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의 한반도, 김정은의 '파병 베팅'은 무엇을 노리나
2024년 11월 20일 18시 45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지 4년 반이 지났지만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 여론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에 참여했던 미국조사단 단장격인 토마스 에클스 미해군 제독의 이메일 등 자료가 최근 미국에서 공개됐다.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것은 안수명 박사, 그는 수십년 동안 미국 국방부의 수주를 받아 군사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안텍이라는 방위산업체를 설립한 그는 여러 건의 대잠수함전 관련 계약을 수주했다. 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잠수함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무려 3천만 달러짜리 계약이다. 취재진은 이 외에도 여러 건의 잠수함 관련 계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잠수함의 공격이라는 합조단의 발표가 있은 뒤 안수명 박사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어떤 잠수함이 천안함을 어떻게 공격해 침몰시켰는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안 박사는 당시 조건에서 북한의 잠수정이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침몰시켰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계속 설명해왔다.
안 박사는 지난 2011 년 미해군을 상대로 천안함 조사활동에 참여한 미국측 기록을 공개하라고 청구했고 3년 여에 걸친 소송 끝에 결국 1400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공개 받았다.
공개된 문서는 천안함 사건 미국측 조사팀장인 토마스 에클스 해군 제독의 이메일과 그가 작성한 설명자료 등이다. 에클스는 미국 해군의 수석 엔지니어로서 천안함 조사에서 침몰 원인(수중폭발)과 폭발량(TNT 200~300kg) 등을 도출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에클스 제독의 이메일에서 그동안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던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0년 5월,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침몰됐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중간발표가 나온 뒤 러시아 조사단이 한국에 들어와 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2010년 7월 <한겨레신문>은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 요약본을 입수했다면서 그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자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보고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보도된 문서가 ‘정체불명의 문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미국측 천안함사건 조사단장인 토마스 에클스 준장의 이메일에서 이 ‘러시아 보고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7월 2일 카트라이트 미국 합동참보본부 차장은 에클스 제독과 미 해군의 정보 파트 책임자 사무엘 콕스 소장에게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를 기술적으로 평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에클스 제독은 러시아 보고서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을 써 보냈다. 그 이메일을 통해 추정해보면 당시 러시아의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참고 : 러시아 보고서에 대한 에클스 제독의 반박이 담긴 이메일 내용(이미지)
이런 내용은 당시 보도된 러시아 보고서 요약본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 참고기사 : 한겨레 입수 보고서 전문
미군 측은 러시아의 보고서가 엉터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러시아 보고서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했다.
미 해군 관계자(Sturdevant, Gregg)는 에클스 제독에게 한국 측에 러시아 보고서에 관해 이야기해줬는지 물었다. 에클스는 아니라고 답하고 ‘알려줄까’ 묻는데 NSC에서 논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답한다.
이어 7월 6일에는 한국이 러시아의 보고서를 입수한 것 같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주한미군 관계자와 주고 받는다. 한국정부가 보고서를 결국 미국으로부터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경로로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국의 국가적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입수하고도 최우방국인 미국은 즉각 문서를 보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상정된 결의안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러시아의 보고서가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러시아의 보고서는 발표되지 않았고, 유엔 안보리는 천안함 사태를 규탄하면서도 북한을 공격자로 지목하지 않는 형식의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도날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2010년 8월 말 뉴욕타임즈에 쓴 기고문에서 믿을 만한 정보원의 말이라며 ‘러시아가 한국과 미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론 러시아는 보고서를 자국의 국익을 위해 활용했을 것이다. 또한 확실한 것은 한국 정부가 러시아 정부의 조사보고서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정체불명의 문서’라고 부정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최종 보고서에서도 완전히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못했던 ‘기뢰설’을 수장시킴으로써 1번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합조단 조사결과를 지키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