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장동 초기업자 정재창, '유동규 전달' 적힌 돈뭉치 담은 23초 영상으로 150억 뜯어
② 검찰 증거기록에 유동규 뇌물 준비 동영상, 30억 더 내놓으란 정재창 육성도 포함
③ 박영수 인척 이기성도 협박으로 150억 챙겼지만, 돈의 최종 목적지는 수사 안 해
뉴스타파가 확보한 40,330쪽 분량의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 중에는 대장동 업자들 간의 '협박과 공갈' 정황이 담긴 기록물도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대장동 초기 업자인 정재창이 김만배, 정영학, 남욱에게 보낸 '돈뭉치' 사진이다.
2014년 6월까지만 해도 대장동 사업 지분은 남욱, 정영학 정재창이 각각 1/3씩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인허가 로비스트로 고용된 김만배가 각종 검찰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이유로 업자들 사이에 실세가 됐다. 이후 김만배는 정재창을 사업에서 빼고, 남욱과 정영학의 몫도 일부 빼앗아 총 49%의 지분을 거머쥔다. 그러나 정재창은 끝까지 대장동을 맴돌았다. 그가 찍은 영상과 사진은 훗날 대장동 판을 흔드는 '기폭제'가 된다.
2013년에 정재창이 찍은 23초 동영상, 8년 뒤 150억 짜리 됐다
2015년 3월, 대장동 업자들은 민관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정재창은 이때부터 옛 동업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압박 수단은 뉴스타파가 지난 17일 공개한 유동규-남욱 통화 녹음파일과 오늘 공개하는 '돈뭉치 사진(23초 영상의 캡처본)'이다.
돈뭉치 영상이 찍힌 경위는 이렇다. 2013년 4월 16일, 남욱과 정영학, 정채창 등 원년 3인방이 모처에서 만났다. 이날 밤 세 사람은 남욱이 유동규에게 건네기로 한 현금 9천만 원을 갹출해 모았다. 정채장은 책상 위에 돈뭉치를 놓고 23초 분량의 동영상을 찍었다.
2019년, 김만배는 이 영상을 지우는 대가로 정재창에게 70억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협박에 합의금은 150억 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검찰 수사보고서(12쪽, 2021.10.14.) 검찰은 2013년 4월 16일에 남욱, 정재창, 정영학이 돈 세탁을 거친 현금을 마련하고 동영상을 남겼다고 적었다.
'유동규 전달' 종이에 쓰고, 돈뭉치 앞에서 단체사진...정영학이 보관하다 검찰에 제출
원년 3인방은 이날 '유동규 전달'이라 쓰인 종이를 돈뭉치 앞에 놓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남욱은 휴대전화가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사진을 저장해 식겁했었다'고 말하며, 정영학과 남욱은 '하하', '하하하하'라고 웃는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말했던 정영학은 이날 영상과 사진을 몰래 보관해왔다. 8년 뒤 2021년 10월 검찰에 스스로 제출했고, 유동규 뇌물을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
▲검찰 수사보고서(11쪽, 2021.10.14.)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2013년 4월 16일자 '정영학 녹취록'을 첨부했다. 정영학이 녹취록 본문에 자필로 <동영상>이라고 적었다. 돈뭉치 동영상은 정영학이 보관하다 2021년 10월에 검찰에 제출했다.
120억 원 받은 정재창, 30억 더 달라고 정영학에게 협박성 전화
김만배는 정재창의 입을 막는 대가로 150억 원을 제시했다. 본인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정영학에게 90억, 남욱에게 60억 원을 부담시켰다. 정영학과 남욱은 정재창에게 각각 60억 원을 보냈다. 정영학은 김만배가 검찰 인맥으로 자신을 해코지할까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325쪽 '정영학 녹취록'의 마지막 내용은 정영학과 정재창의 통화 녹음이다. 여기서 정재창은 정영학에게 아직 못 받은 30억 원을 달라고 독촉한다. 8년 전 돈뭉치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살아도 같이 살고, 돈독해야 된다고" 강조했던 그는 "형, 꼴랑 돈 30억 때문에 그러지 마"라며 정영학을 비난한다.
이날 통화 후 정영학은 김만배, 남욱, 정재창 등에 대한 형사 고소를 결심한다. 고소의 증거 자료로 쓰기 위해 민간 속기사를 고용해 '정영학 녹취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업자 간의 탐욕이 부른 협박과 공갈이 결국, 검찰 수사의 결정적 증거가 된 '정영학 녹취록'을 만들게 한 셈이다.
▲ 정영학 녹취록(2021.4.27. 녹음) 정재창이 정영학에게 전화를 걸어서 30억 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통화 후에 정영학은 형사 고소를 결심하고 '정영학 녹취록'을 만들기 시작한다.
박영수 인척도 150억 챙겼는데 최종 목적지는 오리무중...정재창 녹음파일 공개
'협박과 공갈'로 거액을 챙긴 업자는 또 있다. 대장동 아파트 분양을 독점한 이기성이다. 그는 박영수 전 특검의 외사촌으로 알려졌다. 이기성은 2014년 남욱이 호반건설과 짜고 42억 원대 불법 비자금을 만들 때, 20억 원을 제공한 인물이다. 이기성은 2020년 4월쯤, 불법 비자금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조우형(대장동 자금책)에게 보냈다.
김만배는 이기성에게 150억 원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검찰 증거기록을 살펴본 결과, 김만배는 이기성에게 추가로 수십억 원을 더 보냈다. 대여금이나 투자금 명목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기성이 받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최종 목적지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50억클럽'의 실체 규명은 결국 돈의 흐름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데, 자금 추적을 충실히 하지 않은 것이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일확천금' 뒤에 숨겨진 업자들의 탐욕과 민낯을 담은 '정영학-정재창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