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연구원 이사장 때 '이해관계' 업체서 수천만 원 기부금 받았다

2022년 05월 01일 19시 10분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아시아미래연구원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외교 분야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기업으로부터 수천 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의 임원진은 박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고액의 정치 후원금도 냈다.  
기부금을 낸 업체는 외교부의 행낭 운송 사업권을 수년간 따낸 업체다. 박 후보자가 오랫동안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기에 부적절한 기부금 수수 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다.  

박진 설립 단체에 '이해관계' 기업, 2천 4백만 원 기부

박진 후보자는 2014년 10월, 비영리 사단법인 아시아미래연구원을 설립했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에 당선될 때까지 약 6년간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연구원 이사진에는 김대기 윤석열 새 정부 초대 비서실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등이 참여했다. 
박진 후보자는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시절, 이사장 자격으로 여러 외부 행사에 참석했다. (출처 : 아시아미래연구원 홈페이지)
아시아미래연구원의 운영 재원은 전부 기부금에 의존했다. 연구원의 2018~2020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연구원 매출액 즉, 법인·개인 기부금은 2018년 8,260만 원, 2019년 9,850만 원, 2020년 4,840만 원이었다. 
연구원에 기부금을 낸 곳이 어디인지 확인했다. 먼저, 박진 후보자의 직무와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기업체가 나왔다. '참빛산업'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과 아시아미래연구원의 기부금 자료에 따르면, 참빛산업은 2018년 1,200만 원, 2019년 1,200만 원, 모두 2,400만 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2014~2017년, 4년치 기부 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그 기간 참빛산업이 낸 기부금은 파악할 수 없었다. 
참빛그룹의 창업자인 이대봉 씨는 20년 넘게 참빛산업과 동아항공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참빛그룹 계열사인 참빛산업과 동아항공은 사실상 같은 회사다. 경영진과 대주주가 거의 같고, 본사 주소도 같이 쓴다.
동아항공은 외교·국방 분야에서 외교 행낭 운송 사업을 하고 있다. 외교부, 국방부, 주한외국대사관 등이 주 고객이다. 동아항공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외교부의 '외교 행낭 운송 입찰'에서 한 번을 빼고 모두 사업권을 따냈다. 한해 외교  행낭 운송 사업은 약 14억 원 규모이다.
참빛산업도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리조트와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참빛산업이 보유한 베트남 빌딩에는 2019년 8월까지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영사부가 임차해 있었다.
참빛산업의 관계사인 동아항공은 외교부·대사관 등을 상대로 외교 행낭 운송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출처 : 동아항공 홈페이지)
박진 후보자는 '외교통' 정치인이다. 2002년부터 16·17·18대 내리 3선 국회의원을 하며 국방위원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를 맡았다. 2004년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위원장, 2007년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 2008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즉 박진 후보자는 지난 20년 동안 외교 분야의 최고위급 공직자였다. 외교부와 소속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박 후보자가 외교부·대사관을 주 고객으로 하는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이다. 박 후보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돼 연구원 이사장에서 물러난 2020년, 참빛산업의 기부금은 뚝 끊겼다. 박 후보자가 직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기업으로부터 부적절한 기부금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참빛산업, 박진에게 고액 정치후원금도 내  

더욱이 참빛산업 측은 박진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에도 고액 정치 후원금을 냈다. 모두 두 차례였다. 2006년, 참빛그룹 이대봉 회장이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던 박 후보자에게 200만 원을 후원했다. 또 2007년 참빛산업 감사이자 동아항공 대표였던 이 모 씨가 후원금 200만 원을 냈다. 
뉴스타파는 참빛산업에 연락해 박진 후보자가 운영한 아시아미래연구원에 기부금을 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박진, 고문이었던 김앤장서도 수천만 원 기부금 받아

아시아미래연구원에 기부금을 낸 법인 중에는 박진 후보자와 관련 있는 곳이 또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김앤장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3,000만 원씩, 6,000만 원의 기부금을 냈다. 해당연도 법인 기부금 총액의 40%, 33.5% 수준이다. 2014년 ~2017년 기부금 내역은 공개되지 않아, 이 때 김앤장이 얼마나 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박진 후보자는 김앤장과 모두 세 번 연을 맺었다. 먼저,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에서 물러난 지 약 1년이 지난 1999년 1월부터 그해 8월까지 김앤장에서 일했다. 또 2000년 8월부터 2001년 5월까지 고문을 맡았고, 다음해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마지막으로,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이듬해인 2013년 8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다시 김앤장 고문을 지냈다. 그리고 4년 뒤인 2020년 다시 국회의원이 됐다. 
이렇듯 박 후보자의 경력은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김앤장을 반복하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참빛산업과 마찬가지로, 김앤장도 박진 후보자가 총선에 당선돼 연구원을 떠난 2020년 기부금을 중단했다.
참빛산업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2018·2019년 박진 후보자가 있던 아시아미래연구원에 수천만 원의 기부금을 냈다. 하지만 박진 후보자가 연구원을 나가자 바로 기부를 끊었다.
아시아미래연구원은 이해관계인 사기업과 김앤장으로부터 수천만 원대의 기부금을 받아 무슨 일을 했을까. 박진 후보자가 이사장으로 있던 2014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아시아미래연구원의 활동을 확인했다. 
그 결과, 외교 분야의 논문, 논평 등 연구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 학술 행사나 세미나를 주최한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박 후보자가 이사장으로서 활동한 이력만 있었는데, 모두 아시아미래연구원 자체 행사가 아닌 외부 행사나 강연 참석이었다. 박 후보자가 학술·연구·교육을 한다고 연구원을 설립했지만, 실제론 국회 재입성을 도모하고 인맥을 쌓는 '사조직'처럼 운영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취재진은 박진 후보자에게 연락해 ▲아시아미래연구원을 본인의 정계 진출을 위한 사조직으로 운영한 것은 아닌지 ▲자신의 외교 업무와 얽혀 있는 특정 사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지 ▲세 차례 고문을 지낸 김앤장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사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박 후보자 측은 참빛산업과 김앤장이 낸 기부금에 대해선 "연구원의 설립 비전과 연구 활동에 공감하는 단체와 개인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시절, 미국·중국·러시아 등 국가의 한반도 정책을 연구하고 지역별 싱크탱크와 학술교류를 했다"며 "공공외교 차원의 민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 연구,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 차세대 리더 육성 등 활동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정동우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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