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징계·삭감약속도 무시하고 업무추진비 '펑펑'

2022년 04월 26일 13시 00분

2022년 04월 26일 13시 00분

●평일에 골프장, 5성급 호텔서 식사…성탄절에도 호텔서 업무추진?
●자신이 복무했던 군부대에 100만 원 격려금…사적 사용 의심
●‘사적 모임 8인 제한’ 때도 주말 10명 식사…방역 수칙 위반 의혹
●학생회 활동비 줄이며 약속한 업무비 ‘6개월 전액 삭감’ 지키지 않아.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대학 총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오·남용해 교육부의 징계와 검찰 수사까지 받았지만, 5성급 호텔 등에서 1인당 10만 원에 달하는 식대를 지출하는 등 여전히 업무추진비를 방만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감사에서 골프장 이용료를 지적받았지만, 또 다시 골프장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고, 자신이 복무했던 군부대를 찾아 격려금을 주는 등 업무비를 사적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더구나 김 후보자는 2020년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자 학생회 운영비를 줄이면서 본인도 업무비를 6개월간 전액 삭감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골프장’, ‘5성급 호텔’...김인철 후보자의 화려한 업무추진비 내역 

김인철 후보자는 2014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8년간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에 재직했다. 2019년 3월, 교육부는 한국외대와 학교법인 동원육영회의 회계 부문을 감사했다.
▲2019년 학교법인 동원육영회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회계부분감사 결과 내용 중 (자료: 교육부 홈페이지)
감사 결과, 교육부는 당시 총장이던 김인철 후보자가 “집행 목적, 일시, 장소 등을 기록한 내부 품의 없이 식대, 골프장 이용료 등으로 합계 1억 4,440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카드사 고지서만 증빙자료로 첨부하여 교비회계 업무추진비에서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일시, 장소, 참석자, 사용 목적 등 구체적 집행 내역을 적지 않은 채 업무추진비를 임의로 썼다는 이야기다.
교육부는 김 후보자를 ‘경징계’ 처분하고 검찰에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혐의(업무상 배임)로 수사 의뢰했다. 이듬해인 2020년 2월,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업무비 오남용 문제는 학교 법인 이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교육부 징계까지 받았지만, 김 후보자는 업무비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2019년 5월 15일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 (자료: 한국외대 홈페이지)
외대 학생들도 언제, 어디서, 누구와 썼는지 총장 업무추진비 공개를 요구했다. 공개를 요구한 기간은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받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년 1개월치였다.  
그러나 김 후보자와 대학 측은 공개를 거부했다. 공개할 경우, 관련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사유를 댔다. 이 기간 김 후보자가 쓴 업무추진비 내역은 지금도 구체적인 용처를 알 수 없다.
그런데, 2019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그해 7월 교육부는 각 대학에 업무추진비 공개 권고 지침을 내렸다. 모든 대학이 그해 6월분 총장 업무비 내역부터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2021년 3월분 총장 업무비 지출부터는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도 올려놓도록 했다. 
뉴스타파는 한국외대 홈페이지와 대학알리미를 조사해 김인철 후보자가 총장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검증했다. 분석 기간은 2019년 6월부터 2022년 2월까지, 2년 8개월간이다. 교육부 감사 이후, 김 후보자의 업무비 집행이 개선되고 투명해졌는지 조사했다. 
우선 2년 8개월 동안 김 후보자가 쓴 총장 업무추진비는 1억 66만 원(총 565건). 월평균 314만 원이었다. 이를 다른 사립대학 총장이 쓴 업무비와 비교했다. 
현재 대학알리미 사이트에는 전국 대학 총장의 2021년 3월에서 5월까지 석 달 치 업무비만 공개돼 있다. 석 달 치 내역을 보면, ▲한국외대 1,124만 9,638원 ▲서강대 999만 7,800원 ▲고려대 678만 260원 ▲경희대 387만 8,000원 ▲연세대 361만1,100원 ▲성균관대 298만 3,900원 ▲중앙대 285만 2,110원 ▲이화여대 220만 원▲한양대 154만 2,500원 ▲홍익대 111만 4,200원이었다. 같은 기간, 다른 대학 총장과 비교해 김 후보자의 업무비(외대)는 단연 많다. 한양대 총장의 7배, 홍익대 총장의 10배가 넘는다.

