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렇다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준비해야 한다
2024년 10월 28일 17시 17분
유서에 국정원의 중국문서 위조 사주 사실을 밝히면서도 ‘유우성은 간첩이 맞다’고 했던 국정원 협력자 김원하 씨. 그는 지난달 25일 유씨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유우성 군에게 사과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서 김 씨는 국정원의 요구대로 증거를 위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유 씨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빼곡히 담았다.
이미 간첩 혐의에 대해 1심과 2심에서 거푸 무죄 판결을 받았던 유 씨는 지난 7일 뉴스타파와 만난 자리에서 가해자였던 김 씨의 사과 편지에 대해 “그 역시 약자이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자신의 운명을 바꿀 디딤돌이 될 그 제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자신과 가족들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남긴 김 씨를 쉽게 용서하긴 힘들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유 씨는 요즘 상황을 ‘악몽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간첩 혐의에 대해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여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다시 그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씌워 또 다른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국정원의 간첩증거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대통령과 국정원장, 검찰총장은 너도나도 ‘환골탈태’를 외쳤다. 하지만 유 씨는 이들에게 ‘환골탈태’는 없었다고 말한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몇몇 책임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아직도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의 부조리 같은 보이지 않는 부분들에서는 좀처럼 개선됐다는 소식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이병기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는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이라 가타부타 말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미 명명백백 드러난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증거조작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의 태도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진짜 용서를 빌어야 할 자들은 드러난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협력자 김원하 씨의 사과 편지를 받은 유우성 씨의 심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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