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국공 기부후원처 모두 공개하라’

2022년 09월 19일 17시 35분

뉴스타파가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를 상대로 낸 기부금 집행내역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9월 16일 인천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원고(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기부후원처를 비공개한 피고(인국공)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에서 “인국공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인국공이 부담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인국공은 뉴스타파가 지난해 정보공개청구한 사회공헌 등 기부·후원 예산의 세부 집행내역 중 기부 후원처 명단의 공개를 거부했다. 공기업인 인국공이 한해 쓰는 기부·후원 예산은 2020년 기준, 125억 원에 이른다.

뉴스타파, 인국공 상대 정보공개 행정소송 1심 승소

뉴스타파는 지난해 6월부터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공공기관·공기업의 기부금 예산 세부 집행내역을 검증해 ‘낙하산 임원’들의 예산 사유화와 기부금 오남용 실태를 보도해 왔다. 전체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지금까지 187곳을 검증 조사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검증 결과, 취약계층이나 공공성을 지닌 사업에 쓰여야 할 기부금 예산이 오남용된 사례는 최소 14건으로 나타났다. 금액은 28억 5천여만 원이었다. 공공기관·공기업의 기부금 비리가 일부 기관의 일탈이 아닌 낙하산 임원들의 구조적 폐단이었음이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인 지난 5월 감사원은 공익감사를 했고,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2곳에 각각 ‘주의’ 통보를 내렸다. 낙하산 인사들이 기부금을 사유화하고 부정 사용해 온 관행이 감사원 감사로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뉴스타파의 보도로 낙하산 임원들의 ‘기부금 사유화’가 밝혀졌지만, 일부 공기업은 검증을 방해하며 관련 자료의 공개를 거부했다. 대표적인 곳이 인국공이다. 
인국공은 다른 공기업과 달리 기부·후원 예산을 집행한 기부처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5년(2015~2019년)간 인국공이 쓴 기부·후원 예산은 694억 원이다. 한 해 평균 1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같은 기간, 인국공과 비슷한 규모의 기부금을 쓴 공기업은 한국마사회 정도다. (5년간 751억 원 집행) 마사회는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등을 통해 기부 후원처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법원 “기부처 공개가 국민 알권리 부합”

그러나 인국공은 정보공개를 거부했고, 결국 뉴스타파는 예산 자료를 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공기업인 인국공이 기부 예산의 공개를 거부한 이유는 간단했다. 공개할 경우 경영·영업 활동에 상당한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인국공은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기부·후원처 명칭을 제한 없이 공개할 경우, 뉴스타파 보도와 같은 무리한 의혹 보도나 근거 없는 민원 제기에 일일이 대응하여야 하는 불필요하고 과중한 부담이 발생해 경영·영업 활동에 상당한 지장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13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2차례 변론기일과 1차례 심문기일을 거쳐 4개월 만에 ‘뉴스타파 승소’라는 1심 결과가 나왔다. 이번 행정소송 판결은 인국공이 숨겨 온 기부 후원처를 밝혀낸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기업 경영상 자유보다 공공감시가 더 중요 

무엇보다 재판부가 제시한 판결 이유에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가 명확하게 담겨 있다. 또한 법원은 정보공개를 통한 공공 감시가 인국공이 주장한 경영상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을 확인했다. 공공 감시를 주된 사명으로 삼는 언론의 기능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공공기관의 ‘감시받을 의무’를 정확히 판시했다. 
먼저 법원은 ‘기부 후원처 공개로 무리한 의혹 보도가 뒤따를 것’이라는 인국공의 주장을 논박했다. 1심 재판부는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의 수행을 그 사명의 하나로 하는 언론보도의 특성을 고려하면 언론이 이 사건 기부 후원처 명칭을 기초로 인국공의 기부금 지급내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한다는 사실만으로 정보를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인국공 스스로 예산심의위원회를 통해 기부금을 적정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국공의 주장대로 기부금을 집행하고 있다면 기부 후원처를 공개하는 것이 연간 1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의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외부의 의혹을 받는 것보다 인국공에게 경영상의 부담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이처럼 정보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한 배경엔 공기업인 인국공의 특수한 경영 여건이 고려됐다. 인국공은 관련법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을 독점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사기업과 달리 다른 기업과 경쟁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즉,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과 다른 잣대로 경영상의 자유가 판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 재원을 쓰는 기부처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에 비춰 합당

결국, 법원은 인국공이 2020년 한해에만 125억 원이 넘는 돈을 외부 단체에 기부·후원하는 등 상당한 공적 재원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기부처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에 비춰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그것이 국정에 대한 국민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법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기부후원처 공개로 경영·영업 활동에 상당한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인국공의 주장은 철저히 배격됐다. 정보공개법의 존재 이유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이로써 인국공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인국공이 감췄던 수백억 원대 기부후원 예산의 사용처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뉴스타파는 인국공으로부터 기부후원처 명단을 제출받는대로 검증 결과를 취재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1심 판결문의 내용은 아래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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