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폭력 총장이 복귀했습니다

2022년 03월 31일 10시 16분

전 국민의 대형 이벤트인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든 되지 않았든, 우리는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선 이슈에 몰입해 있던 기자들도 어수선한 마음을 가다듬고, 대선 기간 혹시 놓친 취재가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지난 이메일 함을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1월 24일에 왔던 이메일 제목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협성대 총장이 오늘 복귀합니다.”
대선 기간 바쁘다는 핑계로 간단히 답장을 보내고는 무심코 흘려보냈던 이메일. 그 이메일의 제목에서 저한테는 매우 낯익은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협성대 총장.’ 협성대 박명래 총장은 작년 ‘교직원 폭행’ 사건으로 언론에 여러 차례 이름이 올랐던 소위 '유명 인사'입니다. 
지난해 6월 대낮에 대학교 건물 복도에서 총장이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멱살잡이를 했던 사건, 아마 기억하실 텐데요. (관련기사> 협성대 총장님의 ‘보이지 않는 손’)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학교에 신고하고,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었죠. (관련기사 >총장님의 폭행을 신고했더니 생긴 일)
▲ 지난해 6월 10일 협성대학교 신학관 건물에서 찍힌 CCTV 영상 화면. 박명래 총장이 이 대학 신학과 건물에서 교직원의 멱살을 잡고 건물 밖으로 끌고 나가고 있다.  
이후 뉴스타파가 폭행 정황이 담긴 CCTV와 음성녹음 파일 등을 분석해 보도하면서 박 총장의 적나라한 폭력 행위가 추가로 드러났고, 변화의 조짐이 일었습니다. 코로나19로 조용하던 대학가에서 교수와 직원, 학생들까지 나서서 박 총장의 퇴진 시위를 벌인 거죠.
우여곡절 끝에 학교법인이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늦게나마 조사를 벌였고, 박 총장의 중징계 처분을 이사회에 권고했습니다. 이 권고를 받은 학교법인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22일 박 총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교원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고요.
▲ 협성대 신학대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21일, 박 총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 앞에 국화를 올려 놓으며 기도회 형식의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사립학교법과 협성대 학교법인 정관에는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이사장이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 처분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박 총장의 행위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라는 점에 이사들 간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징계위원회만 열리면 박 총장의 징계가 가결될 거라는 게 당연한 예상이었습니다. 이렇게 사건 발생 넉 달 만에 일어난 작은 변화에 당시 저는 호기롭게 [변화]라는 타이틀까지 붙여 기사를 썼는데요. (관련 기사>[변화]'직원 폭행' 협성대 총장, 넉 달 만에 직위 해제)
아니 그런데, 그 총장님이 그냥 복귀를 했다니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말입니다. 섣불리 기사에 [변화]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 같아 민망했습니다. 제가 간단히 답장을 보내 놓고는 무심코 흘려보낸 이메일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 속에는 박 총장의 퇴진을 위해 가열하게 싸웠던 협성대 구성원의 허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교직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대자보를 붙여도 이 사단은 끝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사회는 왜 가만히 있는 것인지 또 궁금합니다.

협성대 구성원이 보낸 이메일 내용 중
그렇다면 궁금해집니다. 학교법인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의결해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했던 박명래 총장. 그는 어떻게 당당히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걸까요? 이사진 중에는 박명래 총장의 친구, 같은 교회 장로 등 측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미 징계위원회에 넘기기로 결정을 했었는데 말이죠. 

