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 자체 지침 ‘전문’ 확인… 부실한 지침으론 세금 오남용 못 막아
2024년 09월 02일 16시 00분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정부가 민간 기업에 빌려줬다 떼인 국민의 세금이 14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보다 7배나 증가한 수치다.
자원외교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성공불융자’ 방식으로 기업에 빌려줬던 원리금마저 대규모로 탕감해줬기 때문이다.
‘성공불융자’란 정부로부터 융자를 받은 기업이 자원개발에 성공하면 원리금을 상환하되, 실패하면 갚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씩 빚을 감면 받은 기업들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LG상사, 삼성물산 등 대부분 재벌 그룹 계열사다.
뉴스타파가 석유개발 융자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서류 미비로 심의가 보류된 한 건을 제외하고는 기업들이 신청한 30건의 감면 신청이 모두 원안 통과됐다.
SK이노베이션과 석유공사는 한 차례 질의와 답변으로 476만 달러, 우리 돈으로 50억 원 대의 융자원리금을 모두 탕감받았다.
석유공사는 성공불융자로 정부로부터 받은 돈 중 쓰다 남은 8억원을 10년 가까이 공사 명의 계좌에 보관, 부적절한 이자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감면심사 과정에서 그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이익단체인 해외자원개발협회와 회원사들이 융자심의위원회의 과반을 차지, 실질적으로 융자 및 감면심사를 좌지우지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해자협은 에너지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 법무·회계법인, 펀드운용사 등 71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자원외교를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려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동안 해외 유전개발에 국민 세금 1조1400억 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 돈은 성공불 융자제도를 통해 각 기업들에게 지원됐습니다. 재원은 유류세로 조성된 에너지 특별회계.
해외 자원개발을 명목으로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기업들에게 무담보, 무보증으로 돈을 빌려주지만, 기업은 자원개발에 실패해도 융자금을 변제할 의무가 없습니다.
갚지 않아도 되는 빚.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성공불융자를 로또라고 부릅니다.
[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
“해외자본 개발, 성공불융자를 로또라고 부릅니다. 이건 받아가지고 잘 안되면 안 갚으니까요. 그 돈 가지고 융자받은 기업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겁니다. CEO가 일등석 비행기타고 돌아다니고, 세상에 실패하면 안 갚아도 된다는 게, 그런 융자제도가 어디 있습니까.”
sk이노베이션이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성공불융자로 받은 돈은 2억3200만달러. 우리돈으로 2500억원이 넘습니다. LG상사와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현대하이스코 등 국내 재벌기업들이 주로 성공불 융자를 받았습니다.
[SK이노베이션 홍보실 관계자]
(성공불융자가 없이는 자원 개발하기가 어려운가요?)
“그것을 저희가 정해서 한 게 아니잖아요. 융자금이나 이런 것들이. 정부에서 하는 자원사업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이라던가 그런게 돼 있고 정부에서 어쨌든 장려 권장하는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에 맞춰서 진행하는 거잖아요.”
[GS칼텍스 홍보실 관계자]
“유전개발 사업에 대해서 기업 이익으로 보시면 안됩니다. 국가 에너지 안보 문제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조18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2900억원이 넘는 돈을 주주들에게 배당했습니다. gs칼텍스는 2011년 1조2300억원의 당기순이익에 490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융자 심사는 해외자원개발협회가 맡았습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2008년 관련 업무를 이 단체에 위탁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해자협이 공신력을 갖춘, 책임 있는 기관이냐는 겁니다.
해외자원개발협회는 에너지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 법무·회계법인, 펀드운용사 등 71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서로의 이권이 맞물려 있는 회사들의 이익단체에 불과합니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해외자원개발협회로 심사 권한이 넘어가면서 심사과정이 불투명해진 게 있고요. SK나 대우 같은 경우에는 그 안에서 굉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영향력을 가진 집단들이 직접 신사를 맡게 되면서 사실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구조로 성공불융자 제도를 끌어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이익단체가 좌지우지 한다는 사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처음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홍석우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협회가 단순히 행정적인 절차만 맡는 것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사실과 달랐습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15명의 융자심의회 위원 중 과반수인 8명이 협회 회원사 인물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행정적인 절차만 맡는다던 해자협 상무도 버젓이 심의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협회는 정부로부터 운영비 3억8000만원을 받으면서 회원사들과 함께 실질적으로 융자심의회를 쥐락펴락 했던 것입니다.
해자협은 성공불융자 원리금 감면제도도 부활시켰습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0원이었던 감면액이 2011년 1000만달러를 넘더니 지난해에는 1억달러로 폭증했습니다. 해자협이 탕감해준 원리금은 우리 돈으로 1400억원이 넘습니다.
[해외자원개발협회 관계자]
“실패한 사업의 경우에 그걸 감면해줍니다. 그렇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니까. 융자 원리금 상환(규정)에 명확하게 나와 있고요.”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전략과장]
(감면건수와 감면금액이 갈수록 증가한 이유는 뭐죠?)
“감면 관련해 법적 요건이 맞으니까 절차에 따라 진행을 한 거겠죠.”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왜 감면이 한 건도 없었습니까?)
“그 당시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 때 감면 신청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는 거고...”
하지만 뉴스타파가 회의록을 입수해 자세히 따져보니 이상한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서류미비로 심의가 보류된 한 건을 제외하곤, 기업들이 신청한 30건의 감면 신청이 모두 원안 가결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석유공사는 한차례 질의와 답변으로 476만 달러, 우리돈으로 50억원 대의 융자원리금을 모두 탕감받았습니다.
석유공사는 성공불융자로 받은 돈 중 쓰다 남은 8억원을 즉각 국고로 반환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년 가까이 공사 명의 통장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아 챙겼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14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감면해주면서, 관련 심사가 마치 짜고 치는 화투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유는 뭘까.
감면심사 때 회계와 법률 검토를 맡은 곳은 모두 협회 회원사들입니다. 이들 법무 회계법인들은 연간 500만원의 회비를 내고, 준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건당 2000만에서 2500만원의 심사비를 받습니다.
협회 회원사들이 융자 뿐 아니라 감면 심사까지 도맡아 거액의 원리금을 탕감해 준 행태는 민간 심의위원조차 불편해할 정돕니다.
[자신 사퇴한 융자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작년 8월에 감면문제가 자꾸 나오고, 감면이 너무 ㅁ낳고 이러니까 너무 힘들고 그리고 또 기획재정부에서 감면을 100% 해주면 안된다 그렇게 이야기 하다 안돼서 결국 그만하게 됐죠.”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해외 자원개발 은 불가피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성공불 융자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재벌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제 배를 불리지 않도록, 엄정한 지원 대상 선정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 활일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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