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가 ‘불법’이라는 미 국무부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 행사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해 “매우 불법적인 과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답했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이번 계엄령 사태가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공들여온 한미 동맹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해외 외신들도 이번 계엄령 사태를 ‘쿠데타 시도’로 명명하며 국내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해프닝’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정치적 영향을 축소하려고 하는 국내 여권 정치인들과는 크게 다른 온도의 해석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앞선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비상 계엄 사태를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포현하며 “국민의힘은 당력을 분산시키지 말고 일치단결해 탄핵은 막”아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4일 “평화롭게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던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후 훨씬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커트 캠벨 부장관은 한 행사에서 외신의 질의에 대해 윤 대통령이 “심각하게 잘못된”(badly misjudged) 판단을 했으며, 이는 "매우 불법적인"(deeply illegitimate) 과정에 의해 진행됐다는 것이 국민 의지에 따라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간접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계엄 선포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나타낸 셈이다.
해외 싱크탱크들,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 있을 것”
해외 싱크탱크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로 인해 빚어질 부정적 영향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특히 이번 사태가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가 공들여온 한미동맹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CSIS는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위태롭게 함으로써 한국, 미국, 일본 간의 3자 협력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가져왔다”면서, “탄핵 이후 임시 대통령이 개입하더라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한국과 진지하게 교류할 나라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CNN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과 일본의 눈에 한국의 동맹국이자 파트너로서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내놨다.
라미 김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 교수는 외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을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한미동맹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북 세력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싱크탱크도 있었다. 미국 정치외교 싱크탱크 랜싱연구소는 “계엄령 선포나 정치적 갈등 등 한국의 최근 사태 전개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논리를 비판했다.
로버트 E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주 로위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기고문에서 “과거 서해나 DMZ에서 있었던 북의 군사도발에도 계엄령은 없었다”며 이번 사태를 "세미 쿠데타"(semi-coup)라 명명하고, 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주요 외신, ‘쿠데타 시도’라 규탄하며 하야 촉구
영국의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사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4일 사설에서 전날 밤 계엄령 선포 사태를 좌절된 ‘쿠데타 시도(his coup attempt)’라 표현하면서,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뻔뻔스러운 쿠데타 시도를 겪었다는 것은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국회의 예산안 삭감 등 윤 대통령의 계엄 논리에 대해서는 “그러한 일은 민주주의에서 정상적인 일이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가 ‘괴물이 되었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하야하거나 탄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미국 정치주간지 더네이션은 기사에서 계엄령 사태를 ‘쿠데타 시도’(coup attempt)로 표현했고, 카타르 방송사 알자지라도 기사에서 ‘쿠데타 시도’(attempted coup)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같은 날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한국에서의 ‘거의’ 쿠데타’(A Coup, Almost, in South Korea)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행정부를 부당하게 통제하고 뇌물을 수수,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며, 비상계엄령 선포를 ‘의도된 쿠데타’(intended coup)라 표현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4일 기사에서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로 윤 대통령은 “가련하게도 그의 쿠데타 시도(his attempted coup de force)를 끝냈다”면서, “몇 시간 동안 (윤 대통령으로 인해) 한국은 거의 40년 동안 끝났다고 생각했던 독재 시대의 악몽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