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
2024년 12월 07일 15시 10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기간 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오찬에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에게 해결을 약속한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느냐 마느냐가 쟁점이다.
대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사안에 대해 행정부 수반이 개입 의사를 밝히는 것은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GM은 통상임금 소송의 당사자이다. 현재 한국지엠 생산직 노동자 1만여 명, 사무직 3000여 명은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통상임금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퇴직자를 포함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 9건이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소송에 영향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국GM 사무직 노동자 1천100여명이 2007년에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지난 10일 2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갑작스레 하루 전날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애커슨 GM회장이 80억 달러(약 8조 9천억원) 투자를 언급하며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을 두고 미국 현지 GM 노동자가 지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현지 노동자는 지부에 보낸 이메일에서 “애커슨 회장이 한국 국민들의 소송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며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대구의 금아리무진 노동자 19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분기별로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았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 사건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통상임금의 산정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경영계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일자리창출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체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을 경우를 가정해 1년에 8조 8000억 원, 3년치 소급분 등을 포함하면 38조 5000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95년 70.6%에서 61.6%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16.6%에서 24.1%로 증가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98년 이후 노동자의 분배 몫은 갈수록 줄어들고 기업의 수익은 날로 늘고 있고, 이는 내수경제를 악화시키고 양극화로 나가는 것”이라며 “통상임금 문제는 크게 보면 우리 사회의 여러 고질적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앵커 멘트>
온 나라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으로 시끌벅적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윤창중 스캔들에 가려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박 대통령이 미국 GM회장에게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겠다고 한 것인데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돼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조현미 기자가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습니다.
<조현미 기자>
"노동자권리 내팽개친 굴욕외교 규탄한다"
[양성윤 민주통 임시비상대책위원장]
“윤창중이라는 대변인보다 더 큰 사고를 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기간이었던 지난 8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오찬에 참석합니다.
그 자리에서 대니엘 애커슨 GM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80억 달러 투자를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지엠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최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합니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노사간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GM회장이 민감한 발언을 한 것입니다. 해결책을 찾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답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습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최종학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외협력실장]
“애커슨 회장이 노동자들이 소송할 권리를 침해하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
놀라기는 미국 현지의 GM 노동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지부에 이메일까지 보냈습니다.
GM은 현재 우리나라 법원에서 진행되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 피고입니다. 소송 당사자가 투자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셈입니다.
한국지엠 전현직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은 모두 9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과 설·추석귀성여비 등을 포함시킬 것을 청구하는 내용입니다. 이 중 남 모씨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이미 2심까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청와대는 GM의 80억 달러 투자 재확인을 방미 경제 성과 중 하나로 꼽지만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사실상 국내의 내정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밖에 있는 문제잖아요."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통상임금 소송은 이미 2010년에 제기했고, 80억불 투자는 올해 2월에 발표한 만큼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최종학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외협력실장]
“GM은 가장 저임금으로 가장 많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그러면서 끊임없는 양보를 요구합니다. 유럽에서, 호주에서도 그랬습니다.
한국지엠측은 애커슨 회장의 발언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한국GM 홍보팀 관계장]
“투자는 이미 하기로 한 것이고요. 정확한 워딩은 확인되지 않아요. 저희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통상임금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이냐 여부입니다. 통상임금이 각종 시간외 근무수당과 휴가 수당을 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노사 양측 모두 상여금 포함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미 이에 대한 판단을 끝냈습니다. 지난해 3월 금아리무진 노동자 19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마자 6월부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금 안 그래도 엔저로 기업들이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까지 포함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행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3권 분립에 위배될 뿐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기덕 변호사]
“법원 판사도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특히 상여금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겠죠.”
실제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국GM 사무직 천 명이 낸 통상임금 집단 소송 2심 판결이 선고일 하루 전 갑자기 연기됐습니다. 1심에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 난 상태였습니다.
[차준녕 전 금속노조 GM대우사무지부 수석부지부장]
“(연기된 이유는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게 생겼다. 간단하게 짚어봐야겠다. 우연이지만 그 얘기(박근혜-애커슨)가 있고 나서 바로 선고가 연기돼 직원들이 되게 불안해해요.”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노사간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이 문제 관련해서 협상을 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설사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결과에 대해 현장노동자와 사용자들이 그 내용을 수용을 하겠습니까."
[김영완 경총 법제 1팀장]
“임금 추가 부담이 38조 원 정도 되고, 38조 원이면 대략 30~40만 개 일자리에 해당된거든요.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급격한 상승세입니다.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
“노동자 몫은 갈수록 줄어들고, 기업이 수익으로 쌓아두는 것은 날로 늘어나고. 사회 분배에 있어서도 잘못된 것이에요. 내수경제 악화시키고 빈부 격차, 양극화로 나가는 것이니까…"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깁니다. 유럽 선진국은 물론 OECD 평균보다 417시간,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1년에 50일 넘게 더 일하는 셈입니다. 통상임금 문제는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김기덕 변호사]
“통상임금은 초과근로를 시키기 때문에 법이 정한 근로시간 이상 사용자가 노동자를 부려먹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죠.”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근로시간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동반성장을 공약했습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통상임금 산정범위 문제의 핵심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의 문제입니다. 통상임금의 비중을 높이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당연히 일자리 늘어나는 문제죠.”
통상임금은 표면적으로 보면 단지 기업이 노동자에게 임금을 더 주고 안 주고의 문제로 비칠 수 있지만,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일자리를 나누는 발상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조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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