폭력의 가해자는 어떻게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알아보니 이랬습니다. 우선 전임 이사장이 할 일을 안 했습니다. 학교법인 정관 상 징계위원회 의결을 요구할 권한은 이사장에게 있습니다. 이사장이 징계위를 열어 징계를 결정하라고 징계위원회에 요구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겁니다. 교수 노조와 직원 노조가 이사장에게 요구해도 묵묵부답. 그렇게 3개월이 지나갔습니다. 
대신 이사장은 박 총장의 직위해제를 연장하는 안건을 지난 1월 17일 이사회 회의에 올렸습니다. 박 총장의 직위해제 기간인 3개월이 지나기 전에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협성대 학교법인 정관에는 이사장이 직위해제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명한다고 돼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앞서 직위해제 안건을 가결한 이사회 회의에선 직위해제 기간을 '10월 23일부터 징계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로 정했습니다. 상당수 이사들은 당연히 징계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직위해제 기간이 계속되는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장이 '직위해제 연장 안'을 회의에 올린 겁니다. 
일부 이사는 논의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사회 표결이 진행됐습니다. 결과는 찬성표 7인, 기권표 1인, 백지표 2인. 찬성표가 이사정족수(15인)의 과반인 8명에 미달돼 직위해제를 연장하는 안건이 부결됐습니다. 이사장은 직위해제 연장 안이 부결됐으니 박 총장의 직위해제 기간도 종료됐다고 결정했습니다.
협성대 총동문회, 직원 노조, 교수 노조, 신학대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협성대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이사회 결정은 자신들이 앞서 결의한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모순적 자기 부정”이라며 이사장에게 항의했습니다. 소용은 없었습니다. 
자기 모순적인 결론을 내린 이사장 덕분에 박 총장은 직위해제 기간 만료로 지난 1월 24일, 학교에 자동으로 복귀하게 된 겁니다. 박 총장을 성공적으로 복직시킨 전임 이사장은 지난 2월 19일로 임기를 마쳤고요.  
이사장은 왜 그랬을까요? 협성대 전 이사장은 학교법인의 모태가 된 서울 상동교회의 이성조 담임 목사입니다. 가해자인 박 총장은 같은 교회의 장로고요. 설마 목사님이 장로의 눈치를 봤을까 싶은데요. 교계에선 담임 목사 직을 오래 유지하려면 장로들의 신임이 필요하기 때문에, 목사가 장로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설마 그랬을까요? 이성조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박 총장의 징계를 미룬 이유를 물었습니다. 답변은 오지 않았습니다. 

소극적인 고용노동부, 뒷북 교육부 

이렇게 학교법인이 해야 할 일을 안 할 때,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고용노동부와 사립학교법을 적용하는 교육부입니다. 앞서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했던 사단법인 '직장 갑질 119'의 권두섭 대표 변호사는 “협성대 총장 사례처럼 크게 보도된 사건부터라도 노동부와 교육부가 특별 근로감독을 벌이거나 감사 등을 실시해 모범적인 직장 내 괴롭힘 조치 사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었는데요.
두 기관은 어땠을까요? 노동부는 참 소극적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학교의 조사를 믿을 수 없던 직원 노조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과 ‘폭행’ 혐의로 박 총장을 고발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 8조에는 사용자는 어떤 이유로도 근로자를 폭행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고, 제 76조 2에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장장 5개월의 조사 끝에 지난해 12월 박 총장이 두 개의 법 조항을 모두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폭행 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직장 내 괴롭힘 위반 사항에 대해선 벌칙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노동부가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박 총장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죠. 
그런데 벌칙 규정이 없다고 해도 권 변호사의 말처럼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습니다. 학교가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했는지,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피해자의 근로 여건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 근로 감독을 할 수 있는데, 거기까지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는 늘 ‘뒷북’이었습니다. 교육부는 ‘갑질 신고센터’를 마련해 놓고 교육 현장에서 발생한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제보 받고 있습니다. 직원 노조는 누가 보더라도 ‘갑질’인 박 총장의 폭행 건을 지난해 7월 교육부 '갑질 신고센터'에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하라”고 학교법인에 공문만 보냈을 뿐, 제대로 조사하고 조치를 했는지는 점검하지 않았습니다.
▲ 교육부는 '갑질 신고센터'를 통해 교육 분야 갑질과 직장 괴롭힘 제보를 받고 있다. 협성대 직원노조는 센터에 신고했지만 교육부는 진상조사를 하라는 공문만 보내고 손을 놓고 있습니다. 
문득 궁금했습니다. 교육부는 박 총장이 복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지난 3월 11일 교육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모르고 있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박 총장이 복귀를 했느냐”고 되묻더니 “교육부가 담당하는 학교가 한두 곳이 아니다 보니 개별 사안을 세세히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부도 같은 사안을 조사하고 있으니 노동부 결과까지 살펴 본 뒤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노동부 조사 결과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나왔는데, 이제서야 그 결과를 살펴보겠다는 교육부 답변을 믿어야 할지 참 난감했습니다. 
취재진이 전화를 걸고 난 후인 지난 3월 17일, 교육부는 학교법인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박 총장에 대한 현재까지의 조치 현황과 계획을 제출하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경고성 내용이었습니다. 교육부가 늦게라도 관심을 보였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교육부의 업무가 과중해 개별 사안의 처리 결과를 세세히 챙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다른 기관보다 뒷북 대응을 할 거라면 교육부 '갑질 신고센터'는 왜 따로 두고 있는 걸까요?
물론 이렇게 박 총장의 복귀로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박 총장의 거취가 달라질 수 있고, 그 전에 징계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조롭지는 않아 보입니다. 

