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직전 기상청 접속 급증?

2015년 03월 2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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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5주기를 이틀 앞둔 24일 조선일보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북의 천안함 폭침 직전, 기상청 접속 갑자기 급증이란 제목의 기사입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실린 접속자 추이 그래프
▲조선일보 기사에 실린 접속자 추이 그래프 [사진1]

‘기상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으로 시작되는 이 기사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 직전 기상청 웹사이트 접속자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으며 3월 한 달 동안 1137만 명이 접속해 전달에 비해 68%가 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 접속자의 인터넷 주소가 대부분 중남미.아프리카였다면서 전직 정보 당국자의 말을 빌어 ‘북 정찰총국 요원들이 백령도 일대 조류를 파악해 폭침 디데이를 정하기 위해 접속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맞다면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했다는 정황증거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신뢰할 만한 것일까요?

1.기상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

기상청에 확인했습니다. 기상청 대변인실은 기상청이 국회에 제출한 관련자료는 2013년

11월25일에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자료가 아닌 것입니다. 바로 이 자료 [사진2] 입니다.

기상청이 홍문종 의원실에 2013년 제출한 자료
▲기상청이 홍문종 의원실에 2013년 제출한 자료 [사진 2]

기상청은 월별 자료만 제출했을 뿐 일별 자료는 어디에도 제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2.조선일보 기자는 어디서 일별 접속 자료를 얻었을까?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에게 확인했더니 홍문종 의원실로부터 2013년 말 또는 2014년 초쯤 자료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홍문종 의원실은 현재는 해당 기자를 알지 못하지만 인원 교체가 있었기 때문에 당시 근무했던 보좌관이 자료를 건넸을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홍문종 의원은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장(당시는 국토교통위 소속)이고 해당 기자는 현재 정치부 소속 외교부 출입기자입니다.

3.접속자 아이피 국적은 어떻게 알았을까?

기상청은 접속자 아이피의 국적데이터는 6개월 동안만 보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 정보보안 기본지침 제45조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위의 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당시인 2013년에는 2010년 웹사이트 접속자의 국적에 대한 정보를 파기하고 남아있지 않아 홍문종 의원실에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 사건 당시의 국적에 대한 정보를 다른 어느 곳에 제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가 어떻게 접속자 아이피(IP) 정보를 얻었는지 ‘기상청 입장에서도 이상하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조선일보 기자는 홍문종 의원이 정보 관계자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았고 이 정보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홍문종 의원실 직원들은 이 조선일보 기자와 일면식도 없다고 합니다. 물론 출입기자도 아닙니다.

4.의미있는 데이터일까?

소스가 불확실하다 하더라도 정말 천안함 사건 직전에 기상청 접속이 급증했다면 여러가지 상황을 충분히 의심해 볼만 합니다. (기사 내용대로 북한 정찰총국 요원이 접속해서 그랬다면 말입니다. 여기서 하루 10만에서 20만 명의 접속자가 늘었다는 기사 내용 대로라면 정찰총국 요원 100명이 하루에 1천회에서 2천회씩 기상청 웹사이트에 접속했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 식의 이야기는 일단 접겠습니다.)

아래 [사진3]에서 기상청 자료를 다시 보겠습니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천안함 사건 당시 접속자 자료입니다.

기상청이 2013년 홍문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기상청이 2013년 홍문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사진 3]

3월에 급증한 것은 맞습니다.

전달보다 68%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만 급증한 것이 아닙니다. 위 [사진 3]에서 파란색 표시한 부분을 보십시오.

해당연월접속자수(천 명)전달 대비 증가폭
2007년 3월6,22796%
2008년 3월5,59650%
2009년 7월16,57967%
2012년 7월15,057120%
2013년 7월18,832105%

여름 휴가철에 접속자가 몰리는 7월을 제외하더라도 2007년과 2008년 3월에도 접속자가 전달에 비해 폭증했습니다. 이 때도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접속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6개월밖에 보관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결국 이 기사에서 남는 것은 ‘전직 정보 당국자’의 말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누군지 알 수가 없고, 기자도 밝히지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여러가지 부분에서 의문이 남는 이 기사가 천안함 사건 5주기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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