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 특수활동비 오·남용 의혹을 받는 이원석 검찰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3개 시민단체는 오늘(28일) 오전, 공수처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총장의 특수활동비 오·남용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공수처에 접수했다.
이원석 총장,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 명목으로 특활비 지급
이원석 총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6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건 수사’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특활비)를 기밀 수사와 무관한 검찰청 민원실에 일괄 지급한 혐의(업무상 배임·횡령 등)를 받는다. 앞서 뉴스타파는 검찰 내부 공익제보자인 최영주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과 만나 이 총장이 지급한 특수활동비(특활비) 증빙 서류와 이를 뒷받침하는 검찰 내부 통신 내역 등을 확보해일선 민원실에 ‘격려금’ 명목으로 특활비가 집행된 사실을 보도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 6월 20일 당시 천안지청장을 통해 특활비 100만 원을 천안지청 민원실에 전달했다. 수도권 검찰청 소속 민원 담당자들과 오찬을 가진 직후였다. 또 이날 오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는 전국 검찰청에 “금일 총장님께서 민원 담당자들을 격려하고자 수사활동지원비를 지급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배포했다. 같은 날, 천안지청을 포함한 전국 여러 민원실에 수사활동지원비, 즉 특활비가 뿌려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청 민원실은 민원이나 고소·고발 접수, 제증명 발급, 세입, 열람 등사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대표적인 비수사 부서다.
▲ 2023년 6월 20일 16시 20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가 배포한 메시지
게다가 특활비 지급 명목은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이 아닌 ‘민원 담당자 격려’였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사건 수사와 정보 수집 활동에만 쓸 수 있는 예산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돼 있다. 단순 격려 목적으로 특활비를 지급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기획재정부 지침에는 특활비 집행 방법이 명시돼 있는데,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며”라고 돼 있다. 따라서 비수사 부서인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특활비를 일괄 지급한 것은 지침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총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설사 민원실 업무 중 일부가 수사 또는 정보 수집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정보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밀 유지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 사건 수사엔 사용할 수 없고, 따라서 검찰청 민원실은 특수활동비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활비 오·남용에 업무상 배임, 횡령은 물론 국고손실죄도 적용 가능
3개 시민단체는 이 총장에 대한 고발장에서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지급된 특활비를 수천만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천안지청뿐 아니라, 다른 검찰청 민원실에도 특활비가 지급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산 용도에 맞지 않게 특활비가 쓰인 것은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이 시민단체 측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기소했던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 횡령 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한 법리에 따르면, 특활비를 그 용도와 사용 목적에서 벗어나 위법하게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된다. 또 이는 위탁의 취지 및 위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위탁자인 국가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이므로 피해 규모(1억 원 이상)에 따라 국고손실죄가 성립될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 2021. 1. 14. 선고 2019노2678 판결)
하승수 변호사는 “누구보다도 법을 지켜야 할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 명목으로 특활비를 뿌린 것은 그 용도를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철저히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며 “더구나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의 특활비 오·남용에 대해 업무상횡령과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해 기소했는데, 검찰조직 내부에서 일어난 특활비 오·남용을 그냥 넘어간다면 헌법이 정한 ‘법앞의 평등’이 깨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