총장의 구명 운동을 벌였던 교수들이 총장 징계 위원?

지난 2월 20일, 협성대 학교법인 이사장이 변호사인 유철환 씨로 바뀌었습니다. 유 이사장은 바로 박 총장에 대한 징계위 의결을 징계위원회에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원 노조에서 징계 절차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이상하죠? 직원 노조는 오랜 기간 박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징계를 요구했었는데요. 어렵게 재개된 박 총장의 징계 절차를 왜 중단하라고 한 걸까요?
그동안 학교의 비공개로 베일에 싸여있던 징계위원회 명단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징계 위원은 총 7명. 학교 교수 3명, 법인 이사 3명, 외부 변호사 1명으로 구성됐는데요. 교수 3명은 박 총장이 직위 해제 이전에 임명했던 보직 교수들로 확인된 겁니다. 이 교수들은 박 총장의 추천으로 징계 위원에 선임됐고요. 어떻게 징계 대상자가 추천한 사람이 징계 위원이 될 수 있었을까요?
학교법인의 한 이사는 "징계위원회에 참여하는 교수 위원은 통상 총장이 추천한 사람을 그대로 이사회가 받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교수들은 박 총장이 징계위에 회부되기 이전에 미리 징계 위원으로 추천해 확정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박 총장이 징계 대상자가 됐으니 박 총장이 추천한 징계 위원도 교체하는 것이 맞는데, 그 점을 미처 챙기지 못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징계 위원이 된 보직 교수들은 그 누구보다도 박 총장의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박 총장을 선처해 달라고 경찰서에 제출할 탄원서를 쓰거나, 제자들을 동원해서 박 총장 응원 시위까지 벌였던 교수들인데요. 철저하게 가해자의 편에 섰던 교수들이 이번에는 공정하게 박 총장의 징계 안을 심의할 수 있을까요?  (관련기사> [현장에서]"총장님, 사랑합니다"...'직원 폭행' 협성대 총장 응원 시위의 전말)  
▲ 지난해 10월 13일, 박명래 총장을 격려하기 위해 일부 교수들이 학생들을 동원해 진행한 박 총장 응원 시위. 시위대의 중앙에 서 있는 두 명의 보직 교수는 현재 박 총장 징계 위원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원회 회의는 지난 3월 21일, 예정대로 열렸습니다. 교수 징계 위원들은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에도 이사장을 찾아가 박 총장을 옹호하는 호소문을 전달했습니다. 한 법인 이사는 “중립적이어야 할 징계 위원이 대놓고 총장을 옹호하는 호소문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징계위원회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징계 위원 중 법인 이사 2명이 박 총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징계 절차 과정을 문제 삼으며 회의 도중 퇴장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무산이 예견된 징계위원회였습니다. 
다행히 지난 3월 25일부터 교원징계위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바뀐 법에 따라 협성대는 징계위원회를 새로 꾸려야 합니다. 현재 7명인 징계 위원을 9~11명까지 늘려야 하고, 외부 위원 2명 이상, 여성 위원도 3명 이상 선임해야 합니다.
지난 28일, 유철환 이사장은 징계 위원회 위원을 새롭게 구성하는 안건과 다시 박 총장을 직위해제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습니다. 복수의 법인 이사는 "이번에는 외부 인사들을 많이 선임해 공정하게 징계위를 구성하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징계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을까요?

복귀한 박명래 총장 “집안 싸움 집 안에서 해결하자”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학교로 복귀한 박 총장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피해자는 또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 지난해 9월 협성대 박명래 총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의 폭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폭행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박 총장의 폭행 혐의를 인정,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총장은 업무 복귀 직후 과장급 직원들을 총장실로 불렀습니다. 그 중에는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총장은 그간의 불미스러운 일들을 잊고 학교 발전에 애써달라며 돌아가며 악수를 청했다고 합니다. 비서실 직원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피해자는 그 자리가 불편했지만, 다수가 모여있는 총장실에서 총장이 청한 악수와 비서실의 기념 촬영을 혼자 거부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박 총장은 복귀 이틀 뒤, 또 다시 과장급 직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사과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40분 가량이나 했습니다. 박 총장의 발언 내용을 제보 받아 들어봤습니다.
어쨌든 여기 수장으로서 학교를 시끄럽게 만들고
또 어지럽힌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피해자 000 과장, 개인적인 어떤 자존심이 상했다면 이해해 주시고
학교가 더 이상 외부에서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복귀한 박명래 협성대 총장의 발언(2022.1.26)
여기까지는 그래도 사과에 가깝게 들립니다. 그런데 그 다음 발언이 더 알쏭달쏭합니다.
여러분들, 일하러 온 사람이 학교를 시끄럽게 만든 기간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대선 주자보다도 제가 더 많이 언론에 시달렸고 정말 시달렸습니다.
대학이 정말 얼마 짜리 광고를 1년 반 동안 한 지 아십니까? 그거 다 무효가 돼 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 잊을 건 좀 잊으시고, 우리는 신앙을 위주로 하는 신앙인의 대학이에요.
총장, 용서해 줄 게 있으면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여러분들 정말 한 가지만 고쳐주세요. 집 안에서 집안 싸움 하지 맙시다.
집 안에서 싸움이 일어났으면 집 안에서 해결합시다.”

