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딸, 널 위해 싸울게"... 이태원 참사 희생자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2022년 12월 01일 20시 00분
한국 공무원들은 '저기 가면 된다', '여기 가면 된다'는 말만 했어요. 알아보고 처리하는 건 모두 저와 가족의 몫이었습니다. 문서를 번역하고 공증하면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비용도 모두 가족이 냈습니다. (외교부 사람들이) 그 질문은 자주 하시더라고요. '언제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실 거냐.' 너무 많이 물어 어머니가 화를 낼 정도였어요. '도대체 (한국에) 있는 동안에 좀 도움이 됐으면 하는데, 왜 언제 가냐고만 묻냐'고. 그게 (한국에서) 어머니가 외교부와 한 마지막 통화였을 거예요. 그나마 우리는 한국에 사촌이라도 있어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외국인 유가족들은 더 힘들었을 거예요.김나리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인홍 씨 누나
주 오스트리아 한국 대사관에 문자를 넣었어요. '한국에는 트라우마센터가 있다고 하는데 저희 부모님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요' 라고 연락했더니 대사관에서 신청 링크를 보내주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에 살지 않는 사람들한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한국 주소가 있어야 되는 링크였어요.김나리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인홍 씨 누나
외국인은 왜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건지, (참사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왜 신청을 못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너무 화가 납니다.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동생은 인간이 아닌가요? 제 동생도 똑같은 인간이고 똑같이 귀한 사람이었는데 왜 구급일지를 신청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김나리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인홍 씨 누나
끈질기게 직접 나서서 따지고 계속 전화했기 때문에 이거라도 받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어제도 소방서에다가 그랬어요. '제가 노력을 안 했으면, 아무것도 못 받고 빈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였다'고요. 소방서에서는 제게 연락할 계획도 없었고요...어제(5월 18일) 노르웨이인 희생자 어머님과 통화했는데, 구급일지에 대해선 모르고 계셨어요. 최근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는데, '참사가 난 지 200일이 됐다고 분향소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는 말밖에 없었데요.김나리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인홍 씨 누나
부모님은 항상 저와 동생에게 '한국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런 사고를 당하고 (한국 정부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다 보니 한국인이라는 게 너무 부끄럽고, (한국인이란 걸) 어떻게 생각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부모님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김나리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인홍 씨 누나
취재 | 홍주환 |
촬영 | 오준식 이상찬 최형석 |
편집 |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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