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해외자원 개발에 수조 원 날린 이들이 당당한 이유

2015년 02월 27일 21시 35분

지난 24일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최 부총리는 야당 위원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도리어 훈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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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만난 적 없다는 그의 거짓말은 금새 들통났다. 짧은 만남이었고,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 날의 만남은 석유공사를 빚더미에 오르게 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를 망설였던 석유공사가 전격적으로 투자를 강행하기로 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강 전 사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최 부총리를 만나 투자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사의 정유 판매부문 회사인 ‘날’을 비싸게 샀다가 헐값에 매각해 1조700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조특위에서 기관 보고를 하다 야당 위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윤 장관이 자원외교로 발생한 손실을 감추려 자료를 조작했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위증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윤 장관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12월 ‘해외자원개발 현황 및 주요 쟁점’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에는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총 회수율이 114.8%로 참여정부 때보다 12.1%포인트가 높다는 분석결과가 담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자원외교를 자화자찬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윤 장관은 자원 공기업들의 내부 회계 기준과 맞지 않는 ‘총 회수율’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결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에 제출한 자료엔 200억 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돼 있던 한 사업이 산업부 보고서에는 회수 추정액이 4조 원대로 200배나 부풀려졌다. 가스공사가 흑자는 커녕 3000여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했던 다른 사업은 2조 원의 이익을 내는 고수익 사업으로 둔갑했다.

이처럼 MB정부 기간동안 가스공사가 추진한 13개 해외사업 가운데 당초 적자가 우려됐던 7개 사업이 흑자로 바뀌는 등 회수 추정액이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10조원 가까이 뻥튀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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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의원은 “가스공사뿐아니라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도 현 정부 관료들의 입맛에 맞게 부실을 감췄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자원외교의 실패를 책임져야할 이명박 대통령과 전 현 정부 고위 관료들이 거짓말을 하며 버티는 이유”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어떤 부당한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까지도 발뺌해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대통령은 장관에게, 장관은 일개 공기업 사장에게 책임 떠넘기는 상황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MB 정부의 자원외교로 공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내몰렸고, 수조 원의 국부 손실이 드러났지만 법적 책임을 진 사람은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뉴스타파가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실과 함께 자원 공기업 3사의 징계 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외자원 개발 실패와 관련된 징계 대상자는 모두 25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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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4명을 제외하고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감봉이 2명, 근신 및 견책 3명, 경고 1명, 주의 10명을 받았고, 나머지 5명은 시효가 지났다며 징계가 아닌 단순한 인사자료 통보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들 징계 대상자들의 업무상 과실은 경징계를 받을 만큼 작지 않다.

석유공사의 김모 과장은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업무를 담당하면서 경제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누락하거나 고의로 조작했고, 결과적으로 공사가 1조7000억 원의 손실을 입는 단초를 제공했다. 감사원은 정직 이상 중징계를 하도록 통보했으나 석유공사는 고작 감봉 1개월을 내렸다. 김 과장은 현재 사장 비서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좌천되기는 커녕 영전된 것이다.

또 같은 회사 장모 과장은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사업의 광구 면적을 부풀리는 등 회사측에 3000억원의 손실을 입혔지만 주의를 받는데 그쳤다. 가스공사 박 모 팀장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해 100억 원대의 손실을 끼쳤지만 오히려 2급에서 1급 처장으로 승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공로로 훈장이나 포장을 받은 인사는 모두 117명. 해외자원개발 부실 사례로 꼽히는 사업을 주도한 인사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대통령 표창과 금탑산업훈장을 잇따라 받았다. 2012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신유진 당시 석유공사 전담반장은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던 인물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끼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오히려 정부 시책에 잘 따랐다며 훈장을 주고 승진시키는 잘못된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자원외교의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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