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물흐름이 느려져 해마다 녹조가 창궐해온 낙동강 유역의 공기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발암물질인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MCs)이 검출됐다는 분석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낙동강에서 3.7km 떨어진 경남 양산시 아파트 단지 실내 등 주거지역에서도 검출돼서 주민들이 녹조 독소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MCs)은 녹조(남세균)에서 생성되는 독소로 간 독성, 신경 독성, 생식 독성,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낙동강네트워크 등이 21일 녹조 독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9개 측정지점 중 20곳에서 녹조 독소 검출... 3.7km 떨어진 아파트 단지 공기에서도 나와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낙동강네트워크,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등은 오늘 (21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10여 차례 진행한 녹조 독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는 7~8월에 예년에 비해 약 1.5배 강수량이 많아서 녹조가 둔화됐다. 따라서 수중의 녹조 독소(마이크로시스틴 MCs) 수치는 높지 않았음에도 공기 속에 에어로졸 형태로 전파된 마이크로시스틴 독소는 여러 군데서 높게 나왔다.
특히 9월 조사에서는 낙동강에서 직선거리로 1km와 3.7km 떨어진 경남 양산시의 두 아파트 단지 실내에서 0.66~0.61ng/m³이 나왔는데,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에어로졸 연구 사례인 뉴햄프셔주 강 연구 당시 검출된 최고 수치보다 1.6~1.7배 높은 것이다. 조사팀은 양산 아파트의 에어로졸과 함께 인근 낙동강 물에 있는 녹조 독소(MCs)도 측정했는데 대체로 1 ppb 이하로 나와서 수백에서 수천 ppb까지 나온 과거 조사결과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았다. 이에 따라 공기 속의 독소 수치도 지난 해보다는 낮게 나왔다. 그러나 수중의 독소가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공기 속 독소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만약 녹조가 심할 때 지속적으로 공기 중 독소를 측정한다면 훨씬 높은 수치도 나올 수 있으며, 따라서 낙동강 주변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독소에 노출되고 있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실제로 녹조가 심했던 올해 6월 말에 측정한 합천창녕보 지점의 공기에서는 4.13ng/m³으로 미국 뉴햄프셔 강 최고수치의 10.7배에 달하는 높은 양이 나왔다.
특정지점의 높은 독성 수치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측정한 거의 모든 지점에서 계절에 상관없이 독소가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팀은 29개 지점을 조사했는데 그 중 20곳의 공기에서 독소가 검출됐다. 낙동강 주변에서는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크건 작건 녹조 독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영주댐은 늦가을인 10월에도 녹조가 가득하다 (사진: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영주댐 물에서 미국 기준치 400배 넘는 녹조 독소 검출... 영주시는 "관광 활성화에 활용"
이번 조사에서는 경북 영주의 영주댐과 그 주변 마을의 녹조 독소도 측정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녹조가 거의 사라질 때인 10월 12일의 조사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영주댐 근처의 P, K마을 공기에서 경남 양산시의 아파트보다 약 3배 높은 1.96, 1.47ng/m³이 나왔다. 근처의 영주댐 물에서도 녹조 독소가 매우 높게 나왔다. 2곳의 물을 떠서 측정했는데 각각 3318, 2656 ppb 가 나왔다. 이 수치는 미국 환경청(EPA)에서 정한 물놀이할 수 있는 기준치(8 ppb)의 414배~332배다.
영주댐은 4대강 사업 당시 낙동강에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어졌으나 녹조가 창궐하고 수질이 극도로 나빠져 대표적인 예산낭비, 환경 파괴 사례가 됐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영주댐을 홍수방지용 댐으로 전환하는 안(홍수 때만 수문을 닫고 평소에는 열어놓는 댐. 이 경우 녹조 등 수질 문제가 해결된다.)을 검토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댐을 가동하기로 했고 영주시는 이를 관광 활성화에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영주댐 물에서 매우 높은 수치의 독소가 검출되고 주변 마을의 공기에서도 독소가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수근 대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영주댐에 늦가을까지 녹조가 창궐해 댐물에서 녹조 독이 가득하고 공기 중에도 녹조 독이 나오는 이같은 마당에 영주댐 관광에 열을 올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영주시가 지금 염려해야 할 것은 영주댐 주변에 이주한 수몰민들의 건강 문제다."고 지적했다.
'공기 중 녹조 독소' 위험 연구 속출하는데 환경부는 "인체 영향 크지 않을 것"
공기 중의 녹조 독소에 대해 우려가 큰 이유는 물 속의 독소와 달리 지역 주민의 호흡기가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 속 독소의 경우 녹조 독소가 든 물을 마시더라도 소화기와 간을 거치면서 독성이 완화되지만 방어체계가 많지 않은 호흡기로 유입되면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균관대 의학과 성지선 박사는 2022년 건강보험자료와 사망자료를 이용해 녹조발생으로 인한 남조류독소 노출이 지역별 간암, 간질환, 신장질환 발생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검토했다.(박사학위 논문 <녹조발생이 지역별 간질환 및 신장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그 결과 ‘남조류 독소 노출은 비알코올성 간질환 발생률, 사구체질환 및 세뇨관-간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러한 연구들은 공기로 전파되는 독소만을 따로 떼어내 연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물 속의 녹조 독소와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낮고, 수돗물도 정수과정에서 독소가 제거된다는 정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결과적으로 해당 연구들은 공기 중 녹조 독소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미온적이다. 환경부는 지난 해 낙동강의 공기 중 녹조 에어로졸 문제가 대두되자 "인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검토된다."면서 "녹조 에어로졸의 인체 영향 가능성 등을 전문가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용역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녹조 에어로졸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낙동강 물 속의 녹조 자체를 줄이는 것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보의 물을 활용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물을 쓰기 위해 수문을 닫으면 물흐름이 정체돼 녹조가 번성할 수밖에 없다.
낙동강 주민의 분노 "아이들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녹조 독소에 노출된 채 자라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공기에서 독소가 검출된 양산의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한 주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9살과 6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한 엄마는 "지금 10살이 안 된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녹조 독소에 노출된 채로 자라나고 있다"며 분노했다고 환경 단체들은 전했다.
이번 조사와 분석을 담당한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녹조 독소 에어로졸 현상은 낙동강 인근 주민의 생활터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약자, 어린이, 질환자에게는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있다. 이번 낙동강 주변의 녹조 에어로졸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결국 낙동강 원수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기 위해서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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