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 특활비 부정 사용 증거 차고 넘치는데 공수처는 ‘침묵’

2024년 07월 24일 14시 00분

기밀 수사 등에 써야 하는 특수활동비를 수사와 무관한 민원실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쓰는 등 세금을 부정 사용한 혐의로 시민단체들이 이원석 검찰총장을 고발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수개월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감독 기관인 법무부가 특수활동비의 무분별한 격려금 전용을 막기 위해 검찰에 별도의 ‘격려금 지급 예산’을 배정해 운용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격려금 예산’은 애초 검찰 특수활동비에 포함돼 있었으나, 검사나 검찰 직원의 격려금으로 특수활동비를 쓰지 말라는 취지로 법무부가 격려금 예산을 따로 분리해 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부정 지급해 온 것이다.  

올해 2월 뉴스타파, 이원석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 의혹 폭로

뉴스타파는 올해 2월, 이원석 총장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 의혹을 폭로했다. 이 총장이 기밀 유지가 필요한 범죄 정보 수집이나 수사 등 특수활동에 써야 하는 검찰 특수활동비를 특수활동과 무관한 검찰청 민원실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부정 사용했다는 전직 검찰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관련 기사: [최초 증언] “검찰총장님이 내리신 특활비를 받았습니다” / https://newstapa.org/article/lm8An)
▲ 이원석 검찰총장 (출처: 대검찰청)
보도가 나가자, 대검찰청은 “검찰청 민원실 업무는 검찰 수사 활동의 착수 초기 단계 업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으며 “이원석 총장의 예산 집행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청 민원실은 범죄 수사 등 특수활동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이원석 총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예산에서 100만 원의 격려금을 받은 사실을 뉴스타파에 공익 제보한 최영주 전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민원실장은 “검찰청 민원실이 수사하는 법은 없다. 민원실은 민원인에게 민원 서비스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근거 없는 허위주장’이라는 대검찰청의 허위주장 / https://newstapa.org/article/kMQss)

시민단체,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이원석 총장 고발… 공수처 ‘침묵’

이후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이원석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총장의 혐의는 업무상 횡령 또는 업무상 배임, 국고손실죄 등이다. (관련 기사: ‘특활비 민원실 격려 지급’ 이원석 검찰총장, 공수처에 고발 / https://newstapa.org/article/-lf8E)
피고발인(이원석)은 현직 검찰총장인 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건수사나 정보수집활동에 사용해야 할 특수활동비를 전국의 일선검찰청 민원실에 ‘격려’ 명목으로 지급함으로써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 횡령 또는 업무상 배임의 죄를 저질렀으므로 이를 고발합니다. 

이원석 총장에 대한 3개 시민단체의 공수처 고발장 (2024.2.28.)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이후 넉 달이 지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인 6월 13일, 대표 고발인인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에게 “수사 중”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게 전부다.
▲올해 6월 13일, 공수처가 대표 고발인인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검찰, ‘격려금 예산’ 따로 편성돼 있는데도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지급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는 이원석 총장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 의혹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황 증거를 찾아냈다.
단서는 2020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19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검찰의 예산 항목 중 ‘기타운영비’에 주목했다. (원문: 2019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 109p / https://viewer.nabo.go.kr/streamdocs/view/sd;streamdocsId=72059315647763820)
▲2020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19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
2019년 검찰이 쓴 기타운영비 예산은 10억 9,900만 원이다. 그런데 이 기타운영비에는 다름 아닌 ‘격려금 지급 예산’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타운영비는 과 운영비, 비서실 운영비, 시험에 소요되는 출제수당 및 면접수당 등 시험관리비, 축 · 조의금 및 격려금 지급을 위한 경비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
검찰의 기타운영비, 이 중에서 ▲‘수사일반’ 항목 아래에 있는 ▲‘수사일반 활동 지원’ 항목이 바로 검사 등에게 ‘격려금’으로 지급되는 예산이다. 기타운영비 속에 격려금 예산이 별도로 책정돼 있는 것으로, 특수활동비에서 격려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 보고서에서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더 명시했다. 이 ‘격려금 예산’이 애초에는 특수활동비에 포함돼 있다가 떨어져 나온 예산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가 직접 밝힌 사실이다.
법무부는 수사일반 사업의 수사일반 활동 지원은 과거 특수활동비가 기타운영비로 전환된 것으로서 전국 66개 검찰청의 운영비 및 격려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
정리하면 ▲검찰에는 격려금 지급 용도로 쓰이는 ‘기타운영비’라는 예산이 별도로 존재하고 ▲이 같은 격려금 예산은 특수활동비 예산에 포함돼 있다가 떨어져 나왔다.
법무부가 격려금 지급 예산을 특수활동비에서 분리한 이유는 명백하다. ▲검사나 수사관들에 대한 격려금은 ‘기타운영비’에서 쓰고 ▲특수활동비는 말 그대로 특수활동 수행에만 쓰라는 취지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에도 “기타운영비 등 다른 비목으로 집행이 가능한 경비는 특수활동비로 집행하는 것을 지양한다”며 특수활동비를 격려금 용도로 쓰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

이원석 총장, ‘격려금 부족’ 등 불가피한 사유 없는데도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부정 사용

이처럼 ▲법무부가 검찰 예산 중 격려금 예산을 따로 책정해 놓았고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쓰지 말라는 정부의 예산 지침까지 존재하는데도, 이원석 총장은 이 모든 것을 어기고 특수활동비를 검찰 직원 격려금으로 쓴 것이다. 
그렇다면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전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검찰 내부 사정이라도 있었을까? 뉴스타파는 격려금 예산인 기타운영비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23년 대검찰청 기타운영비 중 격려금 예산의 집행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2023년 대검찰청 기타운영비(격려금 예산)의 사용 내역에 대한 분석 결과
확인 결과, 이원석 총장이 2023년 한 해 동안 집행한 검찰의 격려금 예산은 총 2억 2,770만 원이었다. 2023년 1월부터 5월까지 쓴 격려금 예산은 7,770만 원. 이원석 총장이 특수활동비를 검찰청 민원실 직원에게 격려금으로 돌린 6월 당시, 이 총장이 쓸 수 있던 격려금 예산은 1억 5천만 원이었다. 
그렇다면 격려금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돌려쓴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이원석 총장은 특수활동비를 검찰청 민원실 직원에게 격려금으로 돌린 2023년 6월 한 달에만 격려금 예산으로 15개 검찰청에 1,550만 원을 나눠줬다.  

끝없는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의 증거… 세금을 ‘쌈짓돈’, ‘주머닛돈’으로 여기는 검찰

관련 지침을 무시하고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부정 사용한 사례는 이원석 총장 때만이 아니다. 뉴스타파를 포함한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의 취재를 통해 드러난 것만 ▲2021년 10월 18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의 ‘국정감사 우수 검사 격려금’ 50만 원 지급, ▲2018년 1월 22일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의 ‘2017년 4분기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 우수 사례 대검 격려금’ 50만 원 등이다. (관련 기사: 검찰 특활비로 기밀 수사? “검사님 국정조사 격려금, 경조사비” / https://newstapa.org/article/-lbdT)
지금까지의 뉴스타파 취재 결과가 가리키는 것은 이원석 총장을 포함한 역대 모든 검찰총장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침을 어기고 상급 기관인 법무부를 수시로 무시하며 특수활동비를 부정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수처의 수사 의지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취재임선응 조원일
영상취재김희주 신영철
CG정동우
편집장주영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