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남은 마지막 이태원 참사 생존자... 정부의 무대책

2023년 02월 22일 17시 00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고 100일 넘은 지금까지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자가 있다. 이 생존자는 참사 직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의식불명 상태다. 막대한 간병비가 들어가고 있지만,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못 받고 있다. 정부는 이 생존자와 관련된 대책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 생존자에 대한 취재를 통해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모든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의 약속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정부 정책에 얼마나 많은 사각지대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생존자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존자의 성명·나이·성별·거주지역·병원명 등 개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병원에 남은 마지막 이태원 참사 생존자

20대인 A 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소방 구급활동일지를 보면, 구급대가 A 씨를 발견한 시간은 밤 11시 32분, 참사 발생 1시간이 넘게 지난 후였다.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했던 상황이지만 당장 부를 수 있는 구급차가 없었다. 구급대원이 소방서 상황실에 무전을 했고, 새로운 구급차를 기다렸다. A 씨는 밤 11시 45분에서야 현장을 떠났고, 11시 55분 서울의 한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이송 이후 A 씨는 호흡과 맥박은 회복했지만 의식은 없었다. 빛을 비춰도 눈동자는 반응하지 않았고, 손발도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과 맥박, 그리고 청각만 살아 있었다고 한다.
병원은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hypoxic ischemic encephalopathy)이라고 진단했다. 장시간 심정지가 지속되며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뇌 기능이 망가졌다는 의미였다. A 씨 어머니에 따르면, 병원은 A 씨에 대해 "언제 깨어날지 모르고, 혹여 의식이 돌아온다 해도 정상적인 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월 22일 현재에도 A 씨는 깨어나지 못한 채 병원에 있다. 지난 1월 중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참사 생존자 197명 중 A 씨를 제외한 모든 생존자는 이미 퇴원한 상태다. A 씨는 병원에 남은 마지막 이태원 참사 생존자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는 모두 197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현재(2월 22일 기준) 병원에 남아 있는 생존자는 전국에서 딱 1명이다. 이 생존자는 참사 직후부터 쭉 의식 불명이다. 

간병비, 이태원 참사 피해자 지원의 사각지대 

참사 직후부터 줄곧 의식이 없던 A 씨는 생존을 위해 24시간 간병이 필요했다. 수시로 대소변을 치우고, 목 안에 있는 가래를 빼내고, 콧줄 식사를 위해 사용하는 피딩백(feeding bag)을 닦아야 했다. 손발의 근육이 강직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팔과 다리를 접었다 펴주는 재활 치료도 해야 했다. 열이 나면 심정지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체온과 심박수도 계속 지켜봐야 했다. A 씨 진단서에는 "스스로 케어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로 간병 필요함"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A 씨 가족은 간병비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없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만든 '이태원 사고 의료비 지원 지침'에는 간병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대상엔 치료비와 약제비 등만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A 씨 부모는 병원에 파견나온 서울시 공무원에게 간병비와 간병 물품 지원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답변은 '불가하다'였다.  
저희 남편이 지난해 11월쯤 병원에서 서울시 공무원한테 간병비가 지원이 되느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사례가 없다. 간병 관련해서는 지원이 안 된다'고 잘라서 말을 했어요. 오히려 저희한테 심리 상담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중환자실에서 애가 의식도 없이 살지 말지도 모르는데, 그걸 놔 두고 부모가 무슨 심리 상담을 받습니까. 도대체 그게 말이라고 하나요.

