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부정선거 확인하려고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점검 했을까?
2024년 12월 20일 17시 25분
뉴스타파 ‘국회개혁’ 프로젝트 <국회 세금도둑 추적 2020 Ⅲ> ① 국회의원 '발간비' 허위·과다 청구...혈세 낭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부터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개혁’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국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한 끝에 뉴스타파는 그동안 숨겨져 왔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증빙 자료, 정책연구용역 결과보고서, 정책자료집 원문 등을 공개받아 이를 검증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조성된 국회예산입니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듯이 상당수 국회의원이 표절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보고서 등을 만들어 혈세를 낭비했습니다. 세금을 허투루 쓰는 국회의원에게는 ‘국가 예산을 편성하고 감시할 자격이 있냐’고 묻고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뉴스타파가 입법 및 정책개발비의 문재점을 3년 넘게 파고 드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른 유형의 세금 오남용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첫번째는 ‘발간비’입니다. 의원들이 만든 정책 자료집을 인쇄해 책자로 만드는 데 쓰는 비용입니다. 그런데 이 발간비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발간비에 대한 관리 감독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이른 바 ‘눈먼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는 국회의원의 ‘정책개발 여론조사비’입니다. 말 그대로 좋은 정책을 만들라고 지원해주는 세금인데 적지 않은 의원이 이 예산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자신의 의정 활동을 홍보하는 질문들을 끼워넣고 있었습니다. 취지와 달리, 의원 개인의 정치 활동에 예산이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행정소송을 통해 입수한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보고서 1,115건 가운데 당 현재까지 588건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남은 527건도 검증 과정을 거쳐 그 결과를 다음 달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
지난 2016년 12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의 보좌진이 나눈 대화다.
보좌관 : “지난번에 그거 했어? 지난번에 (발간비) 원래 남았다고 했었잖아.”
행정비서: “네.”
보좌관 : “그거 다 했어?”
행정비서: “그거 두 건 해서요. 980만 원.”
보좌관 : “980?”
행정비서: “네. 청구했고요.”
보좌관 : “청구했어?”
행정비서: “네.”
이 대화가 있기 사흘 전인 2016년 12월 19일, 국회사무처에 제출된 유 의원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급청구서’다. 지급청구서에 첨부돼 있는 견적서 등의 자료를 보면 정책자료집 두 건을 각각 천 부씩 모두 2천 부를 발간했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 980만 원을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정책자료집의 발간비로 유 의원에게 980만 원을 지급했다. 유 의원 측은 이 돈을 자료집을 인쇄한 업체 대표에게 입금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정책자료집 발간비 집행 절차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인쇄업체가 818만 원을 유 의원실에서 사용하는 통장으로 다시 입금해준 것이다. 해당 인쇄업체의 대표 전 모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인쇄를 했어요. 인쇄를 했는데 인쇄 부수가 적었죠.
인쇄비용은 일부는 저희가 받은 거죠.
그런데 나머지 비용은 이제 돌려드렸었네요. 810만 원 정도…”
- 인쇄업체 대표 전 모 씨
국회사무처에 제출하는 지급청구서를 허위로 꾸며 발간비를 과도하게 받아낸 뒤 이 돈을 인쇄업체를 거쳐 다시 돌려받는 일종의 ‘돈 세탁’ 행위가 국회 안에서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국회의원이 발간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뉴스타파는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정책자료집 4건을 표절했다는 내용을 보도(https://newstapa.org/article/whRn8)했다. 문제의 자료집 가운데 하나에는 이런 문장들이 들어있다.
한 대학원생의 졸업 논문을 그대로 베끼다보니 논문 앞에 쓴 감사의 글까지 옮겨온 것이다. 논문 원저자가 다녔던 대학 심볼 마크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를 포함한 각종 논문, 보도자료, 타 기관의 보고서 등을 가져와 그대로 엮은 이용호 의원의 정책자료집 4건은 누가 봐도 표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료집을 인쇄했다며 이 의원은 관련 비용으로 세금 988만 원을 받아냈다. 국회사무처에 제출된 증빙자료를 살펴보면 자료집 4건을 각각 500부씩 모두 2천 부를 찍어서 다른 국회의원, 전문가, 관계자에게 나눠줬다고 나와 있다.
실제 이렇게 많은 부수를 찍어 여러 곳에 나눠줬다면 이 의원이 스스로 우스꽝스런 표절 자료집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셈이 된다. 이 의원 측은 자료집을 실제로 발간해 여러 곳에 배포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2016년 12월 미래통합당 김한표 전 의원이 정책자료집 발간비를 청구하면서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증빙 자료다. 맨 앞면에 손글씨로 ‘추가 발간’이라고 적혀 있다.
