄일람표상에 나온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은순과 도이치모터스 임원, 동일 IP에서 246차례 거래

지난 6월 24일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 도이치모터스의 CFO, 즉 최고재무책임자였던 염 모 씨의 증인 신문이 있었다. 검사는 염 씨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도이치모터스 임원 염 씨와 최은순 씨 계좌가 동일 IP에서 거래를 한 장소는 서울 논현동의 한 오피스텔이었다. 이 오피스텔에는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 1대와 노트북 컴퓨터 1대가 갖추어져 있었고, 염 씨와 권오수 회장 두 사람만이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임대보증금과 월세, 장비 구입비 등은 도이치모터스 황 모 부회장이 두창섬유라는 회사의 계좌를 통해 염 씨에게 보내줬다. 두창섬유는 권오수 회장이 도이치모터스를 설립하기 전부터 운영하던 대구의 섬유회사다. 
검찰에 따르면, 2010년 9월 1일부터 2011년 3월 30일 사이에 36일의 거래 일자에서 최은순 씨와 염 씨의 계좌가 동일 IP를 통해 접속한 것으로 나왔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모바일 거래를 할 때 경유한 것으로 보이는 IP 한 개를 포함해 총 다섯 개의 IP가 있었고 이 동일 IP들을 경유한 거래 건수는 246건이었다.
두 사람의 계좌가 동일 IP를 경유한 246차례 거래 가운데 몇 건이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관련된 거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최 씨의 해당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2억 5천만 원 어치 가량 매수한 것으로 나온다. 범죄 일람표에 나온 최 씨의 다른 계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3억 8천 7백만 원어치 매수한 것으로 적시되어 있다.  
최은순 씨의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외에도 '인스프리트' 등 모두 12종목을 매매했는데, 이는 염 씨가 매매한 거래 종목과 상당수 겹친다. 이에 대해 염 씨는 ‘대부분 권오수 회장이 추천한 종목’이라고 증언했다. 그러자 검사는 이 종목들은 2차 주가조작세력인 B인베스트 이 모 대표가 거래한 종목과도 겹친다며 이 대표가 추천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즉, 도이치모터스를 제외한 다른 종목을 보더라도 최은순 씨 계좌와 2차 작전 세력간의 연관이 확인되는 것이다. 

“최은순 계좌는 권오수가 직접 관리”

도이치모터스 임원 염 씨는 검찰조사에서, 최은순 씨 명의의 미래에셋대우 계좌는 권오수 회장이 직접 관리하던 계좌라고 말했다. 문제의 논현동 오피스텔에 권오수가 드나들면서 직접 최은순 씨 계좌로 주식 거래를 했고, 염 씨도 같은 장소에서 주식 거래를 했기 때문에 동일한 IP의 거래가 나왔다는 것이다. 염 씨는 권오수 회장이 최 씨의 공인 인증서를 USB에 담아 관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판에서 권오수 회장 측은 오피스텔에서 주식 거래를 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권오수 회장이 실제로 오피스텔에서 거래를 했든 안했든, 최은순 씨의 계좌를 권오수 회장이 직접 관리한 것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모두 인정한 사실이다. 권오수 회장의 변호인도 오피스텔에서 거래를 하지 않았을 뿐 최은순 씨의 계좌를 관리한 사실은 인정했기 때문이다.  
염 씨는 권오수의 지시로 최은순 씨 계좌 거래를 대신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경우 구체적인 가격과 수량은 권오수 회장이 정해줬다고 했다. 염 씨는 최은순 씨의 공인인증서가 깔려있는 오피스텔 PC를 이용해 거래를 하기도 했고, 심지어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최은순 씨 계좌의 거래를 하기도 했다. 염 씨는 “기술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권오수 회장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뭔가를 설치해줘서 휴대전화로도 최은순 씨 계좌에 접속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같은 날 증인신문에서 염 씨와 증권사 직원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하나 공개했다. 검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2010년 11월 2일, 염 씨는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임원 염 씨가 PC나 휴대전화 뿐 아니라 최은순 계좌의 관리인으로서 증권사에 전화 주문도 넣었음을 입증하는 녹취록이다. 그런데 염 씨는 최은순 씨와 직접 만나거나 연락을 한 적이 없으며 누구의 어머니인지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염 씨를 최은순 씨 계좌의 대리인으로 지정한 것과 최 씨 계좌의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은 모두 권오수 회장이라는 것이다. 
다만 권오수 회장이 수익을 내달라는 최은순 씨의 부탁을 받아 계좌를 관리해준 것인지, 아니면 최은순 씨가 빌려준 계좌를 권오수 회장이 자신의 차명 계좌로 활용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염 씨는 검찰 조사에서 “권오수 회장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타인 계좌를 관리할 시간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최은순의 계좌는 권오수의 차명 계좌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됐든, 최은순 씨와 권오수 회장이 계좌를 맡아 관리해주거나 계좌를 빌려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으며, 권오수 회장이 주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최 씨가 연루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 계좌 사이의 통정매매

