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 ② 엇갈린 판결들...진짜 진상규명은 지금부터
2024년 10월 31일 20시 00분
뉴스타파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심해잠수 전문가 석부천 씨에게 세월호 침몰 초기에 우리 구조당국이 어떻게 대처했어야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는지 들었다.
석 씨는 “선박사고의 경우 구조 책임자가 선박의 침몰을 지연시키는 ‘선체보존’과 구조작업 착수, 2가지를 놓고 우선순위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세월호의 경우 2가지가 동시에 진행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선체보존’의 경우 세월호가 급속히 기울고 있을 시각에 바로 옆에 있던 “둘라에이스호를 세월호에 접안시켜 침몰 속도를 늦췄다면 구조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실전에서 풍부한 경험을 한 구조 책임자”가 있어야 하고, 정확한 대응을 위해 구조기관들이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승객들의 신고전화를 받은 구조기관 담당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신고 승객들로부터 제공받아 각 기관에 전파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3C’라는 대응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3C는 “신고 접수자가 지금 벌어져 있는 상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체크(CHECK)’, 각 기관에 사고 상황을 전파하는 ‘콜(CALL)’과 신고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끔 유도하는 ‘케어(CARE)’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사고 해역의 지형과 조류 파악, 사고 선박의 설계도 입수도 신속하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석 씨는 “세월호 침몰 직후에는 진도 앞바다에 위치한 마을 이장이나 오랜 기간 조업을 해온 어부를 찾아야 하는데 그들만큼 지역의 조류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의 설계도를 빨리 구해서 잠수부들의 선내 진입이 가능하게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선박의 설계도가 구조 참여업체인 언딘에 전해진 것은 사고 후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이어 “침몰된 세월호에 있는 조난자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 설치가 가장 시급히 빠른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조류가 센 경우 사고 초기에 다이빙벨이나 급할 경우 철구조물이라도 활용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석 씨는 “많은 수의 잠수사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구조의 방향을 정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도중에 다이빙벨을 투입하는 것은 구조현장의 세팅을 바꾸는 것이고, 최소 몇 시간부터 최대 며칠까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수색작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신중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석 씨는 인명 구조를 위해서는 “조류가 세고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도, 가이드라인을 연결하고 구조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의 해양사고 구조당국이 전문장비와 전문인력을 구비해서 이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세월호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지 미흡한 구조능력은 그대로 놔둔 채 해경을 해체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본질이 아니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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