‘골프장 이용료’ 교육부 지적받고도 평일에 또 ‘골프장’

이번엔 김 후보자의 업무비 내역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눈에 띄는 지출은 ‘골프장’에서 결제한 명세다. 2019년, 교육부 감사에서 김 후보자는 골프장에서 업무비를 부당 집행한 비위를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감사가 끝난 2020년, 총학생회는 김 후보자가 총장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골프장 이용료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대학은 자료를 내놓지 않은 채, 총학생회에 “2019년 7월 이후 골프와 같은 내역은 이제 없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 같은 답변 후 또 다시 업무비로 골프장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인철 후보자는 2021년 4월과 6월, 두 차례 골프장에서 업무비를 썼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한국외대 총장 재직 시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자료: 한국외대 홈페이지)
2021년 4월 1일 목요일, 김 후보자는 외대와 약 60km 떨어진 경기도의 회원제 골프장 ‘청평마이다스’ 골프 클럽에서 12만 1,500원을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 골프장에서 ‘대학 감사 업무 모임’을 했다는 것인데, 사용 인원은 1명으로 적었다.
당시 이 골프장의 비회원 주중 골프장 이용료(카트비 제외 그린피)는 20만 원이다. 따라서 골프장 이용료는 김 후보자 또는 라운딩 동반자가 사비로 내고 김 후보자가 혼자서 또는 동반자와 함께 골프장 내부 식당에서 식사하고 업무비로 결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학 감사 업무를 누구와, 왜 골프장에서 해야 했는지 소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한국외대 총장 재직 시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자료: 한국외대 홈페이지)
두 달 뒤인 2021년 6월 11일 금요일. 평일인 이날 김 후보자는 대학에서 56km 떨어진 경기 광주시 소재 회원제 골프장 ‘애경 중부컨트리클럽’에서 업무비 34만 원을 썼다. 참석자는 김 후보자를 포함해 4명. 사용 목적은 ‘명예교수 조찬/오찬 식대’라고 적었다. 
지출 명세만 보면, 김 후보자는 평일 대학 근무지와 멀리 떨어진 경기도 골프장에서 명예교수 등 3명과 함께, 조찬과 오찬 모임을 잇달아 가지며 1인당 평균 8만 5,000원씩의 식사를 한 셈이다. 골프장 이용료는 사비로 지출하고 골프장 식사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재정부의 ‘업무추진비 공통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정한 ‘의무적 제한업종’에는 법인카드를 쓸 수 없다. 골프장이 의무적 제한업종에 해당한다.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인카드를 쓸 수 없다. 다만, 증빙자료를 제출해 법인카드 사용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면 사용할 수는 있다. 
사립대 총장은 이 지침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업무추진비 사용의 투명성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법인카드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추세를 비춰볼 때, 김 후보자의 이런 업무비 사용 행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신이 복무했던 군부대에 100만 원 격려금...사적 사용 의혹

김 후보자가 총장 업무추진비를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발견됐다. 2021년 군부대에서 지출한 내역이 그것이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한국외대 총장 재직 시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자료: 한국외대 홈페이지)
김 후보자는 총장에서 퇴임하기 직전인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경기도 양주의 군부대에서 3건의 업무추진비를 지출했다. ‘7296부대 방문 격려금’으로 50만 원, ‘육군 제25보병사단 방문 오찬’으로 11만1,000원, ‘72여단 방문 격려금’으로 50만 원 등이다
내역만 보면, ‘7296부대’, ‘육군 제25보병사단’, ‘72여단’ 등 서로 다른 부대를 방문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7296부대’와 ‘25보병사단’은 사실 같은 부대다. 부대 표기만 다를 뿐이다. 72여단 역시 25보병사단의 예하 부대이다. 
결국, 김 후보자는 한 날 같은 군부대에서 100만 원이 넘는 격려금을 썼다. 2년 8개월간 김 후보자가 쓴 업무비 중 군부대 격려금은 이날이 유일하다. 김 후보자는 왜 25보병사단을 찾아가 격려금을 줬을까?
25사단은 김 후보자와 연이 깊은 곳이다. 김 후보자가 1980년 2월부터 1982년 6월까지 육군 장교로 복무(중위 전역)했던 부대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장교로 복무했던 ‘군부대 챙기기’. 결국 김 후보자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성한 업무추진비를 사유화해 사적인 목적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주말에도, 평일에도 ‘강남구, 서초구’ 식당에서 회의  

