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상, 112신고, 트윗으로 본 이태원 골든타임

2022년 11월 04일 19시 56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10월 29일 이태원 일대를 촬영한 영상 3건과 촬영자 동선, 112 신고 11건, 이태원 관련 트위터 글 17,708건을 교차분석해 당시 현장 상황을 재구성했다. 분석 결과 이태원 참사 당일 저녁부터 위험 징후가 이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됐다. 하지만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시민안전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안전 사고 우려는 점점 커졌으나 경찰은 ‘상황 통제 후 종료’ 등의 조치 결과를 남기기도 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이태원 일대 거리와 주요 위치에 기호를 붙였다. 이태원 중심 거리인 세계음식거리를 구역별로 나누어 알파벳 기호(A~G)를 사용했다. 이태원역에서 세계음식거리로 올라가는 골목길에는 좌측부터 숫자(골목1~골목4)를 붙였다. 각 골목은 한 번 더 세분화해 1-1, 1-2, 1-3 같은 형식으로 나눴다.

뉴스타파는 10월 29일 현장 영상, 112 신고, 트윗 등 3개 데이터를 교차분석해 시간대 별로 타임라인을 구성했다.

1. 오후 6시 ~ 오후 8시

시각거리위치상황
18:14--트윗 "이태원 진짜 사람 너무 많아서 탈출함… 홍대로.."
18:24
--트윗 "나 지금 이태원인데 지금 사람 존나많고", "지하철 타야 되는데 걍 들어갈 수가 없음"
18:26
--트윗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요 살려주세료"
18:34
--신고1 접수. "압사당할 것 같다"
18:55
--트윗 "이태원 빠져나오는 데만 30분 걸림"
19:00
--트윗 "이태원 사람 개마너"
19:16
--트윗 "이태원 왔는데 사람 개많아서 인파 탈출하는데 한시간 걸렷으…"
19:26
--트윗 "할로윈 이태원은 오는 곳이 아니야..시부야보다 좁아서 그런가 더하네 여기가"
19:57
--트윗 "이태원 지금 지옥임 (...) 친구들이랑 이태원에 술먹으러갓다가 깔려죽을뻔한 사람 구해주고 (...) 동네에 술먹으로 도망가는 중"

경찰 112 신고 전화로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번째 시민 신고가 접수된 오후 6시 34분 이전에도 트위터에는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탈출한다는 등의 트윗이 잇달아 올라왔다. 짧게는 2분, 길게는 19분 간격이었다. ‘지하철 타야 하는데 (이태원역에) 들어갈 수 없다’거나 ‘이태원 빠져나오는 데만 30분 걸린다’는 식이었다. 참사 전날에는 트위터에 이태원 인파를 언급하는 글이 오후 8시 넘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태원 인파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통신 기지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나타난 10월 29일 오후 6시 현재 이태원 관광특구 인원은 33,623명이었다. 전날 오후 6시 16,681명보다 약 2배 많았다. 참사 직전인 오후 10시에는 57,340명으로 전날 30,116명에 비해 2배 가까운 인파가 운집했다.

2. 오후 8시 ~ 오후 8시 40분

시각거리위치상황
20:09
골목33-1신고2 접수.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20:28
세계음식거리B(ㄱ) 인파 때문에 정지
20:31세계음식거리
B(ㄱ) 뒤로 밀림. 넘어진 사람들 발생
20:32골목2
2-3(ㄱ) 내리막길로 밀림
20:33골목2
2-3신고3 접수. "(사람들이) 쓰러지고 지금 이게 통제가 안 돼요"
20:40골목2
2-1(ㄱ) 밀려서 빠져나옴

(ㄱ) (ㄴ) (ㄷ)은 참사 당일 저녁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이다. (ㄱ)은 오후 8시 6분부터 오후 8시 42분까지, (ㄴ)은 오후 7시 32분부터 오후 9시 22분까지, (ㄷ)은 오후 9시 52분부터 오후 10시 45분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현장 영상은 이태원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태원 와이키키 술집 인근에서 들어온 세 번째 112 신고 시점은 저녁 8시 33분이다. 사람들이 쓰러지는 등 통제가 안 된다는 내용. 이 때 영상 촬영자 (ㄱ)은 와이키키 앞에 있었다.

(ㄱ)은 이태원 골목을 이동하며 촬영하다 오후 8시 28분 와이키키 앞에서 인파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정지했다. 3분가량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다가 오후 8시 32분부터는 인파에 그대로 떠밀려 내려갔다. “살려줘”, “아아악”하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몇몇 사람이 넘어졌다. “뒤로, 뒤로, 뒤로”를 외치며 현장을 통제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신고가 들어간 시점 1분 전 현장 모습이다.

