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작동법] 1부 '최악의 국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2020년 01월 22일 18시 45분
검찰이 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불법 여론조사를 한 혐의로 서울 마포갑 지역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강승규 후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서울서부지검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강 후보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강 후보는 지난 2월 초,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서울시당의 자금을 사용해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인지도 제고 차원의 여론조사 전화를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강 후보는 지난 1월 서울시당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시당 내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여론조사를 가장한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2월 9일, 통합당 서울시당은 여의도의 A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서울 마포갑 지역 유권자들에게 여론조사를 돌렸다. 여론조사는 유권자에게 △거주지(OO동), △성별, △연령대 등을 물은 뒤 대뜸 “18대 국회의원과 마포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강승규 후보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18대 국회의원과 자유한국당 마포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강승규씨를 알고 계십니까?
이 시기가 경선 전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강 후보에게만 유리한 여론조사였다. 당시는 강 후보 외에 김우석·박강수 후보 등 이 지역 예비후보가 2명 더 있었다. 그러나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다른 예비후보들을 아느냐는 질문은 없었다. 이후 해당 조사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를 물은 뒤 끝났다. 결과적으로 이달 28부터 29일 사이 강 후보와 김 후보 2인의 경선이 실시됐고, 강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다.
당시 여론조사를 실시한 A 업체 측은 통합당 서울시당 측이 위와 같이 여론조사를 해줄 것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A 업체는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해당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 외에 다른 후보에 대한 인지도 조사는 왜 없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당에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통합당 서울시당 측이 ‘마포갑’을 포함, 몇 개의 지역과 후보를 특정해서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의뢰했다”며 “해당 여론조사가 불공정했는지 아닌지는 서울시당 측에 가서 물어보라”고 말했다.
서울시당 측은 본격적인 취재가 들어가자 여론조사 사실을 부인했다가 말을 바꿨다. 지난 19일 서울시당 관계자는 해당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시당에서는 강 후보에 대한 인지도 조사를 실시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재차 질문을 하자 “(여론조사를) 한다”며 “통상적으로 현안 관련 조사는 한다”고 말했다. ‘현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취재진이 통합당 내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총선 관련 여론조사는 통합당 산하 기관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실시한다. 서울시당과 같은 성격의 다른 지역 시도당에서는 별도의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저희 도당에서는 따로 후보들에 대해 인지도 조사나 여론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도당에서는 (여론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인지도 조사는) 당장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기도 하고, 총선은 중앙당 관할입니다.
(인지도 조사는) 저희가 후보자 측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습니다. 보통 그런 것은 후보 개인이 대부분 하는 것이죠. 비용이 들어가니까요.
서울시당 측에서 여론조사를 했다고 시인한 이후, 그 사유에 대해 수차례 질문했지만 서울시당 측은 “통상적인 여론조사”였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취재진은 △서울시당 측이 특정 지역과 특정 후보에 대해서만 특혜성 여론조사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해당 여론조사를 위해 서울시당에서 사용한 자금이 얼마였는지, △당시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 외의 다른 마포갑 예비후보에 대해서도 같은 성격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지 등을 물었지만 “특정 후보에 대해서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었다. 통상적으로 한 것인데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서울시당이 나중에 (여론조사를) 했다고 들었다”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수석대변인(홍보위원장)이어도 전혀 모르는 일”라며 이후 이어진 전화 통화에서도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는) 전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 이재근 권력감시국장은 “해당 여론조사는 특정 후보의 인지도를 알리기 위한 여론조사를 가장한 선거 운동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당에서 직책을 맡고 있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경선을 진행하기 위해서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거 전 경선 관리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위 여론조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취재 | 강혜인 |
촬영 | 이상찬 |
편집 |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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