김 후보자의 업무추진비를 보면, 식사 비용이 가장 많다. 전체 565건 가운데 식당 이용이 235건이다. 평일에 182번, 주말에 53번이다. 교수 간담회, 면담 등 명목이었다. 
그런데 식당 위치를 보면, 대학 근처(동대문구 소재 서울 캠퍼스, 용인 소재 글로벌 캠퍼스 포함)가 52건(22%)이지만, 학교 소재 지역 외의 장소에서 쓴 내역은 162건(68%)이었다. 10번 중 7번을 학교와 떨어진 식당을 이용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식당을 자주 찾았다. 절반 가까운 108건이다. 자택(강남구 대치동) 근처에서 식사하고 업무비를 쓴 것으로 보인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한국외대 총장 재직 시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자료: 한국외대 홈페이지)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지출도 많았다. 주로 간담회나 만찬을 했다고 돼 있는데, 식대로 1인당 10만 원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21년 3월 10일 수요일. 김 후보자는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2월 퇴임 명예교수 만찬’으로 4명이 식사를 한 뒤, 43만 7,000원을 결제했다. 1인당 10만 원이 넘는다. 닷새 뒤인 3월 15일 월요일에는 ‘교수협의회 집행부 면담’ 목적으로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고급 중식당에서 4명이 37만 8,000원을 썼다. 역시 1인당 식대가 9만 원이 넘었다.  
총장 퇴임 직전인 2022년 2월 10일에는 ‘처장단 위로 모임’을 갖는다며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 내 식당 ‘미라마’에서 4명, 35만 원을 결제했다. 1인 9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다. 나흘 뒤, 2월 14일에는 롯데호텔을 이용했다. ‘외대 명예교수진 간담회’를 한다며 4명에 55만 2,000명을 결제했다. 1인당 11만 원에 달한다.
김 후보자는 주말과 휴일에도 고급 호텔, 식당에서 업무비를 썼다. 53건, 금액으론 415만 원에 이른다. 주로 다른 대학 총장, 교수들과의 면담이 목적이라고 기재했다.   
2020년 3월 28일 일요일, 김 후보자는 ‘사범대 개편 외대 교수진 간담회’ 명목으로 4명이 30만6,200원을 썼다. 결제처는 (주)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데, 1인당 7만 6,000원 가량의 비용이다. 
같은 해 12월 26일 토요일, 성탄절 다음 날인 휴일에도 ‘외대 교수진 면담’을 이유로 4명이 21만 4,000원을 썼다. 사용 장소로 적힌 곳은 ‘서주산업개발’. 서주산업개발은 5성급 호텔인 ‘쉐라톤서울팔래스 강남호텔’을 운영하는 업체다. 즉, 성탄절 다음 날인 연휴 기간에 김 후보자는 외대 교수 3명과 함께 서울 강남 5성급 호텔에 모여 면담을 가졌다는 뜻이다. 휴일에 학교가 아닌 호텔에서 교수 면담을 해야 했는지 설명은 따로 없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5성급 호텔에서 업무?

성탄절 당일에 업무추진비를 쓴 내역도 있다. 2021년 12월 25일, 성탄절이자 토요일이었던 이날, 김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식당에서 ‘외대 교수 면담’을 하고, 1인당 5만 원어치를 먹었다. 이어 같은 날 롯데호텔로 옮겨 ‘타 대학 총장 미팅’을 한다며 3명이 27만 6,000원을 썼다.
김 후보자는 해마다 업무추진비로 호텔 회원권 가입 비용을 결제했다. 2020년 3건, 2021년 3건 등 총 6건, 311만 원을 웨스틴조선호텔,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 등 5성급 호텔 회원권을 구매하는 데 썼다. 김 후보자는 호텔 회원권 구매 이유로 ‘카드사용 비용 절감 목적’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해당 호텔의 회원권은 무료 숙박권, 숙박·레스토랑·부대시설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호텔 회원권은 법인이 아닌 개인만 가입이 가능하며 회원권 실물 카드를 이용해 본인만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비용 절감 명목으로 호텔 회원권에 가입했다고 하지만, 그 혜택은 고스란히 김 후보자 본인만 누리는 셈이다.   
대학 총장이 업무추진비로 호텔 회원권을 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1년 3~6월 전국 사립대학 총장의 업무비 지출 내역을 보면, 그 기간 업무비로 호텔 회원권을 구입한 사립대 총장은 서울장신대 총장과 김인철 당시 한국외대 총장, 단 두 명뿐이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하며 주말 식당 이용

