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방패를 뚫고, 정보공개 최종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법의 세계에서, 검찰은 창칼을 휘두르는 공격수이고, 변호인이 방패로 방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의 세계에서도 때로는 검찰이 방패를 들고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국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검찰이 공개를 거부해서 소송까지 가게 됐을 때이다. 그때는 검찰이 방어하는 입장이 된다.
원고는 정보공개청구를 한 국민이 되고, 피고는 검찰총장, 지방검찰청장 등이 된다.

1심에서 내세운 검찰의 방패는 ‘부존재’

3개 시민단체들(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뉴스타파가 협력해서 진행해 오던 권력감시 활동의 일환으로, 필자가 검찰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이 3년 5개월 전인 2019년 10월이었다. 검찰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3가지 예산 항목의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서류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이다. 당시의 검찰총장은 윤석열 현 대통령이었다.
검찰이 사용하는 이 예산의 집행 관련 정보들은 단 한 번도 제대로 공개가 된 적이 없기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했던 대로 검찰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그래서 필자가 원고가 되어 2019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정보를 공개 받으려면 소송 과정에서 검찰이 내세우는 ‘방패’를 뚫어야 했다. 그런데 1심에서 검찰은 말도 안 되는 방패를 내세웠다.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국민 세금을 1년에 100억 원 안팎이나 사용해 놓고도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보공개소송에서 ‘정보가 없다’고 하면, 정보가 존재할 개연성을 원고 측에서 입증해야 했다. 검찰은 그것을 노리고 ‘정보 부존재’라는 방패를 꺼낸 것이었고, 원고인 필자로서는 입증에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국회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가 논란이 되면서 2020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대검찰청에 현장 검증을 하러 가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검찰은 국회의원들에게 일부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회수했다고 한다. 따라서 ‘자료가 없다’던 검찰의 주장은 거짓임이 명백하게 되었다. 그래서 2022년 1월에 선고된 1심판결에서는 검찰의 ‘정보 부존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에서는 ‘수사 기밀’이라는 방패 내세워

그러자 검찰은 2심에서 전략을 바꿨다.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되, 수사 기밀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자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없다’라고 허위 주장을 한 것은 심각한 문제였지만, 일단 정보공개 판결을 받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재판을 계속 진행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비공개로 열람ㆍ심사를 할 수 있도록 일부 자료를 제출했다. 그리고 따로 설명할 시간을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준비서면을 통해서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모두 ‘수사 기밀’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심지어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지도 수사기밀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2022년 12월에 선고된 2심 판결에서는 검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부분 정보를 공개하도록 판단한 것이다. 다만, 특수활동비 지출 관련 정보 중에서 ‘수령인의 성명’과 ‘집행명목’은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고, 특정업무경비 지출 정보에서도 ‘사용자 성명’, ‘집행명목’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 숫자’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보았다.
이 부분은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지만, 나머지 집행 정보와 지출 증빙서류만이라도 공개되면 예산 사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도, ‘집행일자’와 ‘집행금액’, ‘지출결의서’, ‘내부결재서류’, ‘현금영수증(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을 공개하라고 공개대상 정보를 특정했다. 이런 정보는 존재하고, 공개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 검찰 특수활동비는 크게 ① 검찰총장 본인이 직접 쓰는 특수활동비, ②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내 각 부서에 나눠주는 특수활동비, ③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내는 특수활동비로 나눠진다. 또한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내려주는 특수활동비는 ‘정기집행분’과 ‘수시집행분’으로 구분된다.

3심에서 예상됐던 심리불속행 기각

검찰은 기어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리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상고이유서를 본 필자는 ‘심리불속행 기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송법상 대법원 상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을 때’에만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이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보니, 법리적으로 너무 취약한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검찰은 문서철에 편철되어 있는 서류 중 일부를 뽑아내어 공개하는 것이 새로운 정보를 생산 또는 가공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다.
▲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와 함께 검찰 예산에 대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 (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필자가 20년 이상 숱한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자료를 받아 왔지만, 그 어떤 공공기관도 ‘서류철 속의 서류 중 해당 부분만을 열람 또는 복사하는 것이 새로운 정보의 생산 또는 가공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상식에 반하는 무리한 주장이었다. 그 외 상고이유도 대법원 판례에 반하거나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이었다.
상고이유서에 적힌 상고이유가 인정되지 않을 때, 대법원은 사건접수 후 4개월 이내에 ‘심리불속행’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필자는 심리불속행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답변서를 제출했다. 검찰의 상고이유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기보다는 ‘상고이유로 성립되지 않는 주장’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4월 13일 검찰의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했다. 이제 검찰이 세워놓은 방패는 모두 뚫린 것이다.

이번 판결의 의미

이번에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정보공개 판결이 확정된 것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 민주화 이후 최고의 권력기관이 된 검찰을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검찰을 ‘특별한 권력기관’이 아닌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만들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공개인데, 이번 판결을 통해 검찰이 가장 숨기고 싶어 하던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등 예산자료는 국회에도 제출된 적이 없을 정도로 감시와 견제에서 벗어나 있던 것인데, 이제는 햇볕 아래에 그 실태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둘째, 현직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 사용했던 예산이 공개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공개에는 예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판결이 확정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 수의계약 내역 등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 이번 대법 결정으로 공개해야 할 예산 정보의 기간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셋째, 앞으로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검찰 조직 전반에 대한 감시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대검찰청뿐만 아니라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예산에 대한 정보공개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번 소송의 피고 중에는 검찰총장만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각급 검찰청은 이번에 확정된 판결의 기준에 따라 예산집행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혹시나 검찰이 판결이 확정된 지금 시점에서도 시간 끌기를 한다면, 그것은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행위가 될 것이다. 부디 검찰이 그런 행태를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검찰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자료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제작진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