이날 증인 신문에서는 최은순 씨 및 염 씨 계좌와 김건희 여사 계좌 사이의 이상 거래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2010년 11월 3일, 염 씨 계좌는 1시 14분 14초에 25,007주를 매도하는 주문을 냈고, 같은 IP를 경유한 최은순 씨 계좌는 11초 뒤인 오후 1시 14분 25초에 62,319주를 매도하는 주문을 냈다. 매도 호가는 똑같이 3,550원이었다. 그런데 당시 다른 사람들이 제시한 매수 호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은 3,520원에 불과했다. 제시된 매수 가격보다 30원, 호가상으로 6단계나 높은 가격에 주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32초 뒤인 1시 14분 57초, 김건희 여사의 계좌에서는 9만 주를 매수하는 주문을 넣었다. 매수 호가는 정확히 3,550원이었다. 그 결과 염 씨와 최 씨 계좌에서 내놓은 매도 물량 87,326주를 모두 김건희 계좌가 매수하게 됐다. 거래가 체결되면서 주가는 3,550원으로 뛰었다. 검찰은 이 거래를 서로 짜고 치는 거래, 즉 통정 거래로 보고 범죄일람표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염 씨는 “내 계좌는 내가 거래한 것이 맞지만 최은순의 계좌는 권오수 회장이 거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권오수 회장이 자신에게 “최은순 계좌 주식 매각할 건데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보기에 자신도 따라서 팔았을 뿐 통정매매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은순 씨와 염 씨의 계좌에서 높은 가격에 매도를 내놓은 물량을 어떻게 32초만에 김건희 여사의 계좌에서, 그것도 정확하게 같은 가격에 받았을까. 가능성은 세 가지다. 첫째는 권오수 회장이 최 씨의 계좌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의 계좌도 직접 관리했을 가능성, 둘째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권오수 회장이 아닌 다른 세력들이 관리하면서 상호 연락해 거래 시간과 가격을 맞췄을 가능성, 마지막은 그저 기막힌 우연일 가능성이다.    

범죄일람표 1번 등장한 도이치 임원은 기소 유예… 284번 나온 김건희 여사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도이치모터스 임원이었던 염 씨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처분의 형평성 문제다. 
염 씨는 논현동 오피스텔에서 최 씨의 계좌로 거래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주가조작 작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임원으로 일하던 도이치모터스의 회장 권오수가 주가조작 작전을 벌이는 것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염 씨 계좌로 이루어진 거래 중에는 위에서 언급한 2010년 11월 3일의 거래 딱 1건만이 범죄 일람표에 통정거래로 나온다. 
염 씨의 혐의와 김건희 여사의 혐의를 비교해보자. 김건희 여사는 염 씨와 달리 주가조작 작전 기간 동안 수백 차례의 거래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고 팔았다. 범죄일람표에는 김건희 여사 계좌로 이루어진 거래가 284건이나 나온다. 그 가운데 적어도 51건은 뉴스타파가 녹취록을 보도한 대로,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가 있었던 2010년 1월 12일, 김 여사 스스로 거래한 것이다. 이 외에도 김건희 여사는 자신의 계좌를 1차와 2차 작전 시기 모두에 걸쳐 주가조작세력에게 맡겼다. 액수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1차 작전 세력과도 돈 거래가 있었고, 2차 작전 세력과는 15억 원의 돈 거래를 했다. 
검찰은 염 씨에게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가담 정도나 반성 여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인정해 기소를 하지 않는 처분’이다. 즉 검찰은 염 씨의 범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반면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제작진
촬영정형민 김기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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