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참사 현장 인근에 위치한 이 작은 공간이 자연스럽게 시민 추모의 공간이 된 것이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한다. 커피를 한잔 두고 가는 이도 있고, 국화 꽃 한송이를 두고 가는 이도 있다. 희생자들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민들은 자꾸 이곳을 찾는다.
이태원역 1번 출구 한켠에는 작은 책상이 있다. 이곳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시민들은 '포스트잇' 메모지에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한글자씩 글로 써내려 간다. 누군가는 ‘급하게 오느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해 메모를 쓰는 것 밖에 해줄 게 없다’고 미안해 하고, 또 누군가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기억하겠다',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떠나간 희생자들의 추위를 걱정하며 ‘추울까봐 장갑을 가져왔다'는 초등학생의 메모가 있고, ‘선생님이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늘 보이던 니가 보이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선생님의 메모도 있다. 마지막으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꿈에 자꾸만 친구가 나와 찾게 되었다는 메모도 있다.
메모 속에서 시민들은 먼저 떠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미안해 하고 있다. 그리고, 편히 쉬라고 말한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교묘한 말들로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이, 동시대를 살았던 시민들은 오늘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모인다. 시민들이 남긴 메모 속에 새겨진 말들을 차분히 들여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