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변수란 바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입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줄여서 선방위는 선거와 관련된 방송이 공정한지 조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구입니다.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되는 게 마땅할텐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오로지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특어막는 정권의 언론 통제 기구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보도만 나오면 마치 잡초를 뽑듯 팔을 걷어붙이고 관련자 징계 등의 조치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지칭하면서 '여사'라는 호칭을 생략했다고 SBS를 징계한 사례나 미세먼지 농도를 1이라고 표시한 MBC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방송을 했다며 징계하겠다고 나선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동훈 위원장이 2030세대에 인기가 없다'고 말한 시사 평론가의 발언을 법정 제재해야 한다고 했던 일부 위원들의 주장도 있었습니다. 최고 수준의 징계인 '관계자 징계'의 경우 지난 15년 동안 단 2건이 있었는데 이번 선거 방송심의원회는 벌써 9건의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이대로 둔 채 정말 공정한 선거가 가능할지 우려될 정도입니다.
류희림이 주도한 위원 구성... 처음부터 정치 편향, 이해충돌 가능성 내재
선거방송위원회를 구성하는 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류희림 위원장은 야당 추천 의원이 공석인 틈을 타 (야당 추천 위원이 공석인 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논문 지도교수를 선방위 위원장으로 내세웠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9명의 선방위 위원 가운데 친정부 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와 관계된 위원이 2명, TV 조선과 관계된 인사가 3명일 정도로 (중복 1명 포함) 정치 편향적인 선방위를 구성했습니다.
이해충돌 문제도 심각합니다. 친정부 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가 민원을 제기하면 '공정언론국민연대'의 현 이사장인 권재홍 위원과 전 대표인 최철호 의원이 그 안건을 심의하는 식입니다. 본래 방송 심의에서는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해 민원을 제기하는 민원인과 그것을 심의하는 심의위원이 엄격히 분리되어야 하지만 지금의 선방위는 이런 이해 충돌의 가능성을 아예 묵살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위원 구성을 할 때부터 민원을 일삼는 시민단체 관계자를 심의 위원으로 뽑았으니 이해 충돌 가능성이 처음부터 내재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비판적인 방송을 징계하기 위한 '원스톱 심의센터'를 설계해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방심위 직원들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우리의 노동 조건"
이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방심위 직원들은 뉴스타파 스튜디오에 나와 답답함과 자괴감을 토로했습니다.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 김준희 지부장은 "한국의 언론 자유가 방심위 때문에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났다"면서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 실현이 단체 협약에 중요한 노동 조건으로 규정되어 있는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류희림 위원장이 주도한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설립을 국정감사장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강등된 탁동삼 연구위원은 "불공정하고 독립적이지 않은 위원들의 불합리한 요구가 방심위 직원들의 삶과 일상적인 업무수행에 실질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싸우는 것"이라면서 "위원회의 권한과 독립성을 인정하지만 방심위 사무처 직원들과 위원회가 상호 견제를 할 수 있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만들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