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군 참모총장, “군대 일 외부 발설 말라”

2014년 08월 08일 00시 22분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5월 예하 공군부대에 군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은 외부에 절대 누설하지 말라고 경고한 공문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공군 내부 공문은 모두 3건으로 지난 5월 12일, 27일, 28일에 각각 작성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5월 20일 보도한 공군 헌병 부사관 이 모 하사의 군내 가혹행위 및 성추행 피해 사례를 후속 취재 하던 중 이 문건들을 제보받았다.

5월 12일과 27일 작성된 문건은 “군 내에서 발생한 사항이면 일반적인 내용이라도 절대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있었으며 “위규사례 발생시에는 엄단조치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뉴스타파는 이 지시사항이 작성된 시점에 주목했다. 이다. 5월 12일은 이 하사의 아버지가 공군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이 하사가 겪은 일이 해당 부대 밖으로 알려지는 시기였다. 또 뉴스타파가 공군을 상대로 이 하사 관련 기사를 취재할 때이기도 했다.

5월 27일은 뉴스타파가 이 하사 관련 첫 보도를 내보낸 5월 20일에서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공교롭게 뉴스타파의 이 하사 관련 보도를 전후해 공군 각 예하부대에 “가족과 지인, 그리고 언론에 절대 군대 내부의 일을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이다.

5월 28일 작성돼 각 부대로 하달된 ‘대 국회관련 자료 작성 및 제출 절차’라는 제목의 문건은 수사나 감찰 사건의 경우 국회에서 자료요청이 있으면 이를 최대한 요약해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군사기밀 외에 군 내에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사건 사고에 대해서도 국회에 요약본을 제출하라는 뜻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의 뿌리깊은 폐쇄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일련의 공군 문건들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군사기밀은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군의 폐쇄성을 자꾸 온존시키고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윤 일병 사망 사건의 경우도 군 내부에 이런 사고를 예방할 장치가 없었고, 피해 상황을 외부에 제대로 알릴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는 점, 그리고 사고 후 사건 은폐 시도가 보였다는 점에서 군의 폐쇄성이 이번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군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가족에게도 말하지 말고, 이를 어길 경우 엄벌하겠다는 경고를 반복한 이번 공군 문건은 구타 등 인권유린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피해병사가 자구책을 강구할 길마저 차단시켜버리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군의 폐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군의 폐쇄성을 돌파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군으로부터 독립돼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독립적인 군사 감독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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