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구멍뚫린 안전망

2016년 08월 26일 20시 50분

현재 국내에는 전국 20곳에 GMO(유전자조작농산물) 시험재배지가 있다. 이 가운데 GMO 벼 시험 재배지는 11곳이다. 한국은 식용 GMO 수입량 세계 1위 국가다. 그러나, 가공식품에 대한 GMO 표시는 부분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지난 4월 <GMO의 습격>편에 이어, 국내 GMO 개발과 GMO 수입 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GMO 벼 시험재배 현장 최초 공개

GMO 벼 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정작 GMO 벼가 자라고 있는 시험재배 현장(격리포장)은 공개된 적이 없다. 전국 11곳에 있는 시험재배장의 주소는 공개되어 있으나,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그 실상이 언론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목격자들은 농촌진흥청 정보공개자료를 근거로 주요 GMO 벼 시험재배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했다. GMO 벼 시험재배 현장의 모습을 방송 사상 최초로 공개한다.

▲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원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GMO 벼
▲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원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GMO 벼

허술한 GMO 시험재배단지

GMO 시험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격리포장들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목격자들은 관리 실태를 살펴보았다. 도심지에 있으면서도 이중 차단 장치와 그물망으로 완벽하게 격리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있는 반면, 농촌지역에 위치한 일부 격리포장들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경북 군위군에 있는 경북대학교 GMO 격리포장, 이 곳에는 GMO벼가 시험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철제 펜스로 경계만 구분되어 있을 뿐, 방풍림이나 그물망과 같은 차단 장치가 별도로 없었다. 현장을 찾았을 때 출입문도 열려 있었다.

▲ 경북 군위군에 있는 경북대학교 GMO격리포장. GMO벼 시험재배 장소로 통하는 출입문이 열려 있고, CCTV만 설치되어 있을 뿐, 통제하는 사람도 없다.
▲ 경북 군위군에 있는 경북대학교 GMO격리포장. GMO벼 시험재배 장소로 통하는 출입문이 열려 있고, CCTV만 설치되어 있을 뿐, 통제하는 사람도 없다.

경남 사천에 있는 경상대학교 격리포장 바로 인근에는 학교 급식용 식재료를 납품하는 친환경 농장이 있다. 그러나, 경상대학교 GMO 격리포장의 관리감독 기관인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전주에 있는 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 LMO격리포장은 33,000제곱미터의 규모의 농지에 GMO 벼와 GMO 밭작물이 함께 자라고 있는 대규모 시험재배단지인데도 그물망과 같은 차단장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GMO 개발자에서 반대론자로 돌아선 학자의 경고

토종 감자 육종학자로 유명한 강원대학교 임학태 교수. 그는 1990년대에 한국에서 손꼽히는 GMO 개발자로 2015년까지 GMO를 연구했다. 그가 개발한 제초제 저항성 브로콜리는 글로벌 GMO 기업인 몬산토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그가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한 복합제초제 저항성 감자는 몬산토사의 제초제 ‘라운드업 레디’와, 또 하나의 글로벌 GMO 기업인 바이엘사의 제초제 ‘바스타’에 내성을 갖는 종자다.

그런데 임 교수는 올해 GMO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는 한 강연에서 ‘라운드업 레디’ 제초제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흙 속에서 자연분해된다는 몬산토 사의 말에 속아서 GMO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GMO가 농업에 유용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임 교수는 청중들에게 사과하기까지 했다.

▲ 한국의 대표적인 GMO 과학자였던 강원대 임학태 교수. 7월에 있었던 시민 대상 강연에서 GMO 연구 개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한국의 대표적인 GMO 과학자였던 강원대 임학태 교수. 7월에 있었던 시민 대상 강연에서 GMO 연구 개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임학태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급증하는 질병과 GMO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책 <한국의 GMO 재앙을 보고 통곡하다>(오로지 돌세네 지음)와 이 책에 인용된 300여 편의 외국 논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GMO의 위험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분자육종학을 전공한 자신의 전문지식으로 GMO 제작 과정을 검증해보니 GMO의 잠재적 위험성은 더욱 확실해졌다고 주장한다.

