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확보한 검찰의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 출신 후보들의 특활비 집행 실태를 검증했습니다. 국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행정부의 예산 사용을 감시·견제하는 것인만큼,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검증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검증 대상은 뉴스타파가 확보한 2017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전국 67개 지방검찰청의 특활비 집행 기록을 토대로, 이 기간 특활비 집행을 직접 결재했던 지청장·지검장·고검장을 지낸 고위 검사 출신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출마한 이들입니다. 다른 검사 출신 후보들의 경우, 해당 기간 특활비를 직접 결재할 정도의 고위 검사급이 아니어서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양부남, 연말 특활비 잔치 및 전출 전별금 유용 의혹
첫 번째 검증 대상자는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광주서구을 후봅니다. 양부남 후보는 광주지검장, 의정부지검장, 부산고검장을 지냈습니다. 뉴스타파가 그동안 보도해 온 사례처럼 양 후보 역시, 연말에 특활비를 몰아 쓴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기밀 수사나 정보수집에 써야 할 특활비를 자신의 인사 발령 직후 전별금으로 쓴 것처럼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시절 특활비 몰아쓰기 의혹
다음은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후보입니다. 대표적인 '반윤 검사'로 알려진 이성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던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미움을 사 특활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이성윤 후보가 중앙지검장 시절 사용한 특활비 액수가 적은 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 후보가 서울고검장이 된 뒤로는 상당한 금액의 특활비를 집행했는데, 전형적인 특활비 '연말 몰아쓰기' 행태를 보였습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등에만 쓸 수 있는 예산인 만큼 연말에 몰아 쓴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집행 패턴입니다.
박균택, 부하 검사와 격려 만찬 때 특활비 지급
광주 광산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후보는 광주고검장 시절, 부하 검사들과 만찬을 할 때마다 특활비를 100만 원씩 썼습니다. 박 후보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역과 특활비 집행 내역을 교차 검증한 결과, 확인된 사실입니다.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활비를 부하 검사들의 격려금으로 전용한 것 아닌지 의심됩니다.
특활비 집행의 검증 대상이었던 3명의 후보, 모두 "특활비 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혀
오늘 뉴스타파가 검증한 고위 검사 출신 3명의 후보들은 하나같이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특활비를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에는 개혁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2천여 명의 검사 대부분이 마치 검찰총장의 사조직처럼 움직이는 시대착오적인 조직 문화의 근간에 바로 특활비 문제가 똬리 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적극적인 특활비 개혁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특활비 오남용 의심을 받는 검사 출신 국회의원 후보들이 져야 할 가장 중요한 공적 책임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