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 두 아들 계좌로 49억 받았다가 돌려줬다

2023년 01월 06일 10시 00분

기사 요약

① 김만배가 일하던 머니투데이 회장 홍선근, ‘50억 클럽’ 중 유일한 언론계 인물  
② 2019년 김만배가 홍선근에게 무이자로 빌려줬다 돌려받은 50억 원만 수사한 경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적용
③ 검찰 수사기록에는 2021년 6월경 김만배가 홍선근의 두 아들에게 회사돈 49억 원 송금한 내역 존재 
④ 이후 대장동 특혜 기사 나오고 검찰 수사 시작되자, 홍선근 측이 49억 급히 되갚은 정황도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핵심 의혹은 두 가지다. 우선 대장동 업자들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에 뇌물과 정치자금을 주는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다. 다른 하나는 대장동 업자들이 이권을 챙길 수 있도록 수사 무마 등 도움을 준 의혹을 받는 이른바 ‘50억 클럽’의 존재다. ‘정진상·김용 뇌물 및 정치자금 수수’ 규명과 함께 ‘50억 클럽’의 실체 확인은 대장동 수사의 양대 축이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50억 클럽’으로 거론한 고위 법조인은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지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의원 등이다. 이 중 재판을 받는 건 곽상도가 유일하다. ‘50억 클럽’ 중 법조인이 아닌 사람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다. 김만배는 화천대유 회장으로 대장동 사업을 벌이면서 동시에 머니투데이에서 부국장급 기자로 재직했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3월 24일 녹음). 김만배가 정영학에게 50억 클럽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이들에게 지급할 돈의 총액을 계산하고 있다. 

‘50억 클럽’ 중 유일한 언론계 인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지금까지 알려진 홍선근 회장과 김만배 간 ‘수상한 돈거래’는 2019년 10월쯤, 홍 회장이 김만배로부터 50억 원을 빌렸다가 두 달 뒤 갚은 것이다. 지난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수사를 맡았다. 조사 결과, 홍 회장은 두 달 치 이자를 주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의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김만배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천화동인 1호에서 7차례에 걸쳐 총 473억 원을 빌렸다. 김만배가 약정한 이자율은 연 4.6%였다. 홍 회장에게 50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준 2019년 10월은 이 시기 안에 포함된다. 
자신이 대주주인 화천대유가 지배하는 천화동인 1호에서 굳이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린 후, 이를 다시 홍 회장에게 빌려준 것이다. 약정 이자율이 얼마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김만배가 자신이 빌릴 때와 같은 이율인 연 4.6% 적용하면, 홍 회장이 김만배에게 갚아야 할 두 달 치 이자는 약 3,8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경찰은 홍선근 회장이 차용증을 쓰고 무이자로 빌렸다 갚은 것으로 봤다. 뇌물죄라고는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5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홍 회장을 검찰에 넘겼다.
그런데 김만배와 홍선근의 ‘수상한 돈거래’는 더 있었다. 경찰의 ‘부실 수사’ 또는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다.

