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안보실 국정감사에서 2023년에 불거진 미국의 도청 의혹에 대해 "미국이 도청을 했을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2023년 4월 미국의 기밀문건 유출로 국가안보실 도청 논란이 불거진 지 1년 6개월이 지나 처음으로 미국의 도청 가능성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김 차장은 "(도청했다고 적시한 문건의) 내용이 틀리며, 아직 (미국에서) 나온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의 도청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도청 여부는 여전히 확인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2023년 4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대화가 도청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밀문건이 미국에서 온라인 공간에 유출되었다. 사건 이후 한국의 대통령실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문건 유출 용의자를 검거한 뒤 '고의적인 국방 관련 정보 보유 및 전송 혐의'로 기소했으며, 그가 유출한 문건들이 실제 국방 관련 기밀임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되었다'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대화를 상세하게 기술한 기밀 문건. 이 문건이 일급비밀(TS:Top Secret)이며 도감청을 통해 얻은 정보 중 매우 민감하고 보안수준이 높은(SI-Gamma) 정보라고 표기돼 있다.
윤건영 "미국 법원은 조작된 게 없다는데, 무엇이 조작됐다는 거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정부는 도청 내용이 상당 부분 조작되었다고 했지만, 미국 법원에서는 조작된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무엇이 조작되었다는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조작 여부를 말한 것이 아니고, 정보의 내용이 틀리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즉, 문건 자체는 위조가 아닐 수 있지만, 문건에 나오는 정보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지난 해 4월 11일 대통령실은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이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되었다'는 견해에 일치했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김 차장도 같은 날 언론에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미국에 어떤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전달)할 게 없다.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번 국감에서의 답변은 지난해 정보가 조작되었다는 대통령실의 공식 발표나 자신의 발언과는 다르다.
1년 6개월 째 미국 입만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
김태효 차장은 "미국이 도청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미국에서 나온 게 없다"고 덧붙여, 도청 여부는 미국의 답변을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한국 도청 의혹이 확산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소통하겠다”고 밝혔는데 (한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2023.4.27),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 법무부, 문건을 진본으로 간주하고 기소... 11월 12일 선고 예정
그러나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사건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은 이미 끝났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기밀 문서 유출 용의자 잭 테셰이라를 '고의적인 국방 관련 정보 보유 및 전송 혐의'로 기소했다. 윤석열 정부 주장대로라면 문건에 위조나 변조 혐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러한 혐의가 없다. 문건 유출 용의자도 해당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미국 정부가 고의로 자국의 기밀 문건에 '한국을 도청해 얻은 정보'라고 명시할 이유가 없으므로, 미국의 도청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기밀 문서 유출 용의자 잭 테셰이라에 대한 미국 법원의 선고는 11월 12일에 예정되어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선 윤석열 정부는 당당한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 기존의 굴종적인 대미 외교 자세를 벗고 할말은 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익을 위한 길이다. 미국의 도청 사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정 여부는 별건으로 하더라도, 미국에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기본이다. 그 다음에는 무리한 용산 이전에 따른 보안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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