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조동(朝東)100년] ⑩ '1등 신문' 조선일보, 기자들 정관계 진출도 '1등'

2020년 03월 25일 14시 30분

1994년 12월 23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새 내각의 명단을 발표한다. 새로 발탁된 국무위원 중에는 두 달 전 서울시장에 임명된 최병렬을 포함해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직무대리 포함)이 모두 4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김용태 내무부 장관, 김윤환 정무1장관, 주돈식 문화체육부 장관, 최병렬 서울시장이 그들이다. 한 국무회의에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이 4명이나 들어갔다는 건 이 신문과 권력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 1994년 12월 24일 개각 후 첫 국무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 사진. 조선일보 출신 국무위원이 4명이나 포함돼 있다. (사진=국가기록원)

조선일보 사주 방우영은 이 모습을 특별히 기억했다. 3년 뒤인 1997년 펴낸 회고록에서 “좋은 땅에 좋은 씨를 뿌린 조선일보사이기에 많은 인재를 키웠고 또 이런 선배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위상을 성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조선일보 출신 정치권 진출 늘어나

조선일보 출신 기자들의 정치권 이동이 본격화된 건 박정희 독재 정권 시절부터다. 1949년부터 1971년까지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주필, 부사장 등을 지낸 유봉영은 1971년 공화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성인기는 1963년 공화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해 64년 공화당 홍보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장 출신 윤주영은 1963년 공화당 대변인으로 발탁됐고, 1965년 박정희 정권에서 무임소 장관, 1971년 문화공보부 장관으로, 1976년에는 유신정우회(유정회) 국회의원이 됐다. 윤주영은 이후 다시 조선일보사로 돌아가 조선일보 이사,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조선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선우연은 1971년 청와대 공보비서관, 1979년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냈다. 역시 조선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이종식도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유정회 의원을 지냈다.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출신의 박현서도 1979년 유정회 의원으로 선출됐다.

유신 독재 시절, 전체 국회 의석의 1/3을 차지한 유정회 소속 의원들은 유신 헌법에 따라 대통령 박정희가 추천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았다. 당시 유정회 국회의원들은 의회에서 유신독재의 친위대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 자사 기자들 무더기 권력 진출했던 80년대 이후 급성장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찬탈한 후, 조선일보 출신 기자들은 대거 권력 핵심부로 들어갔다. 조선일보는 6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신문 중 하나였지만 80년대를 거치면서 이른바 ‘1등 신문’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조선일보가 80년대에 갑자기 뜨기 시작한 이유는 신군부와의 결탁”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의 정관계 진출이 늘면서 조선일보가 내놓는 고위공직자 인사 예측기사의 적중도가 다른 경쟁지보다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영향력도 커져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권력 내부 긴밀한 정보에 접근하고 확보할 수 있었던 언론사가 조선일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은 “조선일보의 성장은 전두환 정권 출범을 전후해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들이 권력 요직에 진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일본 특파원을 지낸 허문도는 1980년 전두환 중앙정보부장서리 비서실장과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시작으로 1982년 문화공보부 차관, 1984년 청와대 정무1수석, 1986년에는 국토통일원 장관으로 영전하는 등 전두환 정권 내내 권세를 누렸다.

그는 전두환 신군부 입맛에 맞는 언론판을 짜기 위해 1980년 언론 통폐합을 주도했고, 언론인 천여 명이 강제해직당한 언론 학살극에도 관여했다. 여소야대였던 1988년 언론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그는 “사이비 기자가 발붙일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언론통폐합을 했다고 답했다.

이른바 ‘킹 메이커’를 자처하며 권력을 향유했던 김윤환도 조선일보 편집국장 직무대리 출신이다. 그는 1992년 대선 당시 대구 경북지역 유세에서 ‘우리가 남이가’ 라는 지역감정 발언을 한 인물이다.

김윤환은 1979년 유정회 의원으로 집권세력에 발을 들인 뒤, 전두환 정권에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 창당발기인, 정무1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노태우 정권에서 정무1장관, 민정당 원내총무, 김영삼 정권에서 역시 정무1장관과 민주자유당(민자당) 대표위원을 지내는 등 정부와 집권당을 오가며 30년 넘게 정관계 핵심 자리를 지켰다.


정관계 요직에 진출한 조선일보 출신 인사들을 거론할 때 뺄 수 없는 사람이 최병렬이다.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그는 1985년 집권당인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또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문화공보부, 공보처, 노동부 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했고,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선 관선 서울시장에 임명됐다. 이후 한나라당 대표를 거쳐 지금은 미래통합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최병렬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제 상식으로, 제 양식으로 이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나는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1980년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김용태는 이듬해인 81년 집권당인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내리 네 번 국회의원이 됐다. 또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내무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에 올랐다.

조선일보 정치부장을 거쳐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지낸 주돈식은 김영삼 정부에서 정무수석, 공보수석, 문화체육부 장관, 정무1장관 등 권력 요직을 두루 차지했다. 현역 최다선(8선) 의원으로 한나라당 대표,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서청원 의원도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조선일보 기자들, MB 대선 캠프 디딤돌로 권력 진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조선일보 기자들의 정치권 이동은 계속됐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집권당을 향했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의 최구식은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다. 그는 2011년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조선일보 편집부국장 출신의 김효재는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에 합류한 뒤,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됐고,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그는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살포한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또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 조선일보 출신인 최구식 의원에게 수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었던 신재민도 주간조선 편집장 출신이다. 신재민 역시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에 들어갔고, 2010년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됐지만 위장 전입과 투기 의혹으로 낙마했다.


유튜브 논객으로 활동중인 진성호 전 국회의원도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그도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인터넷본부장을 맡았고 2008년 집권당인 한나라당 의원이 됐다. 유튜버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강원도에 산불이 났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을 두고 ‘술에 취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가장 최근에 정계에 진출한 이는 강효상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강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언론과 홍보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 49명 중 조선일보 출신은 6명(김동성, 윤주영, 이광표, 최병렬, 이어령, 주돈식), 동아일보 출신은 1명(이웅희)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동아 창간 100년을 맞아, 두 신문의 실체를 해부하는 “[조동(朝東)100년] : 두 신문 이야기” 시리즈, 3월 27일 다음편에서는 조선, 동아일보 사주들이 박정희, 전두환 두 독재자로부터 어떤 사유로 훈장을 받았는지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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