3. 오후 8시 50분 ~ 오후 9시 10분



시각거리위치상황
20:51세계음식거리D(ㄴ) 인파 때문에 정지
20:53세계음식거리C신고4 접수. "아수라장이에요", "장난전화 아니에요"
20:58세계음식거리D(ㄴ) 뒤로 밀림
21:00세계음식거리D신고5 접수. "지금 묶여 가지고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21:02세계음식거리D신고6 접수.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21:04세계음식거리E(ㄴ) 내리막길로 밀림
21:07세계음식거리E신고7 접수.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 있거든요"
21:10세계음식거리E신고8 접수.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


세계음식거리에서 ‘장난전화 아니고 아수라장’이라는 네 번째 112 신고가 접수된 오후 8시 53분. 영상 촬영자 (ㄴ)도 세계음식거리에 있었다. 신고 장소와 약 50m 떨어진 지점이었다. 오후 8시 51분 (ㄴ)은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를 맞닥뜨려 그 자리에 멈췄다. 7분 동안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오후 8시 58분부터 (ㄴ)은 인파에 떠밀리기 시작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후 9시와 오후 9시 2분에 (ㄴ)이 있던 장소에서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 ‘진짜 사람 죽을 것 같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9시 4분 (ㄴ)은 만남의광장 술집 앞까지 떠밀려왔다. 이때까지도 주변에서 비명이 나왔고, “사람이 죽는다” 같은 말들이 나왔다. 사람들은 내리막길 오른쪽 높은 턱 위로 대피하거나 극도로 혼잡한 도로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후 9시 2분과 오후 9시 7분에는 (ㄴ)이 있던 만남의광장 술집 인근에서 “압사당할 위기다” “사람들이 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112에 들어왔다.

비슷한 시점 트위터에도 ‘압사 위험’을 담은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태원이어서 놀다가 죽을 뻔’ ‘이태원 뒷골목에 사람들 존X 움직이기도 못하고 졸X 밀어서 사람들 비명지르고 개XX판이라 탈출’ 등의 내용이었다. 오후 8시 50분쯤이었다.

4. 오후 9시 50분 ~ 오후 10시 15분


시각거리위치상황
21:51골목22-3신고9 접수.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21:57골목11-1(ㄷ) 골목 진입
22:00골목22-1신고10 접수.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막 밀고 압사당할 거 같애"
22:02세계음식거리A(ㄷ) 인파 때문에 정지
22:11골목22-3신고11 접수.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
22:15

119 최초신고 접수. "사람이 압사 당하게 생겼어요"
22:30골목22-2(ㄷ) 해밀톤호텔 증축물 위로 구조됨

오후 10시 2분 영상 촬영자 (ㄷ)은 세계음식거리 입구에서 수많은 인파에 갇혔다. 사람들에 휩쓸려 해밀톤호텔 인근까지 밀려온 (ㄷ)은 오후 10시 30분 호텔 증축물 위로 구조됐다.

(ㄷ)이 인파에 휩싸였던 시간과 비슷한 오후 10시와 오후 10시 11분에 해밀톤호텔 앞 골목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 “압사될 것 같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 2건이 접수됐다. 오후 10시에 트위터에는 ‘이태원에서 압사당할 뻔’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오후 6시 14분 사람이 너무 많아 탈출한다는 트윗글이 올라오고 20분 뒤인 오후 6시 34분에 112 신고가 들어온 이후부터 119에 인명 피해 첫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 15분까지 대형 참사 징후가 점점 커져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112 신고 출동 후 종결 보고로 ‘강력 해산 조치’(신고1 종결: 오후 8시 11분), ‘세계음식거리에 경찰관 배치’(신고3 종결: 오후 8시 55분), ‘일대 시민 통제’(신고 5·6 종결: 오후 9시 40분)를 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종결 내용은 현장 영상으로 확인한, 극도로 악화된 현장 상황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안전사고 징후가 나타나고,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 4시간 동안 왜 당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 전체 타임라인


* 교차분석 데이터 목록

영상 (ㄱ) 오후 8시 6분 ~ 오후 8시 42분 @유튜브
영상 (ㄴ) 오후 7시 32분 ~ 오후 9시 22분 @유튜브
영상 (ㄷ) 오후 9시 52분 ~ 오후 10시 45분 @아프리카TV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
트위터 글 17,708건 (10월 25일 오후 4시 45분 ~ 10월 29일 오후 10시 45분)
이태원 참사 관련 112 신고 내역 11건
이태원 참사 119 최초 신고 내역


취재: 김용헌 최윤정 오나영(뉴스타파 펠로우)

데이터: 오나영

제작진
취재김용헌 최윤정 오나영 (뉴스타파 펠로우)
데이터오나영
편집정지성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