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왕차관'이 주무른 포스코 회장 인선

2015년 04월 09일 20시 17분

검찰의 포스코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칼 끝이 이명박 정부 시절 정경유착의 표본으로 지적된 포스코의 최고 임원들과 그 뒤의 정권 실세로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회장을 지낸 정준양 씨는 현재 출국 금지된 상태지만 아직까지 검찰이 소환하지는 않고 있다. 정준양 씨는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에 올라 지난해 3월까지 5년 여 동안 포스코 회장을 지냈다. 그의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정권 실세 개입 의혹은 이번 검찰의 포스코 비자금 수사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2009년 그가 어떻게 포스코 회장에 선임됐는지 복기해 봐야 하는 이유다.

2009년 1월 당시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던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돌연 회장직을 사임한다.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른 사람은 두 사람. 윤석만 포스코 사장과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철강업이 주사업인만큼 윤석만 포스코 사장이 회장직에 오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매출액도 2008년이나 지금이나 7배 가까이 차이 난다.

그런데 2009년 2월 열린 포스코 CEO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된 사람은 윤석만 사장이 아닌 정준양 사장이었다.

당시 CEO추천위원회에 앞서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포스코 회장 후보들과 포스코 출신 원로 등을 두루 만나고 다녔다. 정권 실세가 차기 포스코 회장을 낙점하기 위해 사실상 면접을 본 것이다.

윤석만 회장하고는 자질 면접을 한 거죠. 박태준 회장님한테는 회장님 의중이 어디 실려있는지, 정준양이냐 윤석만이냐 어디에 실려있는지...박태준 회장님은 아시는 바와 같이 윤석만 씨한테 확실히 실려 있었고… - 이대공 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박영준 씨는 2008년 11월 윤석만 사장을 시작으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을 만났다.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준양 사장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준양 씨가 윤석만 회장(사장)한테 전화로 ‘나도 면접을 했다. 박영준이 면접을 했다'라고 가르쳐 준거죠. - 이대공 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당시 청와대를 나와 자연인 신분이었던 박영준 씨가 포스코 회장 후보들을 면접하고 다닌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박 씨가 면접 자리에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을 동석시켰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박 씨는 2008년 11월 강남의 한 호텔 일식집에서 윤석만 사장을 만날 때 이 회장을 동석시켰는데 이 회장의 제이엔테크는 2008년 당시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였다. 말하자면 조그마한 협력업체의 회장이 원청회사의 회장 후보를 면접하러 다닌 셈이다.

포스코 계열사의 한 고위 간부도 이동조 씨가 2009년 당시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증언을 했다.

박영준이 이동조 말은 100% 다 들어준다고 들었다. 2009년도에 인사가 되는데 이동조가 포스코 인사에 개입을 했다는 소문이 많이 들렸다. - 이태구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 2011년 12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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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자택 앞에서 어렵게 정 전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취재진은 “회장 선임 당시 박영준 전 차관과 이동조 씨가 도움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정 전 회장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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