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칼럼] 윤석열의 '특별한 명예'를 9개월째 특별 수호하는 특수 검찰

2024년 05월 29일 19시 09분

얼마 전 여러 매체에 검찰이 뉴스타파 대표를 소환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대부분 “검찰, ‘허위 인터뷰 의혹’ 뉴스타파 대표 다음 달 5일 소환'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검, ‘대선 개입 여론 조작' 뉴스타파 대표 내달 5일 소환”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조선일보답게 비슷한 듯 다르다. 이에 반해 뉴시스는 “검찰, 뉴스타파 대표 내달 5일 소환…압수수색 6개월만"이라는 제목이다. 그나마 객관적이다.
우선 이들 기사 제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허위 인터뷰'다. 이건 지난 2022년 3월 6일자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지칭한다. 김만배 녹취록은 ‘허위’도 아니고 ‘인터뷰’도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 사이의 대화다. 이 부분은 앞선 ‘난중칼럼: 인덱싱 이론과 검-언-정 복합체'(참고: https://newstapa.org/article/9N68I)에서 이미 상세히 다뤘다. ‘허위’와 ‘인터뷰’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정치 검찰의 그릇된 희망 사항일뿐이다. 그런데도 주요 매체는 검찰의 마우스피스 역할을 하며 그들의 망상을 대신 체현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터트리면서 짜놓은 ‘허위 인터뷰', ‘대선 개입 여론 조작' 프레임은 9개월이 되도록 여전히 한국 주류매체 기사를 지배하고 있다. 물론 검찰의 틀에서 벗어나 ‘김만배 녹취록 보도’나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보도'라고 쓰는 언론사도 일부 있기는 하다.      
기사 제목에서 두번 째 문제는 ‘소환'이라는 단어다. 모든 매체가 검찰이 뉴스타파 대표를 ‘소환’한다고 제목을 뽑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은 ‘소환’ 자체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검찰이나 언론 둘 다 ‘검찰 소환'이라는 말을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다. 형사소송법 68조(소환)는 “법원은 피고인을 소환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소환은 법원이 할 수 있다. 검찰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검찰 소환’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와 관습적 표현은 일제 검찰이 시행령으로 만든 악습에서 비롯됐다.(참고: https://www.newstapa.org/article/DP5pY
검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에게 출석 요구를 할 수 있고, 이는 임의 수사방법일 뿐이다. 
검찰이 뉴스타파 대표를 소환한다는 기사 제목은 검찰이 그렇게 흘렸는지, 언론매체가 알아서 뽑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언론 매체가 ‘검찰 소환'이라는, 법에도 없는 말을 계속 사용하는 건 존재하지도 않는 검찰의 권위에 또 다른 허상을 보태는 것이다. 부지불식중에 검찰의 부당한 지배력을 강화한다.
이처럼 검찰은 지난 9개월간 줄곧 검찰의 어장 안에 갇힌 언론 매체를 동원해 뉴스타파의 윤석열 대선 후보 검증 보도를 ‘허위 인터뷰', ‘대선 여론 개입 사건’으로 몰아왔다. 돌이켜 보면 그 시작은 화려했다. 지난해 9월 1일 서울중앙지검이 신학림 전 뉴스타파전문위원 압수수색으로 신호탄을 쏘고, 2주 뒤 뉴스타파 뉴스룸과 한상진, 봉지욱 기자 자택을 급습할 무렵 이 사건은 정부 수립 이후 그 어떤 초대형 사건도 감히 접하지 못했던 온갖 수식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검찰과 대통령실, 국민의힘 등은 뉴스타파를 겨냥해 국기문란행위, 희대의 대선정치 공작, 국민주권 찬탈 시도,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 치밀하게 기획된 공작뉴스, 1급 살인죄 등의 말폭탄을 퍼부었다. 그 계절, 만산홍엽처럼 화려했다. 하지만 작년 가을과 겨울이 지나며 정치 검찰이 총대를 메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부추긴 수사 명분은 낙엽처럼 떨어져 갔다. 그리고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이제 봄도 지나가고 여름이 다가왔다. 신록은 짙어가지만 검찰이 붙잡고 있는 앙상한 가지는 더 메말라 가고 있다. 뉴스타파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는 죽어가는 가지를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제1회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이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에 나가지 않은 뉴스타파 영상취재기자와 편집기자를 이 제도를 활용해 지난 4월 19일 법원으로 불렀다. 
