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19 녹취록 전문 공개... 87건의 신고, 놓쳐버린 골든타임
2022년 11월 08일 17시 45분
지금도 안 잊어버리는 게 초등학교 다닐 때 저한테 했던 얘기에요. 제가 '공부 좀 해야지, 이놈아. 공부 안 하면 어떻게 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하니까 얘가 한단 소리가 '아빠,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가 불행하면 안 되잖아. 미래의 행복보다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한 거 아니야?' 그러는 거예요. 초등학생이 저한테 했던 얘기에요. 그 이후로는 얘한테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주관이 확실히 서 있던 딸이었어요.송진영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송채림 씨 아버지
저희 집사람한테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더군요. 일산 동국대병원인가? 왜 거기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 딸이 왜 거기 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거기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산으로 갔어요. 제가 일산에 갔더니 병원 응급실이 아니고 장례식장에 있는 영안실로 저를 안내하더군요. 제 딸이 영안실에 너무 춥게 차갑게 누워 있었어요. 이 아빠가, 딸내미가 그렇게 차갑게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옆에서 보탬이 못되고,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 하고 그렇게 딸내미를 떠나보냈습니다.조기동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조예진 씨 아버지
우리 아내는 너무 속이 상해서 여기(송채림 씨 방)를 못 올라와요. 유족들 단체대화방 있는데 거기도 못 들어가요. 그런데 아까 집에 (아내가 쓴) 메모지가 있길래 봤더니. '채림이 보고 싶어, 한 번만 한 번만. 저 계단 올라오는 발소리 채림이 인 줄 알고 엄마 깜짝 놀랐어. 채림아, 꿈속에라도 한 번만 나와줘'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사실 저를 더 힘들게 한 거는 그거예요. 애를 잃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다잖아요. 그 사람이 내 옆에서 울고 있는 게 너무 불쌍하고요. 이런 유족들 심정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송진영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송채림 씨 아버지
대통령실에서는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유감을 표명한다' 그건 어디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거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하는 것처럼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얘기예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게 사과입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용서를 바라는지, 그것을 얘기해야 사과입니다. 그 사과를 하기 싫어, 자기 죄를 인정하기 싫어, 그렇게 지금까지 버티는 거겠죠.조기동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조예진 씨 아버지
지금 정부가 하는 행동으로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고요. 그런데 저희는 세상이 무너졌어요. 저희는 그냥 평범하게 살던 시민이에요. 그런데 10월 29일 이후로 인생이 바뀌었어요. 하늘이 무너졌는데 저희한테 아까운 게 뭐가 있겠습니까.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송진영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송채림 씨 아버지
긴 싸움이 되겠죠. 이 정권이 아직 힘이 있는 한 긴 싸움이 될 겁니다. 예상합니다. 그런데 자식 잃은 부모가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자식 잃은 부모, 더 이상 두렵거나 무서울 게 없습니다.조기동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조예진 씨 아버지
취재 | 홍주환 |
촬영 | 신영철 이상찬 |
편집 | 정애주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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