이태원 참사 생존자 A 씨 어머니
정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생존자에 대한 간병비 지원은 불가능하다. 병원에 남은 마지막 생존자 A 씨에게는 매번 막대한 간병비가 들어가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정부 지원도 없는데, 간병비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종합병원에서는 간병인(보호자 포함)도 환자처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입원 절차를 거쳐야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간병인은 1명으로 제한되고, 한 번 들어오면 외출도 안 된다. 환자 퇴원 때까지 같이 있든, 아니면 병원을 아예 나가든 해야 한다. 주간 혹은 야간만 일하는 간병인을 구해 가족과 교대로 간병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다.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는 간병인만 쓸 수 있었다. 게다가 간병인들은 단기 계약을 피했다. 번거로운 입·퇴원 절차를 감당하고 코로나19 검사를 자주 받고 싶어 하는 간병인은 없었다. 최소 1~2달씩 연속해 간병인을 써야 했다. 
A 씨 어머니는 "간병비를 물어보니 하루에 15만 5천 원이라고 했다. 더 달라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달(30일 기준) 간병비가 465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기저귀나 물티슈, 욕창 방지 매트리스 등 간병 물품비까지 포함하면, 매달 500만 원 이상이 든다. 
결국 간병비가 부담스러웠던 A 씨 어머니는 처음엔 혼자 간병을 전담했다. 하지만 곧 힘에 부쳤고, 건강도 안 좋아졌다. 다행히 병원의 도움으로 잠시 단기 계약 간병인을 구했고, 어머니와 간병인은 1~2주 단위로 돌아가며 A 씨를 관리했다. 그렇게 올해 1월 말까지 5주 동안 간병비로만 5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
A 씨 가족은 앞으로 들어갈 간병비가 아득하다고 호소했다. A 씨 어머니는 간병에 몰두하다가 지난해 11월 실직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관할 시청 자료에는 A 씨 가족이 "가구 구성원 간병으로 인한 소득 미미" 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지자체의 '사각지대 해결 요청'에도 정부는 무대책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관할 도청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부에 공문을 보내 의료비 지원 지침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알렸다. 뉴스타파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이 공문을 입수했다. 공문에서 도청 측은 "의식불명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A 씨 가족에 대한 간병비 등 경제적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공문 수신처는 이태원 참사 중대본의 핵심 부처였던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였다.  
하지만 공문을 받은 국무조정실과 행안부, 보건복지부는 두 달이 넘도록 간병비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의료비 지원 지침을 만든 중대본이 이미 지난해 12월 2일 해체됐기 때문에 국무조정실과 행안부, 보건복지부 모두 지침 개정이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는 식이다. A 씨 관할 도청 관계자는 "의료비 지원 지침에 간병비 항목만 넣으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이미 중대본이 사라진 뒤여서 지침을 누가 개정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난처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방치 속에서 그동안 A 씨 가족은 관할 지자체의 우회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시·도청은 A 씨를 긴급복지 사례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간병비와 생계비를 줬고, 민간 기부금단체에 A 씨를 생계비 지원 대상자로 추천하는 등 여러 경로를 모색했다. 하지만 모두 단기·일회성 지원일 뿐이었다. 지원 금액을 다 합쳐도 서너 달치 간병비에 불과했다. 관할 도청 관계자는 "우리는 단편적인 것 밖에 지원을 못 한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에서는 답보 상태다"라고 말했다. 관할 시청 관계자도 "이제는 민간 구호·후원단체 등을 통한 지원 말고는 남은 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A 씨의 치료, 간병비 문제 등과 관련해 관할 도청이 지난해 12월 정부에 보낸 공문. A 씨에 대한 체계적인 의료 지원과 간병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정부는 공문을 받고 두 달이 넘도록 간병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행안부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에 연락해 A 씨 간병비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는지, 대책은 무엇인지 물었다. 세 부처 모두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행안부 측은 "현재 법 체계로는 간병비가 책정돼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검토한 결과 직접적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간병비에 대해선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을 특정해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민간단체 등을 통한 우회 지원방안 등이 있다고 A 씨 보호자에게 전달했다. 다른 생존자들에게도 간병비 직접 지원은 하지 않았다. 현행법으로는 어렵다. (장기적인 대책은) 정치권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 때도 입원 당시 지출된 간병비는 의료비에 해당해 소급 지원하기로 결정됐고, 세월호 참사 때도 법제처는 세월호 특별법에 근거해 추가 발생한 간병 항목도 의료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A 씨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의식불명이 됐고, 몸에 경직이 있어 간병 치료가 필수적이다. 현재 심리치료비와 비급여 진료비도 지원하고 있는데, 간병비가 안 될 이유가 없다. 의료비 지원 지침만 수정하면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료비·간병비 지원은 사회적 참사에 관한 배상적 성격이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예방·대비 미흡으로 발생한 사회재난이다. 지난 국정조사로 과실이 분명히 드러난 만큼, 정부는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A 씨를 포함한 모든 생존자에 대해 간병비를 일괄 소급 지원해야 한다. 의원실 차원에서도 행정안전부 등에 지속적으로 (간병비 문제에 대한) 소관 부처를 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보 상태다. (A 씨의 문제가) 언론에 알려지지 않고, 이미 국정조사도 끝난 상태여서 대응하지 않는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용혜인 / 기본소득당 의원

어머니는 자식을 포기할 수 없다

A 씨는 지난달 말 병원을 옮겼다. 의식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재활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병원을 옮긴 뒤 A 씨 간병은 모두 어머니가 전담하고 있다. 지자체와 민간단체에서 받은 지원금은 나중을 위해 일단 모아두고 있다. 자신이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생기는 등 직접 간병이 어려울 때 써야해서다. 어머니는 "지금까지 받은 게 마지막 지원금일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벌써 한 달째 24시간 병원살이 중이다. 
하루가 정말 빡세요. 아침 5시 반에 눈 떠서... 저희 애는 다른 사람보다 다 늦어요. 밥 먹이고 기저귀 갈고, 씻기고 하다 보면은 정신없죠. 남들은 다 저녁 7시, 8시 되면 끝나서 자는데 저는 9시가 돼서도 일이 안 끝나요. 잠은 보조 침대에서 자고, 새벽에 두세 번 일어나서 기저귀 확인하고, 애가 기침하면 석션 해 주고… 열이 나거나 어디가 안 좋아졌다고 하면, 저는 그냥 밤을 새워야 해요. 애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도 기가 막히고 모르겠어요, 이게 사는 건지.

이태원 참사 생존자 A 씨 어머니
현재 A 씨의 상태는 참사 직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아진 게 있다면, 전에는 흔들림이 없던 눈동자가  약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제 의식을 회복해 퇴원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A 씨 어머니는 "뇌 뒤쪽이 시각을 담당하는데, 거기가 너무 많이 다쳤대요. 그래서 다시 눈으로 보는 건 힘들다네요. 폐도 좋지 않고요. 하루에도 팔에 주사를 네다섯 대는 맞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포기할 수 없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매달릴 작정이다. 다만 관심도 대책도 없는 정부가 야속할 뿐이다. 어머니는 "누가 그러더라고요. 이제 병원에 한 사람밖에 안 남았으니 (정부에서) 관심이 없는 거라고요"라고 말했다. 
1년, 2년 앞으로가 생각이 안 돼요. 그냥 하루하루 돌보는 거죠. 유가족 협의회나 다른 데 연락도 하고 싶지만, 전화기를 들고 있을 시간도 없어요. 그 시간에 애 다리 강직된 거 한 번 더 주무르고, 손 강직된 거 손 한 번 더 만져주고 이래야 하는 심정이죠. 지금으로서는 그거밖에 눈에 보이는 게 없어요. 얘는… 내 몸이 그냥 부서지고 뭐를 해도 괜찮아요.

이태원 참사 생존자 A 씨 어머니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정형민 김기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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