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보도로 불법 리베이트 영업 관행이 드러난 국내 제약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보도가 이뤄진 지 3년 8개월만의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서울 소재 병·의원에 자사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한 (주)비보존제약(구 이니스트바이오제약)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0만 원을 부과했다. 사건 당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었던 비보존제약은 2021년 2월 현재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공정위는 비보존제약의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해 “소비자가 직접 의약품을 구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 시장 특성상, 의사의 의약품 선택이 의약품의 가격이나 품질 우수성이 아닌 리베이트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받는 규모, 횟수에 따라 좌우되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이 시장에서 선택되지 않는 왜곡된 결과를 낳게 해 결국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전가되는 대표적인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2019년 12월 [진단명: 리베이트 중독] 연속 보도를 통해 당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었던 비보존제약의 불법 영업 실태를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의사들에게 ‘현금 배달’을 해왔던 현직 영업사원이 직접 증언하며 취재팀과 함께 현장 검증에 나섰다.
뉴스타파는 2019년 12월 당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었던 비보존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영업 실태를 연속 보도했다.
제보자인 영업사원은 2016년 서울 강남 소재 피부과 의원 최모 원장에게 첫 거래 개시의 대가로 선(先)지원금, 이른바 ‘랜딩비’ 3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증언했다. 랜딩비란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약품을 처방하는 조건으로 6개월에서 1년치 처방 매출에 이르는 목돈을 첫 거래 때 미리 받아챙기는 불법 자금을 말한다. 증언에 따르면 당시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해당 피부과를 방문해 랜딩비를 전달했다. 이후 영업사원은 2019년까지 매달 처방실적의 20%선에서 많게는 40%에 이르는 금액을 현금으로 의원 원장에게 제공했다.
제보자인 영업사원은 뉴스타파 취재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이 사건을 공익신고했고, 이후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2019년 비보존제약(당시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영업사원이 뉴스타파 기자와 함께 불법 리베이트 전달 장소를 찾아가 자신의 기억을 말하고 있다.
2019년 뉴스타파 취재 당시 비보존제약(당시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측은 “경영진이 불법적 영업 방식을 지시, 관리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 해명이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뉴스타파가 보도한 비보존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수법과 시기, 경영진 개입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 비보존제약 측도 조사 과정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리베이트 영업용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안에서 불법적인 회계 처리를 하고 있다는 당시 영업사원의 증언과 보도 내용도 사실로 재확인됐다. 공정위는 비보존제약이 “판촉비의 일종인 영업활동비(영업예산)를 영업사원에게 지급하여 이를 리베이트 자금으로서 병·의원에 전달하게 하였으며, 영업활동비 지급은 영업사원이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허위영수증을 청구하는 것으로 은폐되었다”고 밝혔다.
2019년 뉴스타파 취재팀이 영업사원 계좌로 지급된 불법 리베이트 예산 내역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는 한계도 있었다. 비보존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실이 확인된 기간은 2016년 8월에서 2019년 7월까지다. 이 기간 비보존제약의 거래처 병·의원은 84곳(2016년)에서 208곳(2019년)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4년 가까운 시간을 들인 공정위 조사와 심의의 결과로 불법 리베이트 수수가 공식 확인된 거래처는 의원 단 2곳에 불과했다.
비보존제약에 부과된 과징금 역시 솜방망이 수준이다. 공정위는 '위법행위로 발생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다. 그러나 적발된 의원의 실제 처방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제약사 내부 자료가 2년치 가량 소실됐다는 점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제한적으로 확보한 매출 자료를 통해 비보존제약의 불법 매출액을 약 3억 원으로 추산했다.
공정위는 추산한 불법 매출액 3억 원을 기준으로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므로 1%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결국 비보존제약은 불법 행위를 통해 최소 수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도 그 대가로 불과 300만 원의 과징금만 내게 된 것이다.
현직 영업사원으로서 회사와 본인 스스로의 불법 영업 행위를 폭로했던 공익신고자는 현재 퇴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