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v. 윤석열>⑤ 검찰 측 핵심 증인 남욱, 법정 위증 자백
2024년 11월 01일 16시 45분
지난 2009년 10월 초,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국가 인권위원회 고위 간부에게 만나자는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연락을 받은 인사는 당시 인권위 고위간부직에 선임돼 막 업무를 시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인권위 고위간부] “10월 초에 내가 취임해서 10월 뭐 그달 정도에 봤을 겁니다. 아무튼 행정관은 사무총장에 비하면 낮은 직급은 맞겠죠. 근데 청와대 있는 사람들이 근데 뭐 직급 따지고 하겠나요?”
시내 모처의 장소에서 청와대 행정관은 인권위 고위간부에게 인사 관련 자료를 전달했습니다. 여기에는 인권위 직원 10여 명에 대한 개인정보와 사회활동이 적힌 인사기록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습니다.
[인권위 고위간부] “사실은 무슨 자료가 있는데. 철 같은 자료는 아니고요. 그냥 개인 정보에 관한 자료를 준 적은 있어요.”
청와대 행정관은 특히 이들 십여 명을 잘 관리하고 인권위 업무를 하는데 참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인권위 고위간부는 밝혔습니다.
[인권위 고위간부] “분류를 해서 좌편향적인 사람입니다. 정보를 준 거였죠. 정확하게 세월이 오래된 거를 표현을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거고요. 근데 뭐 좌파 성향의 사람이라는 걸로 정보 제공하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좌파성향에 대한 직원에 대한 정보였다?) “네네네네...” (그런데 그게 청와대 행정관이 줬다는 사실이 의아스럽진 않으셨어요?) “글쎄요. 그렇게 이야기 한다면 그럴 수는 있겠죠. 그런 성향에 따라 분류를 했다는 거자체가 문제가 아니냐, 그럴 수 있겠죠.”
성향별로 분류된 이들 십여 명의 인권위 직원 명단 가운데는 촛불집회 과잉 진압 등 이명박 정부의 부담스러웠던 사안을 인권 차원에서 조사했던 직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청와대가 사전에 인권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념적 성향분석과 분류 작업을 했고 이를 통해 선별한 인권위 직원들의 인사기록을 뽑아 인권위 측에 전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권위 고위간부] “제가 본 사람들은 다 좌파성향인 사람들이에요. 말하자면 이런 분들. 누구는 뭐 누구는 뭐 개인적으로 다 있는 게 아니라. 몇 분에 대한 소위 말하자면 좌파로 분류되는 분들에 대한 커리어(경력) 그리고 이런 분들이 좌파 성향에서 활동ㅇ르 많이 하는 분들이다, 하는 정보를 준 거죠. 사찰이라기보다는 요새는 감찰이라고 그러던데. 성향 분류를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성향 분류 자체가 사실은 직무와 관련되지 않으면 개인의 내면적인 양심이나 가치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걸 왜 청와대 행정관이 줬습니까?) “왜 줬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왜 줬는지는 모르지만 짐작은 할 수 있죠.” (어떻게요?) “뭐, 앞으로 업무하는데 참고하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신경을 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청와대가 건넨 명단에는 김원규 인권위 사무관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을 지적하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경찰이 무시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2008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른바 색깔론을 제기하며 김 사무관을 집중 공격했습니다.
[정태근 한나라당 (2008년 국정)] “제가 지난번에 김원규 사무관에 관련해서 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하고 국가인권위 보고서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는 제가 조사보고서를 읽어보니까 실제로 앞에 있는 부분들과 6.28 시위와 관련된 진압과ㅏ 관련된 조사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양식으로 기술돼 있었고요.”
청와대 행정관이 문제의 문건을 전달한 이후 1년 뒤 김 사무관은 품위유지 입안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조사업무에서 배제된 상태입니다.
