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1심 패소에도 용산기지 토양 안전성 보고서 또 은폐

2023년 01월 10일 15시 15분

용산공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환경정화 전 용산미군기지 활용에 앞서 토양안전성을 자체적으로 조사해놓고도 그 보고서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 조사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그간 국토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및 행정소송을 진행해왔다. '국토부가 용산 반환부지의 토양안전성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최근 법원이 판결했으나 국토부는 이에 불복, 항소하면서 정보 비공개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용산기지 일부를 '시범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국토부가 토양안전성 자체 조사를 실시한 용산 부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부지는 앞서 환경부 조사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자체 조사를 근거로 기지를 시범 개방하면서도 해당 조사 보고서 전문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 환경 정화 전 용산기지 시범 개방

미군기지의 토양오염 문제는 간단하다. 주한미군이 활용하던 미군기지를 한국이 돌려받을 때는 일정한 절차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공동환경평가 절차'다. 기지 반환절차 개시 결정이 이뤄지면, 미국측이 한국 측으로 해당 부지의 기초 환경정보를 전달한다. 그리고 한미 공동 현장 방문,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조사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이 조사 내용에 따라 반환 대상 부지의 토양 오염 여부가 확인된다. 반환 대상 부지에 어떤 토양오염 물질이 얼마나 검출됐는지 등이 보고서에 주로 담긴다. 
용산기지 역시 마찬가지다. 용산기지는 지난 2020년  12월 처음 반환이 시작돼 현재 약 31%가 반환됐다. 그때마다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조사가 실시됐다. 반환 협상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작성된 이 내용은 기지 반환 전에는 비공개지만, 기지 반환 이후에는 공개가 가능하다. 
예컨대 용산기지 내 사우스포스트 스포츠필드는 유류계 오염 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1지역 토양오염 우려 기준)를 약 36배 초과해 검출됐다. 1군 발암물질인 비소는 기준치를 약 3.5배 초과해 검출됐다. 구리, 납, 아연 등의 중금속 오염물질도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더 심한 토양오염이 발견된 다른 용산 반환부지도 있다. 
통상 반환기지가 오염된 것으로 조사되면 정부는 기지를 정화한다. 이후 공원·주거시설 부지 등 목적에 맞게 기지를 활용한다. 그러나 정부는 용산부지에 대해서는. '환경 정화 전' 개방 계획을 세웠다. 용산미군기지의 환경 정화는 기지 전체가 다 반환된 후에 가능한데, 더딘 기지 반환 속도를 고려해 기지가 전부 다 반환되기 전에 일부만이라도 시민들에게 개방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에서는 용산부지의 토양오염 문제를 지적하고 임시 개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오염이 된 기지를 개방할 것인가? 

개방 근거, 국토부 자체 연구용역 보고서

국토부가 기지 개방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게 용산기지의 토양안전성 관련 연구 용역이었다. 국토부 자체 연구용역은 사우스포스트 스포츠필드, 소프트볼 경기장에 대해 처음 실시됐다. 2020년 12월, 사우스포스트의 스포츠필드와 소프트볼장을 처음 반환받고 나서 약 5개월 뒤인 2021년 5월, 국토부는 <용산 부분반환부지 활용을 위한 토양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 방안 수립 용역>이라는 이름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 용역의 과업 지시서에는 "2020년 부분반환부지 2개소에 대해 공원 조성전 활용 목적을 고려해 인체 위해성 평가를 수행"하고 "토양오염 우려 기준 및 허용 위해도 초과 구역을 바탕으로, 저감 조치가 필요한 구역을 도출하고 예방적 사전 조치 방안을 마련한다"고 적혀있다. 연구용역 수행 기간은 4개월, 연구비는 5천만 원으로 책정됐다. 
국토부는 이 용역의 최종 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시점인 2021년 12월, 스포츠필드의 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 정화가 되기 전인데도 기지를 개방해도 되느냐"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국토부에서 자체적으로 토양안전성 용역 조사를 실시했다. '토양안전성 분석' 이름으로 용역이 발주됐다. 그 내용에 따르면 공원 부지로 사용하는 경우 위해성이 없는 걸로 나왔다"고 말했다. 

국토부 "외교안보상 국익 침해" 비공개 

그러나 국토부는 '위해성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 보고서 내용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21년 5월 실시된 스포츠필드 등에 대한 토양안전성 조사 최종 보고서를 공개해달라는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2021년 12월)에 국토부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국가 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자료는 국익을 해치는 정보가 아닌 시민의 건강권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뉴스타파의 이의신청(2022년 1월)에도 국토부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뉴스타파는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국토부의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法 "국익에 어떤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인지?"

소송 제기 이후 약 10개월 만에 나온 판결에서, 재판부는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은 "국토부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자료에는 ▲이 부지를 공원시설 내지 주거시설로 이용하는 경우 오염물질 노출량, ▲발암·비발암(암 외의 질병) 위해도, ▲총초과 발암위해도, ▲총위험지수, ▲부지 특이적 토양섭취 위해도를 반영한 위해도 평가 및 위해 저감조치 방안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행정법원은 "'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사유를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하려면 그 비공개로 인하여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으로서의 알권리에 포함되는 일반적인 공개청구권을 넘어 국민이 문서 공개에 관하여 특별히 가지는 구체적인 이익도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정보가 국가 간의 외교 관계에 관한 정보에 해당한다거나, 공개될 경우 이 사건 부지의 오염정화 책임 등에 관한 협상 진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거나 협상의 결과가 대한민국에 불리하도록 작용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자료가 용산 부지의 대국민 개방 전 토양 안전성을 분석하고 적절한 예방 조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생성됐을 뿐, 미국과의 오염정화 책임 등 협상에 활용할 목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법원은 "이 사건 정보가 일반에 공개된다고 해 국익에 어떠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인지 국토부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 부지는 공원 등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대국민 개방을 앞두고 있는데, 그 토양오염도 및 정부가 적절한 위해 저감 조치를 수행했는지는 국민들이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고 적시했다. 뉴스타파의 주장이 거의 그대로 인용된 것이다. 

국토부는 '항소'…시민단체 "공개 안 할 이유 없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달 19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국토부는 항소장에서 "법원이 선고한 판결에 전부 불복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소 이유를 묻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항소 사유는 그동안 국토부가 했던 주장과 같다. 외교상의 이유"라고 답했다. 토양오염 관련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개방을 하는 것인데 그 내용은 왜 공개할 수 없는 것인지, 공개를 해야 시민들의 우려가 더 불식되는 게 아닌지 재차 물었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말씀드렸던 내용이 있으니 그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 이미 항소 단계에 들어갔으니 2심 재판에서 또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국토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은희 '온전한 생태평화 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정보를 공개하면 안 되는 내용이 있지 않고서는 국토부가 (보고서 내용을) 공개를 안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전혀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 건강을 당연히 중요시 생각해야 하고 따라서 '(용산기지의 토양오염)조사를 했더니 안전합니다', '들어오십시오' 라고 해야 하는건데 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작진
촬영오준식 정형민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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