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로 기밀 수사? “검사님 국정조사 격려금, 경조사비”

2023년 09월 25일 10시 0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그리고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이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을 꾸려 사상 처음으로 전국 67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예산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과 오남용에 관한 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를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검찰이 ‘수사·정보 수집 등 기밀 활동’으로 용처가 한정돼 있는 특수활동비를 전출 기념사진 제작, 공기청정기 월 임대료, 휴대전화 요금 납부 등에 오남용한 사례가 확인된 가운데, 이번에는 ‘국정감사 우수 검사, 직원에 대한 격려금’과 검사들의 ‘경조사비’로 특활비를 전용한 예산 부정 사용 의혹이 추가로 드러났다. 
단순한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을 넘어, 특수활동비가 검찰의 ‘주머닛돈’으로 불법 전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확인되는 것으로, 전국 67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주머닛돈’ 특수활동비① 국정감사 검사·직원 격려금

2021년 10월 18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이 집행한 특수활동비의 지출 증빙서류를 보면, 누군가 A4 1장짜리 ‘영수증’에 서명하고 국민 세금 5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아 갔다.
▲ 2021년 10월 18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이 집행한 특수활동비 50만 원의 지출 증빙서류
영수증에는 ‘수사 및 정보 활동 등 경비 집행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집행내역 확인서 작성을 생략한다’고 적혀 있다. 이런 명분을 내세워 검찰은 지금껏 세금을 낸 주권자를 비롯해 국회의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 공개 요구를 묵살해왔다. 
실제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 여부를 검증할 수 없게끔, 특수활동비를 누가, 왜 받았는지, ‘수령자’와 ‘사유’ 부분을 먹칠로 가렸다. 
▲ 2021년 10월 18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이 집행한 특수활동비의 지출 증빙서류. 특활비를 누가, 왜 받았는지, ‘수령자’와 ‘사유’ 부분을 먹칠로 가렸다.
그런데 특수활동비 영수증을 불빛에 비춰보니, 검찰이 먹칠로 가린 집행 사유 부분에서 언뜻 언뜻 글자가 보였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먹칠 부분의 밝기를 조정했다. 먹칠 아래 가려져 있던 특수활동비 집행 사유가 서서히 드러났다.
▲ 먹칠 아래 가려져 있던 특수활동비 집행 사유. ‘국정감사 우수검사 격려’라고 적혀 있다.
확인 결과, 검찰이 가린 특수활동비의 집행 사유는 ‘국정감사 우수검사 격려’였다. 즉, 2021년 10월 18일, 부천지청은 수사나 정보 수집 등 기밀 활동을 한 검사가 아닌, 국회 국정감사에 잘 대응한 검사에게 수고했다며 특수활동비 50만 원을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날, 부천지청이 국정감사 우수검사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우수직원’에게도 특수활동비 30만 원을 ‘격려금’으로 준 것으로 확인됐다.
▲ 먹칠 아래 가려져 있던 특수활동비 집행 사유. 이번에는 ‘국정감사 우수직원 격려’라고 적혀 있다.
격려금은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 주기 위하여 주는 돈. 반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등의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특수활동비를 정보 및 사건수사 등의 경비가 아닌, 검사와 직원에게 격려금으로 나눠준 것. 특수활동비라는 예산의 목적과 취지를 완전히 벗어난 세금 부정 사용이자 예산 오남용이다.
▲ 특수활동비를 정보 및 사건수사 등의 경비가 아닌 검사와 직원에게 격려금으로 나눠준 것은 예산의 목적과 취지를 완전히 벗어난 세금 부정 사용이자 예산 오남용이다.
이 같은 세금 부정 사용, 예산 오남용의 최종 결재권자는 당시 김형근 부천지청장이다. 뉴스타파는 김 전 지청장에게 세금 부정 사용, 예산 오남용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지금은 현직에 있지 않으니, 검찰에 확인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 전 지청장은 올해 퇴직한 뒤 대형 로펌에 재직 중이다. 
검찰에 있을 때의 업무니까요. 제가 현직에 있으면 그 업무에 관해서 말씀드리는 게 맞을 수 있는데 지금 저는 이제 현직을 떠났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검찰 내에 계신 분들께 적정한 사용이었는지 여부에 대해서 확인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형근 전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
공동취재단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도 특수활동비를 검사, 직원들을 위한 격려금으로 쓴 세금 부정 사용, 예산 오남용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부천지청은 현재까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 ‘주머닛돈’ 특수활동비 ② 검사들의 경조사비

공동취재단은 경상북도의 한 지방검찰청을 찾아가 특수활동비 등 예산 자료를 수령하는 과정에서 검찰 직원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취재진은 특수활동비 자료를 검수하면서 돈을 지급한 날짜와 수령 일자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검찰 직원이 특수활동비를 검사와 직원을 위한 경조사비로 지급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답한 것이다.
(특수활동비가) 보통 경조사로 나갈 경우에는 먼저 지급을 하고 검사가 휴가를 복귀하신 다음에 이제 서명을 받거든요.

A 지방검찰청 관계자
경조사비는 경사스러운 일과 불행한 일에 보탬이 되도록 내는 비용인데, 이를 다름 아닌 특수활동비 예산에서 꺼내줬다는 검찰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다. 예산의 목적과 취지를 완전히 벗어나 국민 세금을 검찰의 주머닛돈처럼 쓴 세금 부정 사용, 예산 오남용이다.
▲ 특수활동비를 정보 및 사건수사 등의 경비가 아닌 검사들을 위한 경조사비로 집행한 것은 예산의 목적과 취지를 완전히 벗어난 세금 부정 사용이자 예산 오남용이다.
특히 이 검찰 직원의 진술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보통 경조사로 나갈 경우’라는 대목이다. 검찰이 특수활동비 예산에서 경조사비를 내는 행위가 단지 일회적이지 않고 관행처럼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의 전국 67개 지방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 추적은 계속된다. 
제작진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영상취재오준식, 최형석
CG정동우
편집윤석민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데이터김지연, 연다혜, 전기환, 최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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