복귀한 박명래 협성대 총장의 발언(2022.1.26)
잊을 건 좀 잊고 집안 싸움은 집안에서 하자는 요청, 자신이 대선 주자 급으로 언론에 거론된 데 대한 하소연, 그간 썼던 학교 광고비가 얼마인데 학교를 시끄럽게 해서 헛수고를 만드느냐는 핀잔까지. 박 총장의 이런 말들을 사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다시는 학교의 일을 언론에 제보하지 말라는 엄포로 봐야 할까요? 이런 말들을 40분 간 들어야 했던 피해자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요. 
집 안에서도 폭행이 발생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되고, 심한 경우 뉴스가 되기도 합니다. 하물며 기독교 대학의 장로 신분인 총장님께서 목사 신분인 교직원을 폭행했는데, 대선 주자 급으로 대우해 드리는 게 당연하지요. 어쩌면 피해자에게는 당장 내가 일하고 있는 일터, 하루 8시간 이상 몸 담고 있는 직장에서 폭력을 휘둘렀던 가해자가 복귀하는 일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뉴스일지도 모릅니다. 
박 총장이 복귀한 후 피해자에겐 심적 부담과 함께 업무 부담도 늘었습니다. 박 총장이 업무에 복귀한 직후, 피해자와 일했던 직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낸 건데요. 이후 피해자가 일하는 부서엔 인원 충원을 해주지 않아 업무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피해자가 학교 측에 인원 충원을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 피해자가 있는 부서에선 현재 정규직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하고 있습니다. 인사 발령 대상이 된 직원은 "피해자가 있는 부서에 업무가 많아 인원을 늘려 달라고 학교에 요구했더니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오히려 인원을 줄였다"며 "이런 게 2차 갑질이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피해자는 혹여 자신 때문에 동료 직원들이 불이익을 본 것은 아닌지 미안해하고 있고요.
학교 측은 “육아 휴직자가 대거 발생해 부득이 인원 재배치를 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괴롭힐 의도로 인사 조치를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협성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지침’에도 나와 있는 “학교는 사건이 종결된 때부터 2년 간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등이 발생하지 않는지 모니터링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라”는 피해자 보호 조치 사항을 과연 살펴보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1만 4700여 건...검찰 송치는 1%

결론적으로 보면 학교 법인도, 노동부도, 경찰도 박 총장의 폭행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뀐 것이 없습니다.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는 버젓이 직장으로 복귀했고, 현재로선 피해자의 업무 부담만 늘었을 뿐입니다. 박 총장의 말대로 대선 주자급으로 언론에 도배됐던 사건인데, 이마저도 장기간 해결이 안 되고 있으니 언론에 등장조차 하지 못한 수많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는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겪고 있을까요.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부터 2021년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총 1만 4716건에 이릅니다. 이중 1만 4327건이 종결됐는데요. 그 처리 결과를 보면, 실제로 개선 지도가 이뤄진 사건이 12.98%(1859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25%(179건)에 불과합니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단순 종결돼 '기타'로 분류된 사건이 6535건(45.61%)으로 가장 많았고요. 신고자가 취하한 사건이 5754건(40.16%)으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사단법인 '직장 갑질 119'는 이런 통계를 두고 "5인 미만 사업장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고, 법 적용을 받아도 노동부의 소극 행정으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지적합니다. 법은 있지만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은 언제쯤이나 나아질까요. 
협성대 문제로 다시 돌아와 보죠. 박 총장의 징계는 언제 쯤에나 결정될까요? 학교 규정 상 징계위원회는 징계위 의결을 요구 받은 날로부터 최장 90일 내에 결론을 내야 하는데요. 90일 후면 다시 또 6월, 사건 발생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부디 그 전에 사건이 해결될 수 있기를, 그 전에 사건이 해결되서 제가 다시 [변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여러분께 진짜 변화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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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홍여진
웹디자인이도현
촬영이상찬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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