해당 자료집을 확인해봤다. 표지가 ‘2016’이 아닌 ‘2014’이었다. 자신이 2014년에 펴냈던 자료집을 2년이 지난 2016년에 다시 인쇄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한 건이 아니었다. 김 전 의원은 2016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만 과거의 정책자료집 네 건, 무려 4천 350부를 재발간했다며 국회사무처에 관련 비용을 청구했다. 김 전 의원에게는 2천 437만 원이 지급됐다.
김 전 의원에게 재발간 이유를 물었다. 김 전 의원은 “자료집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서 추가 발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집 4건 중 3건은 재발간 시점인 2016년 이전에 이미 국회전자도서관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었다. 자료집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인터넷 주소를 안내하면 됐지 세금을 들여가며 재발간을 할 이유가 없었다.
취재진은 김 전 의원에게 자료집 수천 권을 다시 발간한 게 사실인지 질의했다. 김 전 의원은 “자료집이 당시 지역 사무실을 통해 배포되었고 부정한 방법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인쇄를 맡았다는 업체를 찾았지만 현재 폐업한 상태였다. 당시의 인쇄업체 실장과 접촉해 수천 권의 자료집을 다시 찍은 것이 맞는지 물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금 2천 280만 원.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2016년 12월 한 달 동안만 6건의 정책자료집을 냈다며 받은 발간비다. 국회사무처에 제출된 증빙 자료를 보면 발간비 중 무려 절반인 천 80만 원이 본문 편집, 디자인 비용으로 책정돼 있다.
20년 넘게 국회 관련 인쇄물 등을 편집·디자인한 한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는 단호하게 편집과 디자인비가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측은 “업체 측에서 제시한 금액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합당하다고 봤고요.
그게 과했다라고 비판하시면, 비판하신다면 그냥 비판하세요.
저희가 뭐 불법적으로 거기서 썼던 거 부풀려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
- 안규백 의원 보좌관
안 의원 측에서 주장하는 합당한 가격의 근거가 무엇인지, 해당 자료집을 인쇄한 업체의 대표에게 물었다. 근거는 없었다.
디자인비란 이름으로 발간비를 얼마든 부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홍영표 의원이 정책자료집 발간비를 신청하면서 지난 2016년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자료다.
자료집의 페이지와 수량, 종이 종류, 제본 방식 등과 함께 511만 원이 적혀 있다. 취재진이 충무로 일대 인쇄업체들을 돌며 확인한 결과, 가격이 부풀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견적과 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지 홍 의원의 자료집을 인쇄한 업체에 물었다. 역시 본문 편집, 디자인 때문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저희가 기획하고 편집을 하잖아요.
그러면 기획하고 편집비를 갖다가
따로 디자인비라고 하고 편집이라고 저희는 빼지 않구요.
그걸 그 출력하고 이런 데다 합쳐서, 그걸 녹여서 같이 하는 거거든요. “
- 홍영표 의원 정책자료집 인쇄업체
홍 의원의 해당 정책자료집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2015년 활동보고서 내용 일부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이 두 문서를 대조해본 결과, 본문의 편집, 디자인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홍 의원의 자료집을 인쇄한 업체에 발간비가 부풀려진 게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의원실에서 ‘사정이 있어서 이번에는 우리가 책정된 비용이 적다’ 그러면
저희가 이거 원가 이하에도 해드릴 수 있어요.
손해 보고도.
그거는 저희 판단인 거예요.”
- 홍영표 의원 정책자료집 인쇄업체
발간비는 그 실체가 이상해도, 나아가 수상하더라도 그냥 집행돼 왔다. 뉴스타파가 취재 과정에서 분명하게 확인한 사실이다. 사실상 아무런 관리·감독 시스템 없는 이른바 ‘눈먼돈’이기 때문이다.
“사무실 운영비가 모자라니까 많이들 그렇게 쓴 거거든요?
관례라는 이름 때문에 쭉 왔었는데
한 번 이런 계기로 바로 잡히는 게 옳다고 생각을 하고…
관례라고 옳은 것은 아니니까요. “
-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21대 국회에서만큼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국회의원의 국민 세금 오남용 사례다.
취재 | 임선응 강현석 연다혜 박중석 |
데이터 | 최윤원 |
촬영 | 신영철 정형민 김기철 |
편집 | 정지성 김은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공동기획 |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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