김 사무관은 자신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며 오직 인권적 차원에서만 조사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원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 아시겠지만 그때 이제 장기간 촛불집회가 진행이 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항의가 많아 가지고 인권위가 집권 조사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제주무조사관으로 그 역할이 맡겨졌는데. 조사업무라고 하는 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거기서 조사관의 성향이 개입될 여지는 없고요. 그래서 당시 피해자가 누구였는지, 어떤 피해자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피해자들이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를 조사하는 일을 했죠.”
청와대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김명환 전 인권위 정책과장 역시 비정규직 문제와 용산참사에서 인권침해 조사를 요구하는 등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도 문건 전달 이후인 2010년 업무에서 배제됐고 결국 인권위를 떠나야 했습니다.
[김형완 전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과장] “하하하 그 블랙리스트에 1번이 김형완이었다는 거예요. 하하.” (본인이 좌편향했다고 생각하세요?) “글세 제가 좌편향이라고 한다면 정말 좌파들이 웃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직 경험만20여 년 되는, 공무원 생활만 20여 년 한 사람이고요. 이런 사람을 좌파라고 얘기를 한다면 아, 대한민국은 아마 좌파가 거의 99프로 네.”
이렇게 청와대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인권위 직원들을 솎아내서 이들의 인사기록을 해당 기관에 직접 전달해 특별 관리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시에 인사기록을 전달한 인사는 청와대 시민사회 비서관 소속 행정관이었다고 고위 관부는 밝혔습니다.
[인권위 고위간부] “시민사회 그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민사회 비서관. 비서관실에 있는 행정관이었겠죠.”
더구나 다른 기관도 아닌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받고 있는 국가인권위 직원들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 인권위법 제3조에는 인권위는 그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 며 독립성을 명시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를 무시한 것입니다. 결국 청와대가 정권의 부담스러운 사건을 조사했던 인권위 직원들을 따로 분류해 이들을 특별 관리함으로써 독립 기구인 인권위를 통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원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몰라서 뭐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그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청와대가 와서, 청와대 행정관이 와서 뭐 특정인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쏟으라, 랄지 이거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압력으로밖에는 받아들일 수,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요. 이거는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다름이 아닙니다. 물론 인권위가 그런 식으로 망가져가는 걸 보면서 아주 심사가 복잡했죠. 복잡했는데, 안에 있는 그 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어서 참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만은.”
문건을 전달한 시점을 전후로 인권위는 별정직 직원 10여 명이 계약 해지 등으로 인권위를 떠났고 10여 명의 직원은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또 문경란 상임위원, 그리고 자문위원과 전문위원 60여 명 등도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며 자진 사임했습니다. 인권위는 용산참사와 MBC 피디수첩, 미네르바 사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등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정권의 부담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2010년 7월,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지만 6개월 동안 끌어오다 문제 삼을 수 없다며 기각시켰습니다.
[김형완 전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과장] “근데 김종익씨 사찰 문제 같은 경우는 고상한 인권을 따지기도 전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 그중에서도 기본권 중에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문제와 관련돼 있는 겁니다. 단지 블로그에 동영상 하나 올렸다는 그 이유하나 만으로 그야말로 사회생활 모두 접고 일본으로까지 피신을 하게끔 만드는 이 정권의 야비함 같은 것들이 저는 과연 이런 상황과 체제 속에서 어느 국민이 안전할 수 있고, 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 과연 온전히 지켜질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 인권위는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이른바 식물 인권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남영 국가인권위원회 전 상임위원(변호사)] “예를 들어서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 가운데 인권위란 말을 쓴 회수가 몇 번인가 되는가,를 조사를 해보면 그 대통령의, 또는 현 정부의 인권에 대한 그 뭐라고 할까, 관심이라고 할까, 감수성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애. 내가 보기에 대통령이 남한 사회 문제와 관련해서 인권에 대해서 언급한 건 한 세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그게 현재 인권의 주소고요. 대한민국 선장(?)이 청와대 아닙니까. 청와대 계기판에는 인권이 없는 것 같애. 저가 보기에는.”
2009년 청와대가 직접 인권위 고위간부를 만나 문제 있는 직원들을 골라 그 명단을 직접 건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권위 파행의 핵심에는 청와대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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