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기자 밥값으로 얼마나 썼을까?
2015년 03월 24일 15시 05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완구 국무총리,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에 대한 질의가 쏟아지자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저에게) 3천만 원을 줄 정도라면 후원금이라도 줬어야 한다. 후원금을 안 받았다는 것은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다른 동료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다 받았으며 제가 공개할 수 있다. 선관위에 가면 알 수 있다.”
이 말이 사실일까요? 뉴스타파는 선관위가 공개한 10년 치 국회의원 후원금 목록에서 성완종 전 회장이 연간 300만원이 넘는 고액 정치 후원금을 낸 적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선관위는 한 의원에게 연간 300만 원이 넘는 정치 후원금을 내는 경우에만 기부자 이름 등 인적사항을 공개합니다. 2008년 이전에는 기준이 120만 원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즉, 성 전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정치 후원금 제도라는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서는 공개적인 후원금을 낸 적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완구 총리의 거짓말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별로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일국의 총리인만큼 최대한 선의를 베풀어 거짓말이 아닐 가능성을 더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성 전 회장이 본인 명의가 아니고 회사 임원들의 이름을 빌려 후원을 하지는 않았을까요? 뉴스타파는 다시 선관위가 공개한 10년 치 후원금 목록에서 성 전 회장이 이끌던 경남기업과 대아레저산업, 두 회사의 등기부 등본에 나온 등기 이사들의 이름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경남기업과 대아레저산업의 등기 이사들은 모두 8번에 걸쳐 3천 4백만 원의 정치 후원금을 냈습니다. 이 가운데 5건, 2천 2백만 원은 모두 성완종 전 회장에게 낸 후원금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사의 이사들이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회장님에게 한사람당 적게는 4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의 후원금을 낸 것이지요. (이들이 정말로 이 돈을 개인적으로 낸 것인지, 아니면 회사 돈으로 낸 것인지, 그도 아니면 성완종 전 회장이 이들의 이름을 빌려 “셀프 후원”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3건은 사외 이사들이 낸 후원금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 후원금을 숨기기 위해 사외 이사들의 이름을 빌렸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임좌순 이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출신, 전형수 이사는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의 유력 인사들로 성 전 회장이 사외 이사로 ‘모셔온’ 분들이었을 것입니다. 이들이 성 전 회장의 정치 후원금을 숨기기 위해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3건의 후원금은 성 전 회장과는 무관한 후원금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더군다나 이 가운데 두 건의 후원을 받은 이강래 전 의원은 19대때 낙선했고, 이훈규 한나라당 아산시 국회의원 후보 역시 낙선했습니다. 즉, 이완구 총리가 “동료 의원”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자, 그러면 “동료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성완종 전 회장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이완구 총리의 발언은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공개된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이라면 방금 보여드린 것처럼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완구 총리가 등기 이사들 외 다른 임직원들의 후원금을 말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완구 총리는 등기 이사도 아닌 사기업의 임직원 명단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밝혀야 합니다. 이완구 총리를 거짓말으로부터 구해줄 마지막 경우의 수는, 이총리가 300만 원 이하의 소액 후원금을 언급했을 경우입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소액 정치후원금과 관련된 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여서 영장이 없으면 열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완구 총리가 이같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총리로서의 직위를 이용했다면 직권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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