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없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의원 때 가족 건물 앞 정비 요구

2022년 11월 04일 17시 00분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을 부인했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과거 용산구 의원 시절 가족 소유 부동산과 관련된 이해충돌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 안전에 소홀했던 박 구청장의 공직자 자질에 의심이 제기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핼러윈 데이 가장 붐비는 곳에 부동산 보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M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습니다.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할로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다시말해, 핼러윈 데이 축제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해서 자신과 용산구청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이었다. 이 인터뷰가 보도된 뒤 거센 질타를 받자 박 구청장은 그제서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 (출처 : MBC)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가 난 핼러윈 시기 가장 인파가 많은 거리 부근에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이태원 '퀴논길'이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건너편에 있는데, 지난 2016년 용산구와 베트남 퀴논시가 자매결연을 맺으며 탄생했다. 바로 이 퀴논길 옆에 박희영 구청장은 남편 명의의 땅과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땅은 현재 도로로 쓰이고 있고, 건물은 3층짜리 다가구 주택이다. 박 구청장의 자택으로도 알려져 있다. 
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을 통해 확인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가족 소유 부동산. 모두 남편 심 모 씨 명의로 되어 있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도로는 박 구청장의 남편 심 모 씨가 2010년 사들였다. 건물도 같은 해에 샀는데, 친척으로 추정되는 김 모 씨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특히 건물은 이태원 중심가 중 하나인 퀴논길과 도보로 30초 거리이고, 이태원역도 걸어서 3분이면 갈 수 있어서 개발 여지가 많고 비싸게 되팔 수도 있는 부동산이다. 취재 결과, 박 구청장의 남편과 김 모 씨는 2010년 이 건물을 12억 5000만 원에 샀는데, 현재 시세는 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희영, 구의원 시절 가족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성 발언' 

박 구청장은 가족이 부동산을 매입하고 4년 뒤인 2014년 7대 용산구의원에 당선되며 정치를 시작했다. 2016년 초 용산구는 이태원 관광특구 개발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러 사업을 시작했다. 퀴논길 조성 사업도 그 중 하나였다. 퀴논길과 인접한 박 구청장 가족 부동산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당시 용산구의원이었던 박 구청장은 퀴논길 사업에 대해 유독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16년 3월 17일 용산구의회 본회의에서 박 구청장은 퀴논길 사업에 대해 질의한다. 지도를 하나 화면에 띄우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태원로와 녹사평대로 그리고 보광로 주변 지도입니다. 그 지도에 빨간 줄이 대로이고요. 옆으로 파란 줄이 사잇길들, 골목길들입니다. 현재 우리 구는 이태원로 26길 일대에 해외 자매결연 도시인 퀴논거리 및 정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의원 시절 발언, 2017.3.10)
이후 박 구청장은 이 파란 줄로 표시된 골목길을 보수·정비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태원로 대로변과 퀴논거리, 앤틱가구거리 사이에 있는 골목길들은 상당히 노후화되어 있거나 주변 환경이 굉장히 지저분합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이루어지는 사업인 만큼 주변 골목길 정비도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파란 줄로 표시된 곳에는 박희영 구청장 가족 소유 건물이도 있었다. 공직자가 자기 부동산이 있는 곳을 세금을 써 개발·정비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명백한 이해충돌성 발언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2016년 구의원 시절 용산구의회 본회의장에서 띄운 지도. 박 구청장은 파란 줄로 표시된 길들을 정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 길에는 박 구청장 가족 소유 부동산이 있었다. 
박 구청장은 이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자 다음 해인 2017년 다시 도로 정비를 요구했다. 
지난해 정비하지 못한 베트남 퀴논길 아래 지역들 사잇길도 환경정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태원로 대로변과 퀴논길 사이의 사잇길들은 지난해에 구청장께서 신경을 쓰셔서 정비해 주셨지만, 그 아래 지역 사잇길들은 같은 관광특구 지역 내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비하지 못해 지역주민들께서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십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의원 시절 발언, 2017.3.10)
3일 후 회의에서 성장현 당시 용산구청장이 "여러 도로를 포함해 정비할 계획이 있었지만, 일부 구간은 주민 반대 여론에 부딪혀 못했다"고 하자 박 구청장은 자신이 직접 구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베트남 퀴논거리와 이 아래 사잇길, 정비하지 못한 아래 사잇길에 대해서 주민들의 어떤 반대가 있었는지? 제가 구의원으로서 반성도 합니다만, 지역구 의원으로서, 혹시 그 부분에 대한 민원이 있다면 부서에서는 저한테 좀 주시기 바랍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의원 시절 발언, 2017.3.13)

'참사 책임 회피' 이어 이해충돌까지... 공직자 자질 의문 

뉴스타파가 박 구청장이 구의원으로 있었던 7대 용산구의회의 회의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 퀴논길·퀴논거리를 가장 많이 언급한 구의원은 박희영 구청장이었다. 박희영 구청장은 모두 7번의 용산구의회 회의에서 퀴논길·퀴논거리를 언급하며 사업 상황을 확인했다. 당시 고진숙 구의원이 6번의 회의에서 퀴논길을 언급했지만, 대부분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묻는 수준이었다. 퀴논길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느 거리나 골목을 정비·개발해달라고 요구한 건 박 구청장이 유일했다. 
박희영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열린 용산구 대책회의에 불참했다. 참사 1~2시간 전 이태원 한복판을 지나며 인파가 과도하게 많다는 것을 인지했으면서 이를 서울시에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이나 소방당국 등에도 연락하지 않았다. 공직자라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공적 라인을 통한 보고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자신이 과거 정책특보로 수행하던 권영세 현 통일부장관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 계속 신경쓰고 있겠다"라고 글을 올리는 황당한 행태를 보였다. 
뉴스타파는 박희영 구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일 동안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고 문자를 보냈지만, 박 구청장은 한 번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현재 박 구청장은 "언제든 전화를 달라"며 용산구청 웹사이트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다. 
11월 4일 현재 용산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박희영 구청장의 전화번호. 뉴스타파는 이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박 구청장은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오준식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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