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이부진 프로포폴 기록만 없었다"...경찰, 1년만에 반쪽 수사결과 발표

2020년 04월 23일 17시 50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장소로 지목됐던 서울 청담동 소재 H성형외과가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투약량을 아예 기록하지 않은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또 이 성형외과의 병원장과 간호조무사들이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전산화하지 않고 수기로만 작성해, 임의조작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1년 넘게 진행한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증거가 불충분해 이부진 사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고, 대신 H성형외과 원장 유 모 씨를 진료기록부 미기재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부진 사장이 지난 2016년 총 6번에 걸쳐 H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프로포폴을 투약 받았지만 오남용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수사 착수 1년여만에 경찰이 내놓은 수사결과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긴다. 이부진 사장이 투약받은 프로포폴 양이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부진 사장 관련 수사가 이 병원 원장 등의 진술에만 의존해 진행된 점, 이부진 사장의 진료 기록이 의도적으로 파기됐는지 여부도 경찰이 밝히지 못한 점 등이다. 결국 남은 의혹은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몫이 됐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 H성형외과의 전직 간호조무사 김 모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경찰은 해당 병원과 금융기관을 8차례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이부진 사장을 불러 12시간 넘게 조사했다.

조작가능한 수기 진료기록에 이부진 프로포폴 투약 기록만 없었다


23일 경찰은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혐의를 입증해 줄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핵심 자료인 H성형외과의 진료기록부에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투약량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이유. 경찰 관계자는 “이 병원이 다른 환자들의 투약량은 모두 기록했는데, 이부진 사장 기록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부진 사장이 쓴 프로포폴 양은 의사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H성형외과가 이부진 사장의 진료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경찰 발표 내용은 지난해 이부진 사장 관련 의혹을 뉴스타파에 제보했던 전직 H성형외과 간호조무사 김 모 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김 씨는 지난해 인터뷰 당시 “H성형외과 업무 기록 어디에도 이부진 사장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씨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다량의 프로포폴을 투약한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환자들의 투여량을 허위기재하는 방식으로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을 조작했다”고 주장했었다.

경찰에 따르면, H성형외과가 남긴 진료 기록은 모두 병원장과 간호조무사들이 손으로 직접 쓴 수기기록으로 임의조작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부진 사장을 위해 다른 환자들의 진료기록과 프로포폴 투약양을 허위기재했다”는 김 모 씨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 “필적 감정을 의뢰했으나 특이점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성 생겨 겁나게 들어감”... 카톡 속 ‘사장님’도 특정 못한 경찰

▲ 제보자 김 모 씨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에서 나온 지난 2016년 4월 14일 카카오톡 대화내용. H성형외과 간호조무사 4명의 단체 대화방에서 이부진 사장으로 추정되는 ‘사장님’과 관련 “내성 생겻는지 겁니 들어감”, “한 8개 쓴 것 같다”는 등의 대화내용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뉴스타파가 공개한 H성형외과 간호조무사들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에 등장하는 ‘사장님’의 실체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장님’은 ‘이부진 사장'으로 추정됐던 인물로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입증할 핵심 단서 중 하나였다. 지난 2016년 4월 14일, 간호조무사들이 나눈 대화 등에서 ‘사장님’으로 불린 손님에 대해 “내성 생겼는지 겁나게 들어감”, “한 8개 들어간 것 같다”와 같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사실을 추정케하는 대화내용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 간호조무사들이 주고받은 문자 중에는 “마약장부파업”, “수량이 맞질 않아” 같은 내용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들이 나눈 대화내용에서 확인된 ‘사장님’에 대해 “당시 대화에 나오는 간호조무사들에게 ‘사장님’에 대해 물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른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1년 넘게 수사한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은 앞으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이어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현재 이부진 사장의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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