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키맨 김만배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

2022년 12월 29일 10시 00분

기사 요약

① 김만배가 회사서 빼돌린 200억대 비자금이 ‘특혜 몸통’ 밝힐 열쇠 
② 정영학 녹취록, 새로운 비자금 사용처로 ‘기자들’ 등장
③ 김만배 “기사 막으려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주고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 
④ ‘50억 클럽’ 외에 ‘금품 받은 기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김만배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에서 빼돌린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김만배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 두 곳에서 장기대여금과 수표 인출 등으로 200억 원 이상을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과 회계 감사보고서를 종합하면, 김만배가 빼돌린 자금 중 사용처가 뚜렷하지 않은 자금은 화천대유 80억 원, 천화동인 168억 원 등 총 248억 원이다. 
2014년 남욱이 조성한 ‘40억대 비자금’이 대장동 사업 시작 전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에 대한 뇌물 혐의로 이어지는 고리라면, 김만배가 조성한 ‘200억대 비자금’은 사업 성공에 따른 보상금 지급, 향후에 불거질 수 있는 사법 리스크를 대비해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뉴스타파는 대장동 수사기록과 정영학 녹취록 분석을 통해, 40억대 남욱 불법 비자금 중 일부가 박영수 전 특검 측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남욱의 40억대 불법 비자금 사용처 규명과 함께 김만배가 빼낸 거액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밝혀내는 건 대장동 비리의 몸통을 풀 핵심 열쇠로 꼽힌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만배가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에게도 금품을 돌린 정황이 새롭게 포착됐다. 

정영학 녹취록에 새로운 비자금 사용처로 등장한 ‘언론사 기자들’

뉴스타파는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9월 26일과 10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과 ‘정영학 메모’를 추가로 입수했다. 전체 내용을 분석한 결과, 김만배의 로비 대상에 ‘언론사 기자들’도 있었다.  
▲정영학 메모(2021.9.26 검찰 제출). 정영학이 2020년 3월 24일 자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검찰에 제출했다. 총 420억 원 규모의 약속 그룹 외에 ‘돈+분양권’을 받은 ‘기자들’이 등장한다. 
2020년 3월 24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돈을 주기로 약속한 이른바 ‘약속 그룹’과 함께 익명의 ‘기자들’이 등장한다. 이날 대화 중 김만배가 기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드러내는 대목이 나온다.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라면서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응?.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덧붙였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3월 24일 자). 김만배가 정영학에게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라고 말하고 있다. 본문의 밑줄과 손글씨는 정영학이 쓴 것이다. 

김만배 “기사 막으려 기자들에게 2억씩 주고, 아파트 분양도 받아줬다”  

이로부터 넉 달 뒤인 2020년 7월 29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도 ‘김만배의 기자 관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날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 보이지 않게”라면서 금품을 돌리며 대장동 관련 비리가 불거지는 걸 막고 있다고 말한다. 김만배는 이어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라고 말한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7월 29일 자). 김만배가 “대장동은 막느라 지치고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만배는 “어차피 광고 내려면 그 정도 내라 그러면 어떻게 해”라고 말하면서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는 대신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대장동 관련 기사 작성을 막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날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는 녹취 당일 저녁에도 여러 언론사 기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상당수 기자들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 나온다.

정영학은 로비용 ‘상품권’ 마련, 김만배는 “카톡으로 차용증 받고 돈 줬다”

김만배가 “오늘 (기자들이) 되게 많이 오는데”라고 말하자 정영학이 “형님, 맨날 기자들 먹여 살리신다면서요”라면서 김만배에게 상품권을 건네는 정황이 나온다. 상품권을 확인한 김만배는 “와, 이 정도면 대박인데. 아이,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라고 답했다. 
이에 정영학이 “아, 현찰로 할까요? 다음에는?”이라고 묻자 김만배는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어 김만배는 “걔네(기자)들한테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어. 그런 다음에 2억씩 주고. 그래서 차용증 무지 많아. 여기, 응? 분양받아준 것도 있어 아파트. 서울에. 분당”이라면서 로비 액수와 방법까지 밝히고 있다.  
▲정영학 메모(2021.9.26 검찰 제출). 정영학이 2020년 7월 29일 자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검찰에 제출했다. 기자 한 명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을 제공했다고 적혀 있다. 
기자들로부터 차용증을 받은 건, 수사기관에 적발됐을 때 합법적 돈거래로 위장하기 위한 걸로 보인다. 그러나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가 어느 언론사 소속인지, 또 어떤 아파트를 분양받게 해준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7월 29일자).김만배가 기사를 막기 위해 기자들에게 2억씩 주고 아파트 분양도 받아줬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날짜의 녹취록에서도 정영학이 김만배에게 상품권을 건네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이들의 언론사 기자 관리가 지속돼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기자 로비’는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을 마치고 새롭게 추진하려는 또 다른 이권 사업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위에 나오는 대화 당시, 김만배는 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의 LH사옥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김만배는 녹취록에서 이 사업이 성공하면 자신이 가져갈 이익이 최소 3천억 원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언론에 대장동 관련 특혜 기사가 한 줄이라도 나온다면, 새로운 사업은 시작도 전에 수포가 될 것이 뻔했다. 

김만배가 돈으로 관리했다는 신문사 모임 별칭은 '지회' 

2021년 1월 6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 김만배의 이 같은 우려가 적혀 있다. 김만배는 대장동 사업을 빨리 준공하고 끝내야 한다고 정영학에게 강조했다. 개발업자는 관할 지자체의 준공을 받은 후에야 번 돈을 전부 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만배는 “준공이 늦어지면 이익이 얼마 남니, 뭐니, 지역신문이나 터지면 어떻게 해. 응? 너랑 나랑. 응?”이라면서 “지금까지 (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기자들 떠들면 어떻게 해”라고 발언한다.
이어 김만배는 “지회도 떠들고”라고 말했는데, 정영학은 자필로 ‘지회’란 단어에 ‘신문사 모임’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김만배가 돈으로 관리하던 기자 모임인 ‘지회’가 실제 존재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영학 녹취록(2021년 1월 6일 자) 김만배가 관리하는 기자들 모임인 ‘지회’가 존재하고, 돈으로 기사를 막아왔음을 추론케 하는 대화 내용이 등장한다.

김만배의 언론계 로비 리스트, 검찰 수사로 밝혀야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 같은 ‘기자 로비’에 대한 김만배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역설적으로 대장동 사업 과정에 불법적인 특혜와 비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전까지 주요 언론에 대장동 의혹이 보도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자를 포함해 언론사 임직원들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 연간 합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해당 기자의 직무와 관련이 있을 경우엔, 단돈 10원을 받아도 처벌 대상이 된다.
올해 정권 교체 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다시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김만배의 ‘언론인 금품 살포’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최재경, 김수남, 박영수, 권순일 등 주요 법조인들이 포함된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수사 인력 부족’을 구실로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대장동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두 부분 모두 수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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