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⑧ ‘박재벌’ 통화내역, 청와대 그리고 22명의 검사들
2019년 09월 26일 08시 00분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스폰서 김 씨가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박수종 변호사를 각각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 스폰서 김 씨는 오늘 (10월2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한 고발장에서, 박수종 변호사가 자신의 금융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던 김형준 전 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은 “단순한 금전거래가 아닌 대가성이 명백한 뇌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박수종 변호사가 김형준 전 검사에게 제공한 금품은 4천만 원, 향응은 천만 원 상당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16년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이 불거진 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에서 이미 확인한 내용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범죄 혐의를 사실상 덮었다.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6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박수종 변호사는 2015년10월 29일, 미공개정보이용으로 인한 자본시장법위반 혐의자로 금융위로부터 수사의뢰 돼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피의자 신분이었고 김형준 부장검사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이었다. 스폰서 김 씨는 고발장에서, 박수종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이었던 2015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수사책임자였던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천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향후 박수종 변호사의 카드 내역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스폰서 김 씨는 김형준 전 검사가 자신의 부하 검사에게 수사의 조속한 진행을 요구하는 한편, 박수종이 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2016년 1월 12일에도 박수종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지적했다. 박수종과 김형준의 통화 사실은 뉴스타파가 입수해 보도한 통화내역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내역에 따르면, 2015년 9월부터 11월 사이 박수종 변호사와 김형준 검사는 총 61회 통화하고 26회 문자를 주고 받았다.
스폰서 김 씨는 또 박수종 변호사를 ‘피의자’로 명시한 검찰총장 명의의 ‘검사 징계청구서’도 증거로 제출했다. 뉴스타파가 이미 입수해 보도한 바 있는 이 징계청구서에는 김형준 검사가 “피의자였던 변호사와의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했다고 적혀 있다. 스폰서 김 씨는 해당 문건은 검찰이 두 사람의 관계를 피의자와 수사책임자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스폰서 김 씨는 이와 함께 2016년 3월부터 9월 사이 박수종 변호사가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제공한 4천만 원 역시 뇌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종 변호사는 김형준 변호사에게 2016년 3월 7일에 천만 원, 2016년 7월 27일에 천만 원, 2016년 9월 2일에 2천만 원을 제공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된 바 있다. 돈을 건넨 시점이 비록 김형준 부장 검사가 남부지검을 떠난 2016년 1월 13일 이후라 하더라도, 김 전 부장검사가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 본부장으로서 서울 남부지검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고발을 대리한 법무법인 민본의 민병덕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금품 수수 시기가 직무집행 전후인지와 무관하게, 심지어 장래에 담당할 직무도 뇌물 수수에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전 검사가 박수종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을 뿐이며 이후 모두 갚았다”는 주장에 대해 고발을 대리한 법무법인 민본의 민병덕 변호사는 “뇌물죄의 핵심은 처음 돈을 건넬 때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목적과 의도”라며 “돈을 갚았는지 여부는 뇌물죄의 성립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당시 박수종 변호사와 김형준 검사 간 부적절한 금품거래의 정황을 파악하고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수사팀에서 뇌물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기소하고, 뇌물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은 징계사유에 포함하여 최고 수준의 중징계인 ‘해임’처분하였다”면서 “특별감찰팀의 진상확인 결과, 관련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 밖의 수사무마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스폰서 김 씨의 고발대리인 민병덕 변호사는 “세 차례의 금전거래 모두 피의자 신분이었던 박수종 변호사가 자신의 수사책임자인 김형준 검사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일반적인 대여금 성격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폰서 김 씨는 다른 검사들의 추가 고발도 시사했다. 김형준 전 검사의 뇌물 수수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었음에도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 특수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스폰서 김 씨는 추가 고발 대상으로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을 포함,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차장검사와 특별감찰팀 소속 검사들을 지목했다.
취재 | 김새봄 심인보 김경래 |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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