유전자 총 등으로 작물의 세포에 이질적인 유전자를 강제로 집어넣으면, 작물 세포 속의 수많은 유전자에 일대 혼란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의도한 단백질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생성되고 이것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암세포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임학태 강원대 교수

‘1개월 이상의 독성실험’ 하지 않은 39건의 GMO, 안전성 서류심사 통과

일본 식농시민네트워크 대표인 가와타 마사하루 박사는 몬산토가 일본 정부에 제출한 ‘제초제 내성 GMO 대두(콩)’ 안전성 심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몬산토는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재배한 콩을 실험에 사용했으며, 새롭게 생성된 단백질의 정체를 모두 확인하지도 않았고, 일부 성분 실험의 경우 실험 데이터와 다른 결론이 나왔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부실한 안전성 심사 서류를 별다른 검증 없이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카와타 교수는 이후 일본 정부가 직접 검사해서 밝히라고 촉구했지만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수입 GMO 안전성 심사는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몬산토, 신젠타, 바이엘 등 글로벌 GMO 수출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실험한 결과를 안전성 평가자료로 작성해 우리 정부에 제출하고 수입 승인을 얻는다. 식약처는 안전성평가자료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서류 자료를 심사해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다.

목격자들은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2000년도 이후 수입 GMO 안전성 평가자료 심사 결과 보고서 59건을 살펴봤다. 그 결과, GMO 독성 검사의 경우,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아만성 독성실험’ 즉, 최소 1개월에서 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동물에게 GMO를 먹여서 부작용을 살펴보는 실험을 수행한 경우는 20건에 불과했다.

단 한 차례 GMO에 들어있는 새로운 단백질을 많은 양으로 실험 쥐에게 먹여 부작용을 관찰하는 ‘급성 경구독성 실험'만 실시한 경우가 16건이나 됐다. 또 14일 동안만 GMO를 먹인 경우도 3건이었다. 1건은 실험기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며, 나머지 19건은 정식 독성 실험이 아니라, 영양 상태를 확인하는 유사실험 결과를 ‘아만성 독성실험’의 대체 자료로 활용해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안전성평가자료 심사위원회는 수출 업체들이 1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친 독성 실험을 정식으로 수행하지 않은 38건의 GMO 작물들(대두, 옥수수, 카놀라, 면화)과 실험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1건 등 총 39건을 모두 안전성 서류 심사에서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식약처는 수입 승인 전에 별도의 자체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자체 검사를 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식약처는 지금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출업체들이 1개월 이상 장기간 독성실험을 정식으로 실시하지 않은 39건의 GMO도 안전성 평가자료 심사를 통과했다.
▲수출업체들이 1개월 이상 장기간 독성실험을 정식으로 실시하지 않은 39건의 GMO도 안전성 평가자료 심사를 통과했다.

옥수수와 콩의 글리포세이트 잔류 허용 기준, 쌀의 100-400배

수입 GMO의 절반 이상은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가진 품종들이다. 글리포세이트는 2015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추정물질로 규정했다. 글리포세이트 내성 GMO들은 재배 기간 동안 글리포세이트를 일정하게 함유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글리포세이트 잔류 허용 기준은 중요한 안전성 요인이다.

▲ 우리나라의 글리포세이트 잔류 허용기준은 비정상적이다. 주로 GMO로 수입되는 옥수수의 경우는 쌀의 100배, 대두(콩)의 경우는 쌀의 400배나 기준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우리나라의 글리포세이트 잔류 허용기준은 비정상적이다. 주로 GMO로 수입되는 옥수수의 경우는 쌀의 100배, 대두(콩)의 경우는 쌀의 400배나 기준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목격자들은 각종 국내 농약 잔류 허용 기준을 확인한 결과, 옥수수, 대두, 카놀라 등 주로 GMO로 수입되는 품목들에 대한 글리포세이트 잔류 허용 기준치가 쌀의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농약들의 경우 품목들 간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글리포세이트는 쌀이 0.05피피엠(ppm), 옥수수는 5피피엠, 대두와 카놀라는 20피피엠으로, 쌀에 비해 옥수수는 100배, 대두와 카놀라는 400배나 허용 기준치가 높았다.

이에 대해 일본 가와타 교수는 GMO 수출국인 미국의 압력으로 일본과 한국 등 GMO 수입국들이 글리포세이트 잔류허용치를 상향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취재작가 : 김지음 글 구성 : 정재홍 일본취재 : 안해룡 연출 : 남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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