김만배, 2021년 대장동 사건 터지기 3달 전에  홍선근 두 아들에게 49억 원 보냈다 

 뉴스타파가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를 살펴본 결과, 김만배는 2021년 6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홍선근의 두 아들 계좌로 천화동인 1호의 자금 49억 원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만배는 2021년 10월 11일, 첫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날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총 105쪽인데, 여기에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 등장한다. 검사는 김만배가 천화동인 1호에서 49억  원을 빼내 홍선근의 두 아들에게 보낸 사실을 확인하고 묻는다. 
□ 검사: 홍○○(홍선근 자녀1) 및 홍○○(홍선근 자녀2)은 2021. 6.24경부터 2021.8.30경까지 총 2회에 걸쳐 합계 49억 원을 천화동인1호로부터 대여받았고, 2021.7.27경 10억 원 및 2021.9.24경 30억 원이 모두 상환되었는데, 피의자(김만배)가 모두 그에 대한 연대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조건 내지 확인서를 첨부하였습니다. 그러한 대여 경위는 어떠한가요?
■ 김만배: 제가 2021년 초경 이 사건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직 의사를 밝힌 관계로 사실상 거의 사직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2021.6경 무렵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님으로부터 자식들이 사업을 하는데, 그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담보도 제공하겠다고 하였는데, 제가 모시는 회장님인 관계로 그냥 제가 부담하겠다고 하였고, 최종적으로 49억 원을 빌려주었으며 곧 상환받았습니다.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 67쪽 
▲검찰의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 67쪽. 검사는 김만배가 2021년 6월부터 홍선근의 두 아들에게 회삿돈 49억 원을 보낸 사실, 김만배가 연대보증을 책임진 사실을 파악하고 경위를 물었다. 김만배는 자신이 모시는 홍선근이 "자식들이 사업을 하는데, 그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답했다.  
2019년엔 김만배가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먼저 회삿돈을 빌린 뒤, 50억 원을 홍선근에게 개인적으로 빌려줬다. 그런데 이날 피의자신문조서를 종합하면, 김만배는 홍선근의 두 아들이 천화동인 1호에서 49억 원을 빌릴 수 있게 해줬다. 홍선근의 두 자녀는 아무런 담보 없이 빌렸다. 오히려 김만배가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으로 나섰던 사실이 확인된다. 49억 원 대출의 부담을 스스로 떠안은 것이다.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외에 ‘50억 클럽’에 대한 김만배의 ‘지급 약속’이 실행된 정황이 처음 포착됐다. 
이날 조사에서 김만배는 홍선근에게 2020년 초, 성남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사는 이렇게 묻는다. 홍선근이 피의자(김만배)를 양해하여 준 관계로 홍선근에게 대가로 49억 원을 홍선근의 자녀에게 돌려주었다가, 문제가 될 것 같아 상환받은 것이 아닌가요? 
김만배가 머니투데이 기자로 재직하며 화천대유 사업을 해온 것을 양해해 준 대가로 홍선근의 자녀에게 49억 원을 줬다가 이후 문제가 될 것 같자 돌려받은 게 아니냐는 추궁이었다. 김만배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홍선근 두 자녀에게 빌려준 시점, 박영수·곽상도 자녀에게 특혜분양·50억 전달한 시기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50억 원을 받은 때가 2021년 3월이다. 2019년부터 매년 3월 천화동인 1~7호에 사업 배당금이 지급됐다.
이로부터 석 달 뒤인 2021년 6월, 화천대유가 갖고 있던 미계약분 아파트 한 채가 ‘50억 클럽’ 멤버인 박영수 전 특검 딸의 소유로 넘어갔다. 2018년에 약 7억 원에 분양된 아파트다. 그런데 소유권이 넘어간 2021년 6월에 아파트 시세는 14억 원에 달했다. 3년 새 7억 원이 올랐지만, 박영수 딸은 2018년 최초 분양가로 아파트를 넘겨 받았다.
이렇게 곽상도·박영수의 자녀에게 각각 돈과 아파트가 제공될 무렵, 또 다른 ‘50억 클럽’인 홍선근의 두 자녀에게도 거액의 대여금이 건네졌다.
홍선근의 두 아들이 돈을 되갚은 시점도 수상쩍다. 대장동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건 2021년 8월이다. 다음 달인 9월부터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홍선근의 두 자녀가 김만배에게 돈을 갚은 시점은 2021년 7월 27일 19억 원, 9월 24일 30억 원이다. 두 아들의 사업자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빌렸지만 대장동 사건이 언론에 불거지기 직전에 일부 갚고, 검찰이 수사를 착수하자 나머지도 갚은 것이다.  
당시 검사는 곽상도와 홍선근의 자녀들에게 돈이 건네진 것을 비교하며, 김만배가 정영학에게 말한 50억 클럽이 “허위나 과장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묻는다. 김만배는 “둘 다 성격이 다른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김만배는 첫 검찰 조사부터 지금까지 ‘50억 클럽’은 자신이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검찰의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 95쪽. 검사가 곽상도와 홍선근의 자녀들에게 돈이 건네진 것을 예로 들면서 김만배가 정영학에게 말한 50억 클럽이 허위 내지 과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묻고 있다. 김만배는 약속 그룹 및 50억 클럽은 자신이 지어낸 말이라고 주장해왔다. 
거기까지였다. 검사는 더 캐묻지 않았다. 검찰 압수수색에서 김만배가 홍선근 자녀의 대출에 연대보증을 선다는, 어찌 보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듯한 문건까지 확보됐지만 검찰은 홍선근 두 자녀의 49억 원 대출에 대해 더 조사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아예 이 부분을 빼고 수사했다. 경찰이 김만배와 홍선근의 수상한 돈거래를 뇌물이 아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축소한 의혹이 짙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맡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을 구속하고 재판에 넘긴 그 수사팀이다.
뉴스타파는 머니투데이 측에 홍선근 회장의 두 자녀가 김만배로부터 49억 원을 빌렸다가 갚은 경위를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김만배는 ‘50억 클럽’은 자신이 지어낸 말이라고 주장하고, 검찰은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구실로 ‘50억 클럽’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50억 클럽’ 유착은 ‘유동규·정진상·김용 뇌물’ 수수와 함께 대장동 비리의 핵심 축이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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