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감시

주한미군, 국민 세금으로 이자놀이

2014년 12월 09일 20시 54분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해 이른바 방위비 분담금을 냅니다. 내년에는 9,200억 원을 줘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낸 세금에서 나오는 돈입니다.

정부는 지난 1991년 개정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Status of Forces Agreement)를 근거로 방위비 분담을 시작했습니다. 첫 해 1,073억 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01년 4,882억, 2011년 8,125억 원 등 지급 규모가 점점 커졌습니다. 지금까지 지급한 분담금을 모두 합하면 13조 원이 넘습니다.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 게 한미 양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주한미군 수는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2003년 4만 명에 육박했던 주한미군 병력은 2004년 5,000명, 2006년에는 다시 4,000명이 줄어 현재는 2만8,000명 수준입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병력은 줄어든 겁니다.

심지어 주한미군은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 받았음에도 미군 부대 안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은 지난 2010년부터 3년 연속 동결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이릅니다.

주한미군의 씀씀이가 줄어들자, 매년 방위비 분담금을 쓰고 남은 돈, 즉 미집행액은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2002년 11억 원에 불과했던 것이 10년 만에 7611억 원으로 760배나 증가했습니다.

이후 미군 기지 이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 6월 현재 5,140억 원 넘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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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지난 2007년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금을 은행에 예치해 이자 놀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했습니다.

주한 미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 국방부 산하 커뮤니티 뱅크(CB)의 무이자 계좌에 입금돼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이자 수익이 주한미군이나 미 국방부로 이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방위비 분담금을 커뮤니티 뱅크의 무이자 계좌에 입금한다는 미군측의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커뮤니티 뱅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제보자는 “달러화로만 결제가 가능한 커뮤니티 뱅크 전산 시스템의 특성상 원화로 받은 방위비 분담금을 예치할 수도 없고, 관리도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커뮤니티 뱅크에는 원화 계정 자체가 없어 방위비 분담금을 우리나라 시중은행에 예치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커뮤니티 뱅크가 계좌를 개설한 시중은행은 신한은행 서울 이태원 지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커뮤니티 뱅크가 개설한 계좌에 국고가 입금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발설하는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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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닙니다. 연간 수천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이 정부가 운영하는 국고 통장에서 이 계좌에 입금된 것도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에게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 은행의 무이자 계좌에 입금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시중은행에 예치돼 매일 엄청난 금액의 이자가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이는 주한미군의 영리행위를 금지한 SOFA 제 7조를 위반한 것입니다. 이 조항은 협정의 정신에 위배되는 사항을 다루고 있는데 육군본부가 내놓은 협정 해설서에는 “주둔 미군에 대한 특별한 면제와 제외는 공동방위라는 특수한 목적 아래 주어진 것이지 어떤 특정의 개인이나 군대 또는 국가에게 특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제42조에 규정된 것 등에 비추어 보건대 주둔 미군 자체 및 그 구성원, 군속과 그 가족은 대한민국 내에서의 영리행위가 금지된다. 미합중국의 국가 자체의 영리행위가 금지됨은 물론이다”고 돼 있습니다.

게다가 방위비 분담금을 통해 발생한 이자 수익이 주한미군이나 미 국방부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한미 양국 정부의 발표가 거짓으로 판명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됩니다.

그동안 정부는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 은행인 커뮤니티 뱅크의 무이자 계좌에 넣어 관리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자 수익이 주한미군이나 미국 국방부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했다”고 수차례 밝혔습니다.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금을 통해 그동안 거둔 이자 수익은 얼마나 될까.

주한 미군이 이 돈으로 실제로 얼마 만큼의 이자 수익을 냈는지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 미군 영내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와 군사시설 개선, 군수지원 등 목적에 따라 입출금되는 시기가 제각각입니다. 또 그동안 쓰고 남은 방위비 잔액이 실제로 얼마 남았고, 남은 돈을 어떤 금융 상품에 투자했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실은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 잔액에다 해당 연도의 1년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곱해 최근 5년간 연 평균 200억 원씩 모두 1천억 원의 이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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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차이가 있을수는 있으나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금을 시중은행을 통해 관리하면서 막대한 이자소득을 올린 사실 만큼은 분명합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주한 미군이 얻은 이자 소득에 대한 과세 뿐아니라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국방부는 사실과 다른 미국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자소득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과세를 해야 하는 국세청도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국민의 혈세가 눈먼 돈이 되어 미군의 호주머니 속으로 매년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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