김 후보자가 업무비를 쓰면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한 정황도 여럿 발견됐다. 2020년 12월 5일 토요일, 이날 김 후보자는 ‘한일관’이라는 한식당에서 ‘외대 교수진 면담’으로 10명이 35만 4000원을 썼다고 적었다. 한일관은 광화문, 을지로, 압구정동 등에서 영업하는 고급식당이다.    
이날은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돼 방역 당국이 거리두기 2.5단계 강화 방침을 발표하던 날이다. 사적 모임은 8명까지 허용됐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공공기관의 경우 50% 이상 재택근무를 하라는 비상조치를 내렸다. 한국외대도 대학 구성원들에게 각종 출장, 행사를 취소하거나 최대한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시기에 김 후보자는 토요일에 교수 10명을 직접 만나 면담하고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은 것이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한국외대 총장 재직 시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자료: 한국외대 홈페이지)
이날의 식비 지출에 대해 학교 측도 잘못을 인정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의원실이 입수한 2021년 1월 27일 한국외대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 평의원이 학교 측에 이날 김 후보자의 방역지침 위반을 지적한다. 이에 학교 측 대표로 나온 기획조정처장은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2021년 1월 27일 한국외대 대학평의원회 회의록 중 (자료 제공 : 강득구 의원실)
이 같은 대학평의원회 지적과 재발 방지 약속에도, 김 후보자는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고급 식당에서 만찬 행사를 계속 가졌다. 
전국적으로 사적 모임 인원이 4명으로 제한되던 시기였던 2021년 12월 20일, 김 후보자는 ‘총장선출추진위원회 집행부 만찬’을 이유로 서울 서촌에 있는 스위스 레스토랑에서 6명 식사비로 58만 2,000원을 결제했다. 1인당 식대가 9만 7,000원에 이른다.  
다만, 방역지침 위반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업무비 사용 인원에 ‘3+3’이라고 적었다. 즉, 6명이 3명씩 따로 테이블을 나누어 앉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서로 떨어져 식사했어도 같은 일행이었다면 방역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한국외대 총장 재직 시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자료: 한국외대 홈페이지)

학교 재정 어렵다더니...업무추진비 ‘6개월 삭감’ 약속도 어겨

이렇게 고급 호텔과 식당에서 1인당 10만 원 가까운 식대를 썼던 김 후보자는 학생들에게는 총장 업무추진비를 6개월간 전액 삭감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의 전액 삭감 약속은 곧 식언이 됐다. 
2021년 1월 27일, 대학 측과 학생 측 대표가 만나는 자리인 한국외대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0년 총장 업무비를 6개월간 전액 삭감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자, 대학 측은 학생회 활동비를 줄이기로 결정한다. 그러면서 고통 분담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총장 업무비도 전액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19년(월 333만 원)에 비해 2020년(월 308만 원)은 월 20만 원 정도 덜 썼을 뿐이다. 
▲2021년 1월 27일 한국외대 대학평의원회 회의록 중 (자료 제공 : 강득구 의원실)
이날 평의원회 회의에 참여했던 당시 총학생회 간부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2020년, 김인철 총장이 학교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생들 자치활동 비용인 학생회 운영비까지 깎아 학생들이 반발했었다. 그러자 본인도 업무비를 전액 삭감하겠다면서 학생들을 달랬던 건데,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총장 시절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교비, 즉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조성된 예산이다. 김 후보자는 여러 차례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그는 202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취임사에서 “첫 번째 임무로 법령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협의회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지급을 제한해 사실상 동결하고 있다. 단 대학 정원 외로 입학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엔 예외다. 한국외대는 2020년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올렸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위한 복지 비용은 오히려 줄였다. 
한국외대가 작성한 ‘2021년 대학 자체평가’에 따르면 “학교 재정이 어려워져 등록금 대비 교육비 환원율과 장학금 지급률, 학생 도서 구입비가 3년 연속 감소했다”고 적혀 있다. 또 “재정 건전성 재고를 통해 재원의 낭비를 막고 학생 교육비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이때의 대학 총장이 바로 김인철 후보자다.
뉴스타파는 김인철 후보자에게 총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6개월간 전액 삭감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골프장과 군부대에서 쓴 업무비는 대학 업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교비 예산을 사유화한 것은 아닌지 등을 물었다.
김 후보자의 답변은 오지 않았다. 대신 교육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된 내역도 있어 일일이 답변이 어렵다”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후보자가 청문회 때 소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김인철 후보자의 대학 총장 시절 쓴 업무추진비 내역(2019.6~2022.2)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공개한다. 
제작진
취재홍여진 홍우람
디자인·CG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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