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Jasia18] 한국기자들의 탐사 보도 노하우 대방출
2018년 10월 24일 15시 16분
저널리즘에 대한 다양한 견해만큼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뉴스룸 혁신을 위한 실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고, 신생 미디어와 스타트업은 무서운 속도로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탐사보도’라는 이름으로 지난 수십년간 저널리즘의 혁신을 주도해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세계 탐사 저널리스트들이 모인 ‘제3회 아시아 탐사저널리즘 총회(IJAsia18)’가 2박 3일 간의 일정을 끝으로 지난 7일 폐막했습니다. 총회 기간 각국을 대표하는 탐사 저널리스트들은 자신만의 취재 기법과 네트워크는 물론 저널리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총회 마지막 날인 7일 오전에는 ‘The Business of Journalism: Best Practices for Sustaninable Neswrooms’(저널리즘 사업: 지속가능한 뉴스룸을 위한 좋은 예시)라는 주제로 위크샵이 열렸습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2부로 나눠 열린 행사에서 연사들은 자신이 겪은 언론의 비지니스 환경과 수익 모델 등에 관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저널리즘과 비지니스, 얼핏 상이해 보이는 두 개념은 뉴스룸이란 틀 안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 즉 생존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언론은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광고주 등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비영리 모델을 선택한 언론이라면 지속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후원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후원자 유지는 가장 어려운 ‘미션’으로 꼽힙니다. 이번 총회에서 비지니스 관련 워크샵에 3시간이나 배정된 것은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The Business of Journalism: Best Practices for Sustaninable Neswrooms’의 주된 화두는 결국 ‘후원자’였습니다. 후원자 없는 독립 언론은 존속할 수 없고, 저널리즘 또한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후원자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까. 그리고 후원자는 어떤 조직에 후원하길 원할까. 이에 대한 힌트를 ‘The Business of Journalism: Best Practices for Sustaninable Neswrooms’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지역 탐사보도 조직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갖춘 모델들이 차례로 소개됐습니다. 이 중 뉴스타파는 독립 언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3만명이 넘는 고정 후원자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주류-기성 언론에 실망한 시민들이 뉴스타파를 후원해왔다는 사실에 한 참석자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연사로 나선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뉴스타파에 대해 “회원들의 기부로만 운영되며, 광고는 물론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는 완전한 독립 언론”이라며 “후원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신만의 다른 걸 찾아서 보여주라”며 그 예로 뉴스타파가 제작한 영화 자백과 공범자들을 언급했습니다. 또 김 대표는 뉴스타파 회원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회원 시사회, 달력 제작 등)를 소개하고,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필리핀의 ‘뉴스타파’격인 ‘Philippine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PCIJ)의 베테랑 언론인 Malou Mangahas도 회원과의 지속적인 유대를 강조했습니다. 1989년 설립된 PCIJ는 지난 30년간 필리핀 탐사보도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겨 왔습니다.
Malou Mangahas는 비영리 매체 운영을 위해 언론인이 유념해야 할 부분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녀는 “여러분은 여러분이 속한 매체의 브랜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알아야 하고, 언제나 혁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회원들과 소통하고 즐겁게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우리 회원들은 굉장히 젊은 편”이라며 “우리 미션(목표)은 필리핀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즈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Membership Puzzle Project’의 연구원으로 합류한 Emily Goligoski도 자신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Membership Puzzle Project는 구독자가 돈을 지불하고 원하는 뉴스를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의 ‘카카오’가 기획한 ‘뉴스펀딩’(현재의 스토리펀딩) 모델과 비슷하면서도 독자의 기사에 대한 영향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mily Goligoski는 “(지금) 뉴스 후원자들은 주류 언론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내용”이라며 “(독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언론이 자신을 대변하고, 자신과 비슷한 세계관을 갖고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독립언론사 Malaysiakini를 이끌고 있는 Steven Gan은 회원과의 스킨십 강화를 위해 기획한 캠페인을 소개했습니다. 그 중 2014년 진행된 ‘브릭(벽돌) 구매 캠페인’이 인상적이었는데요. Malaysiakini는 후원자들을 상대로 그들의 이름을 새긴 벽돌을 1개당 250달러에 팔았습니다. 이 벽돌은 3개월 동안 1000개 이상 팔렸고, Malaysiakini 본사 사무실을 짓는데 쓰였다고 합니다.
또 대만의 후원 기반 매체 The Reporter 편집장을 맡고 있는 Sherry Lee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직접 제작한 캐리커쳐와 마카롱을 팔거나 일명 ‘뽑기 기계’를 활용한 ‘뉴스 뽑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CNN 출신의 베테랑 언론인(현 Rappler 대표) Maria Ressa도 퀄리티 높은 인터뷰 영상을 시연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 기술적인 부분에 많이 투자하고,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결합하는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비영리 매체에서 15년간 근무하고 현재는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Bridget Gallagher는 후원자 모집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그녀는 “후원자들은 자신이 후원하는 조직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 조직의 일원이 되고 싶어한다”며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아는 사람한테 무언가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또 더 많은 후원자를 모집하려면 후원자가 매체의 목표를 명확히 인식해야 하고, 매체가 세운 목표를 달성했을 때 후원자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그녀는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하는 실수에 대해 “독자들을 상대로 우리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을 해냈는지 뽐내면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들이 기부하면서 무엇을 원하는지는 왜 묻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전 세계 탐사보도 매체를 상대로 비지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Ross Settles는 ‘지속가능한 뉴스룸을 위한 실무’ 팁을 제공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며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시장과 솔직하게 대면하고 타인의 시각에서 스스로 만든 취재 결과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것(비지니스)은 살아남기 위한 일”이라고 강조한 뒤 재정 부족은 대부분 회사가 겪고 있는 문제고 결국 혁신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사의 퀄리티, 콘텐츠가 받을 수 있는 시장 가격, 현 수준의 예산, 경영 지원 능력 등을 회사 안팎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매체가 가진 장단점에 대해 완전히 솔직해져야 한다고도 Ross Settles는 말했습니다.
정리 : 뉴스타파 강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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