증인 신문에서 검찰은 두 사람이 전혀 알 수 없는 한상진 기자와 그의 지인 사이의 문자 등을 법정에서 공개하며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예를 들어 이날 법정에서 검찰은 한 기자가 지인에게 “윤석열 잡아야죠. 한 건 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기자는 “한 건 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없다. (참고: https://newstapa.org/article/_tY-5)
4월 19일 증인신문에 출석한 뉴스타파 영상취재기자와 편집기자.
지난 5월 23일 검찰은 역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제도를 통해 뉴스타파 영상취재팀장을 공개 법정에서 신문했다. 검사 측은 영상취재팀장에게 김만배와의 대화 녹취 파일을 뉴스타파에 제공한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뉴스타파 직원인지 여부를 따져물었다. 직원이 아니라는 답변이 나오자 검사의 질문은 계속됐고, 결국 판사가 “신학림이 직원인지 아닌지를 증인이 어떻게 아느냐, 그건 검사들이 증거를 통해서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다. 증인이 직원이라고 하면 직원이 되는 것이냐'라고 제지했다.
5월 23일 증인신문에 출석한 뉴스타파 영상취재팀장.
검찰이 증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 캐묻고 공개하는 등 언론플레이에 적극 활용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제도는 형사소송법에 규정이 있긴 하나 일부 조문이 위헌 결정으로 삭제된 바 있다. 또 현장에선 거의 이용되지 않아 법조계에서도 매우 생소한 절차다. 법원에서 증인 신문 기일을 통보하면서 기소도 안 된 피의자에게 ‘피고인 소환장'을 보낼 정도다.
검찰은 이처럼 이 사건을 살려보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대한민국 검찰의 최정예 조직이라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 소속 검사 10여 명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독립언론의 대선후보 검증 보도 한 건을 9개월째 수사하고 있는 이 ‘부조리극’을 누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겠는가. 이 땅에 검찰 반부패부가 상대해야 할 거악이 얼마나 많은데. 그 거악을 여기서 거명하지는 않겠다.
물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가 윤석열을 호위하는 정치 검찰로 보면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반부패부의 뉴스타파 수사는 크게 3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먼저 지난해 9월 반부패부가 특별수사팀을 꾸려 뉴스타파를 탄압한 이후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하는 타 매체 보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뉴스타파를 인용하면 류희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모조리 제재를 하니 다른 언론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뉴스타파가 연속 보도하고 있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관련 국정원 비밀보고서가 대표적이다.(참고: https://newstapa.org/article/1Y4Xm) 국정원 문서와 검찰 수사 기록을 근거로 보도하고 있으나 인용하는 매체가 거의 없다. 
둘째 방통위, 방심위 등이 방송 검열 기구로 변했다. 나아가 신문사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기반 매체 전체를 심의 및 제재 대상에 올리려고 기도하고 있다.(참고: https://www.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55933) 언론 시장 전반에 걸쳐 정권에 비판적인 취재나 보도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셋째 한국 언론 구조 자체를 뒤엎는 판이 깔리고 있다. 공영방송은 급속도로 관영화 또는 사영화하고 있다. 이들의 노림수는 궁극적으로 방송판, 언론판을 재편하고 언론을 근본적으로 장악하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해 종편을 탄생시킨 후 방송판이 불가역적이 돼 버린 상황을 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짐작이 가능하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라는 앙상한 가지를 부여잡고 있는 검찰의 모습은 매우 옹색해 보이지만, 정치 검찰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큰 성과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 검찰이 이런 성과를 거두게 놔둘 수는 물론 없다.
오늘(5월 29일) 미국 비영리 독립언론 네트워크(INN) 대표를 지낸 수 크로스 전 AP통신 부사장이 뉴스타파를 방문했다.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에서 특별 강연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뉴스타파 출입문에 붙어있는 각종 스티커를 보고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냐고 물었다. 9개월 째 계속 되고 있다고 답했다.
“미쳤군요. 믿을 수 없어요" 미국의 저명 언론인의 반응이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