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없어도 송전에 지장 없다”

2013년 10월 08일 07시 13분

뉴스타파는 최근 갈등이 커지고 있는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원전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을 만나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고, 해법은 없는지 물었다.

하승수 위원장은 “신고리 3호기 가동때문에 새로운 송전선로를 지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보내기 위해 34만 5천 볼트의 송전선이 3개 깔려있는데 여기에 신고리 3호기 하나가 더 추가되더라도 전체 송전선 용량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한 발 양보해 밀양에 송전선로를 만든다고 해도 굳이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밀양을 지나는 송전선은 원래 수도권까지 보낸다는 전제 하에 76만 5천 볼트로 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수도권 송전 계획이 폐지됐기 때문에 굳이 76만 5천 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76만 5천 볼트는 장거리 송전에 이용되는 송전선으로 우리나라에도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경기도,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에서 경기도로 오는 2개 송전선 뿐이다. 현재 송전선로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은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에서 경남 창녕군까지  90.5킬로미터에 불과하다.

하 위원장은 또한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과 연계해 신고리 3호기 가동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위조 부품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섣불리 가동했다가는 굉장히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고리 3호기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꾸 아랍에미리트 원전하고 연계해서 빨리 가동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 전체를 원전 위험으로 빠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 9월 10일 원전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신고리 3,4호기에 들어갈 제어용 케이블 등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고 밝혔다. 한국수자력원자력은 현재 한국기계연구원에 신고리 3,4호기 케이블 재시험을 의뢰한 상태로, 결과는 오는 11월 말 쯤 나올 예정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된 지 일주일째입니다.

그동안 27명의 마을 주민들이 공사를 막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합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노인들입니다.

정부와 한전은 밀양 주민들의 반대를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만,

송전탑이 세워지지 않으면 당장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몰아가는 논리에는 허점이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색당의 하승수 운영위원장에게 갈등을 멈출 바람직한 해법은 없는지 들어봤습니다.

고준길 (밀양시 단장면)

“저 노인들이 보상은 필요없다고 하지만 돈 더 주면 그냥 좋아할 거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변죽만 울린다고 할까요?” 본질적인 접근은 안 해요. 평생 자기 손으로 가꾼 그것인데 그걸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거예요. 그게 못쓰는 땅이 되고 못쓰는 땅을 아까워하는 땅에 대한 애착. 이 동네에 철탑이 들어오면 못산다 하던데, 공동체가 파괴되느 거죠. 고향을 떠나야한다고 하던데.”

이남이 (밀양지 단장면)

“우리 8년 동안 죽기살기로 철탑을 반대해 막았는데 왜 우리 동네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동네 뒷산에 철탑 5개를 다 지어놓으면 못산다.”

녹취: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KBS1 뉴스9 10월 1일 보도)

“전력난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제는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는 시점에 봉착했다는 점을…”

#1. 전력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한전은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해야 하고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밀양 송전탑이 필요하다 이런 논리입니다. 전력난 문제를 보더라도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더라도 사실 (설비용량이) 140만 킬로와트 정도가 됩니다. 그 정도 전력이라면 피크 타임 때 수요 관리를 잘 해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름철에도 늘 전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요가 몰리는 일부 낮시간대가 문제이기 때문에 그 시간대의 전기 140만 킬로와트 때문에 지금 현재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밀어붙인다는 것은 좀 납득할 수 없고 140만 킬로와트 정도는 수요 관리나 다른 발전소 가동률을 높여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공사 강행하는 진짜 이유는?

“지금 현재 문제가 되는 신고리 3호기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과 같은 모델입니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은 새로운 모델이기 때문에 사실은 검증이 안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신고리 3호기가 먼저 가동이 잘 되는 것을 봐야지 자기 나라에 건설할 원전도 안전성을 믿을 수 있겠다. 그래서 아직 공개는 안됐지만 우리나라하고 아랍에미리트하고 체결한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3. 국민들의 안전은 뒷전?

“지금처럼 위조 부품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섣불리 가동했다가는 굉장히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은 대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고리 3호기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꾸 아랍에미리트 원전하고 연계해서 빨리 가동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 국민 전체를 원전 위험으로 빠뜨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4. 밀양 송전탑은 꼭 필요한가?

“한국전력이 전문가협의체나 또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신고리 3호기가 가동이 되더라도 기존에 이미 3개의 선로가 있습니다. 고리 1,2,3,4호기, 신고리 1,2호기는 지금 가동 중에 있고 6개의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 3개의 송전선이 깔려 있습니다. 345 킬로볼트라고 밀양에 짓고 있는 것보다는 한 단계 낮은 전압인데 3개의 345 킬로볼트 송전선을 통해서 지금도 6개의 원전 전기를 보내고 있고 거기에 신고리 3호기 하나가 더 추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송전선 용량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5. 초고압 송전선로를 고집하는 이유

“밀양 지나는 송전선은 원래 수도권까지 보낸다는 전제 하에 76만 5천 볼트로 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수도권 송전 계획이 폐지됐기 때문에 굳이 76만 5천 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76만 5천볼트로 해서 수도권으로 보낸다고 계획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것을 고집하고 있는 것인데 그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죠.”

#6. 송전탑의 숨은 비용

“앞으로는 이런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 원전이나 석탄 화력 발전소를 바닷가에 많이 짓기 때문에 초고압 송전선이 많이 필요한데요. 그렇게 해서 원전과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지을 때에도 숨은 비용이 있습니다. 원전은 사고 위험 비용, 폐기물 처리 비용, 수명 끝나면 해체해야 하는 비용이 숨은 비용이고 제대로 평가가 안 돼 있습니다. 석탄 화력 발전소는 기후 변화를 야기해서 막대한 비용을 만들고 있고 그것도 다 숨은 비용이고… 차라리 전기를 소비하는 곳 가까이에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큰 공장들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바로 전기를 생산해서 쓰게 되면 송전선도 필요가 없고 그게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 될 것입니다.”

#7. 누구를 위한 송전탑인가

“수많은 갈등과 환경 파괴, 시골 주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부분을 생각하면 초고압 송전선은 공익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익이 있는 일부 기업이나 한전, 정부 관료에 이익이 있을 지 몰라도. 그들을 위한 사익적 사업이 아닌가. 국가 공동체를 생각한다면 이런 식의 사업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저는 지금도 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결국에는 이 송전 사업과 관련된 수많은 이익 집단들 그 사람들의 사익을 위해서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