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두 번째인데, 2022년 8월 취임 100일 회견 이후로 1년 9개월 만입니다. 대통령실 표현대로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70분가량 질의응답이 있었으나, 현재 국정 난맥상을 풀기에 충분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지켜보면서 답답함이 컸을 겁니다.
검찰 개혁 이슈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22대 새로운 국회의 개원을 앞둔 지금, 뉴스타파는 다시 한번 검찰 예산 이슈를 꺼냅니다. 검찰을 포함해 정부 조직의 민주적 통제와 개혁의 출발은 그들이 쓰는 예산의 투명한 공개에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준비한 영상은 20개월간 검찰 수장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잘 아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신용카드나 계좌보다 현금 이용을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탈세를 노린다던가, 뇌물이나 뒷돈 같은 ‘검은돈’을 만지는 범죄자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들이 현금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현금은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획득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처와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투명한 관리가 힘든 탓에 정부 기관이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최소한의 회계규정을 갖춘 기업에서 회삿돈을 다루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매년 수십억 원씩 현금으로 쓰는 공무원 집단이 있습니다. 되도록 현금으로 쓰지 말라고 해도 도무지 지키지 않습니다. 단 한 번도 거액의 현금을 누가, 어디에, 어떻게, 어떤 이유로 썼는지 제대로 된 외부 감시를 받아본 적도 없습니다. 그동안 국회를 포함해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했습니다. 이 조직은 바로 공정과 진실, 정의와 인권, 청렴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 검찰입니다.
검찰이 일상적으로 쓰는 이 문제적 현금의 이름은 ‘특수활동비’입니다. 검사나 수사관이 기밀수사나 범죄 정보 수집 같은 공무를 처리하다 보면, 경비가 들 테니 거기에 쓰라고 배정된 국가 예산입니다. 지출증빙이 느슨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다른 예산처럼 특활비 역시 투명하고 꼼꼼한 관리는 기본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법은 여느 정부 기관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대범’합니다. 국고 계좌에 있던 특활비 예산을 현금으로 대량 인출하는 방식부터가 남달랐습니다. 검찰은 어떤 ‘꼼수’를 써서 국고 계좌에 있는 특활비를 현금으로 만들었을까요.
현금으로 인출된 특활비가 흐르고 흘러 ‘저수지’를 이룬 곳은 검찰총장실 금고였습니다. 검찰총장과 비서실 직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이 금고에서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집니다. 장부상으로는 돈이 다 떨어졌는데, 금고에서는 현금이 쉬지 않고 나옵니다. 검찰총장실 금고가 전설의 보물단지 ‘화수분’이 아니라면, 국가 예산 감시망 어딘가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게 아닐까요. 이 모든 게 범죄자를 처벌하는 검찰의 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면 누가 바로 잡아야 할까요.
뉴스타파는 수년 간의 정보공개청구 소송 끝에 받아낸 검찰의 특수활동비 기록을 지난 1년간 분석·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복잡하고 생소한 제도와 규정을 방패 삼아 질문의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곧 개원할 22대 국회에서만큼은 검찰의 특활비 오남용 의혹을 해소하고 예산 시스템이 고쳐지기를 바라며 ‘한 번에 정리하는 검찰 특활비와 총장님의 현금저수지’ 영상을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