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아만다', 가짜 여성 계정 만들어 이용자 속였다

Apr. 14, 2022, 05:44 PM.

누적 가입자 수 660만 명인 데이팅 앱 아만다를 운영하는 테크랩스가 직원들을 동원해 ‘가짜 계정’ 수백 개를 만들고, 여성 회원인 것처럼 활동하게 만들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테크랩스는 또 대만에서 운영 중인 또 다른 데이팅 앱에 있는 회원들의 사진을 허가도 받지 않고 가져와 가짜 여성 계정을 만드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테크랩스에서 퇴사한 복수의 직원들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아만다 계속 밀리는데 여자 아이디로 계속하세요"

지난 2021년 11월 테크랩스는 데이팅 앱 아만다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시크릿 스퀘어'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시크릿 스퀘어'는 사진을 포함한 글쓴이의 프로필은 보이지 않고, 글 내용과 글쓴이의 성별만 표시되는 익명 게시판이다.
이 익명 게시판에서 남성 사용자가 쓴 글은 파란색으로 표시되는데 제보자들은 파란색 글만 올라오는 상황을 막기 위해 조작글을 올리는 작업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작업은 테크랩스 사업부 직원들이 여성으로 설정된 가짜 계정으로 로그인 해 마치 실제 사용자인 것처럼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보자가 공개한 테크랩스 사내 메신저에도 "남자 게시글 너무 많습니다. 여성 게시글 좀 올려주세요", "화력 보여줘", "아만다 지금 계속 밀리는데 여자 아이디로 계속하세요" 등 여성 계정으로 게시글을 올리라고 독려하는 메시지가 많았다. 조작글 작성 작업을 지휘한 사업부의 한 모 부장은 "지금부터 업무 올(모두) 중지하고 게시판 작성하세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2021년 11월 1일, 테크랩스 사업부 직원들의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
테크랩스는 '시크릿 스퀘어'에서만 가짜 계정을 동원해 사용자를 기만한 것이 아니었다. 테크랩스는 지난 해 10월 가짜 여성 계정으로 남성 사용자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결제를 유도하는 이른바 '남성 유저 케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만다에서는 이성의 프로필을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테스트 기간 동안 테크랩스 직원들은 가짜 여성 계정으로 접속해서 남성 계정들에 별 4개나 5개 등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남성 유저 케어' 작업을 진행했다. 이성이 높은 점수를 줄 때, 점수를 받은 상대방에게 '푸시 알림'이 울리는데, 이때 유료 아이템을 사용하는지 관찰하려 한 것이다.

성비 불균형이 심해... 남성 케어가 필요한 상황

테크랩스가 '남성 유저 케어' 작업을 진행한 이유는 아만다 서비스의 성비 불균형이 심했기 때문이다. 테크랩스의 2021년 10월 4주 주간업무보고 문서의 '남성 유저 케어' 부분을 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성비 불균형이 심하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또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이른바 '여성 작업계정'을 추가 생성해 "남성 액션 유도 방안을 기획 중"이라고 나와 있다.
▲ 테크랩스 2021년 10월 4주차 주간업무보고 문서. 이 문서는 대표를 비롯해 전 사원에 공유된 문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성비 불균형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가짜 계정의 사진들... 주인공은 대만 데이팅 앱 회원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가짜 계정에 활용된 사진들이 무단으로 도용한 외국 여성 사진이라는 점이다. 테크랩스는 무단 도용한 사진들을 자사의 또다른 데이팅 앱인 '너랑나랑'에도 사용했다. 제보자들은 "가짜 계정에 사용된 사진들은 테크랩스가 대만에서 운영 중인 데이팅 앱 '연권(緣圈)'에서 여성 회원들의 사진을 허락받지 않고 가져온 것"이라고 증언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여성학 박사)은 "여성들의 사진이 본인의 동의 없이 다른 나라로 가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종의 디지털 성범죄라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 중인 권호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현명)는 "연권 회원들의 개인정보(사진)를 도용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 테크랩스가 '남성 유저 케어' 작업, '시크릿스퀘어 게시판 글 작성' 등에 활용한 대만여성들의 사진.

비윤리적인 업무에 직원들은 자괴감 느껴

테크랩스가 운영하는 또 다른 데이팅 앱 '너랑나랑'에서도 남성 유저 케어 작업이 있었다. 사업부 직원 9명은 각각 5개씩 가짜 계정을 할당받았고, 계정 당 400번에 걸쳐 모두 800개의 남성 프로필에 호감을 표시해야 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작업의 결과 '너랑나랑' 남성 사용자들의 20% 이상이 가짜 계정의 작업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사업부 내부 메신저에서 "똑같은 액션만 반복하는 거라 매칭률 올리기 작업같다"며 내부 비판이 나왔지만, 업무 지시를 전한 직원은 "한 모 부장의 지시"라며 별다른 답을 주지 못했다. 
한 제보자는 시크릿 스퀘어 작업 당시에도 이러한 마찰이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조작글 작성' 업무에 소극적인 직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면박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작업의 윤리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들에게 한 모 부장은 "배부른 소리한다. 프로덕트(제품)에 대한 애정이 없다"며 직원들의 불만을 일축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동안 이 업체에서는 사업부 직원 십여 명 가운데 7~8명이 회사를 그만 두었다. 제보자는 퇴사의 가장 큰 원인은 직장내 괴롭힘이었다고 말했다.
테크랩스는 뉴스타파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대만 연권 회원의 사진을 도용한 사실은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아만다 시크릿 스퀘어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78개 계정으로 982개의 글을 작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20여 만원의 매출은 사용자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업무 관리자가 근태와 업무 기한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지적을 했을 뿐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직장갑질119는 14일 테크랩스 김충현 대표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법 상 사기 죄 등의 명목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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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신영철 김기철 정형민
편집정지성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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