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보험료2배 낸다고?...정부의 공포마케팅
2015년 05월 04일 18시 41분
앞서 [正말?]코너 <연금보험료 2배 낸다고?…정부의 공포마케팅>에 이어 이번엔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여야 합의안이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란 정부와 일부 언론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언론 기사부터 보겠습니다.
와~ 대단합니다. 제목만 봐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이번 합의안에 핵심역할을 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간사를 했던 조원진 의원은 물론이고 야당 대표단과 합의안을 지지하는 ‘기성세대’는 때려잡아야 할 나쁜 세대가 돼 버렸습니다.
왜 이런 기사가 나오게 됐을까요? 복지부가 이렇게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여야 합의대로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기금이 소진되는 2060년에는 보험료율을 25.3%로, 2083년에는 28.4%까지 올려야 해 미래세대의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25%면 소득의 1/4인데 2060년에 경제활동을 하게 될 미래세대 입장에서는 열 받지 않을 수 없는 일로 보일 겁니다. (소득대체율을 현재대로 40%로 하더라도 2060년에는 21.4%의 보험료를 내야한다는 부분을 보건복지부가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은 일단 제외하겠습니다. 핵심은 기금 고갈에 대한 공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그래프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즉 연금이 바닥나는 2060년 이후에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적립해 놓은 연금이 없기 때문에 미래세대가 20%가 넘는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 과정에서 공동위원을 맡았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느 누구도 2060년에 연금이 고갈될 때까지 보험료율을 9%로 고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연금 보험료율은 장기적으로 조금씩 꾸준히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060년에 대한 고민은 20~30년 후에 해도 충분합니다.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30년 이상 내다보고 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현재 기준대로 계산했을 때 나오는 그야말로 이론적인, 현실에는 없는 그래프에 불과합니다.
재정 추계를 짤 때 인구수와 출생률, 고용률, 경제성장률, 금리, 연금보험료율, 운용수익 등 고려해야 할 독립 변수가 너무나 많은데 50~60년 후의 변수를 지금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겠습니까?
1988년 우리나라의 연금을 기획할 때의 재정 추계도 지금의 모습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 사이에 변수들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런데 2100년까지 계획을 짠다고요?"
그리고 2043년을 기점으로 연금이 줄어들게 되면 그 이전부터 서서히 보험료를 올리거나 세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연금 적립분의 급속한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독일의 경우도 현재 지급되는 연금규모가 GDP 대비 11% 수준인데 연금적립금에서 7.5%, 세금에서 3.5%로 실제 연금 지급액을 충당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2060년에 연금이 고갈되도록 표시된 ‘이론적인’ 그래프와 달리 실제 그래프는 감소세가 점차 완만해지면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아래 파란색 선처럼 된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복지 선진국의 재정 추계 그래프가 다 이런 식으로 됐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2060년이면 연금이 바닥이 나서 25%의 높은 보험료율을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또 지금과 같은 일정한 국민연금 적립 배율을 2100년까지 유지하면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당장 18.85%의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보건복지부 자료대로 김연명 교수가 계산해보니까 2100년에 국민연금 적립금의 규모는 무려 GDP의 140%에 이르게 됩니다.
김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도 단일한 공적연금을 GDP 대비 30% 이상 적립해두는 나라가 없다”면서 정부의 계산은 “만화 같은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연금은 안정성이 최우선인데 GDP의 140%에 이르는 큰 규모의 연금은 실질가치를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지요. 현재도 우리 연금 규모는 GDP 규모로 35%에 달해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한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14년 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 약 430여조 원 가운데 99% 이상을 금융부문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60%가 채권이고 채권 중 80% 정도가 국공채입니다.
2060년이 임박해 갈 때 연금지급을 위해서는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연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미래세대가 주식을 사든지 세금을 더 내서 떠안아야 할 부담입니다.
오랫동안 국민연금 운용 평가위원을 담당했던 이찬진 변호사는 국민연금 적립금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갚으라고 현세대가 남겨둔 부채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적립금을 많이 쌓아두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저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김연명 교수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사회가 발전하면서 어느 나라든 반드시 이중부담을 안게 되는 세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50대가 그렇다고 합니다.
"농업사회에서는 노후세대 부양을 구성원 각자가 했습니다. 산업사회에서는 사회가 공적연금을 통해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40~50대는 부모도 부양하지만,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직접 책임져야 하는 세대입니다. 부모님께 생활비로 용돈도 드리면서 각자 연금도 붓고 있죠. 아마 자식들에게 손 벌려서 살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우리 자식이나 손자세대는 부모 부양의무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자신들의 노후만 책임지면 됩니다. 그렇다면 자식세대나 손자세대가 현재의 이중부담 세대보다 연금보험료를 조금 더 내는 게 형평성에 어긋날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도 다 같은 경로를 걸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과중한가를 따지는 기준은 연금지출이 GDP와 대비했을 때 얼마나 되느냐는 것입니다.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율로 비교하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정부만 개인에게 부과되는 보험료율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과장하고, 국제 기준인 GDP 대비 얼마인지는 자료조차 내지 않고 있습니다.
OECD 국가들은 2010년 기준으로 노인 인구가 약 15%일 때 GDP의 평균 9% 정도를 연금으로 지출했습니다. 2050년이면 노인 인구 26%가 되고 GDP의 11.7%를 지출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대로라면 2050년에 노인 인구 비율이 38%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가 되는데 소득대체율을 50%로 잡아도 연금지출 규모는 GDP의 10.9% 정도로 예상됩니다(2010년 기준으로는 기초연금을 합해서 GDP 대비 1.2%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지요. 그 정도를 부담할 경제력은 충분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만 외면하고 있는 국제기준에 의하면 미래세대의 삶이 거덜 나게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지요.
국민연금 개혁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펼쳐야 발전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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