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자 윤석열 명예훼손으로 재판받는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올해 초 여러 매체에 출연해, 검찰은 어서 나를 기소하라고 했다.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테지만, 다른 한편 검사가 자신을 기소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씌운 오명을 타파할 기회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담겼다. 실제로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소되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다면 그 방법은 기소유예일 것이었다. 기소유예는 피의자에게 죄는 있지만, 검사가 봐주는 처분이다. 이렇게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사람 가운데, 차라리 검찰이 나를 기소토록 해달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법정에서 깨끗하게 무죄를 받겠다는 것이다. 기소유예 처분 기록이 있으면 여러 가지 법률적, 비법률적 불이익을 받는다.
실제로 검사가 기소유예를 죄 없는 사람에게 하는 사례도 많다. 헌법재판소에 청구되는 기소유예 취소 헌법소원 가운데 20% 정도가 인용되어 취소 결정을 받는다.
지난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뉴스타파’ 사건 공판준비 재판을 방청하면서 든 생각은, 검찰이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기소유예를 노리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이미 뉴스타파를 기소는 했지만, 공소기각으로 흘러가게 만들어 무죄 판결 선고를 받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다. 공소기각은 공소의 형식적, 절차적 흠 때문에 유‧무죄를 가리지 못하고 판사가 형사재판을 끝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의심하는 이유는 검찰의 공소 유지 방식이 너무나 이상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여러 정황이 있지만, 누구에게나 눈에 띄는 것만 꼽아보면 두 가지 정도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이다. 이번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명예훼손죄는 이른바 반의사불벌죄이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원해야 공소를 제기하고,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반대하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수사와 공판을 시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재판 중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하지 못하고 재판을 끝낸다.
이런 낭비를 막기 위해 검찰 실무에서는 친고죄든 반의사불벌죄든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처벌 의사 유무를 확인한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도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뉴스타파 재판이 흘러가게 두다가 선고를 앞두고 갑자기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기라도 한다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327조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
또 다른 정황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공소장이다. 지난주 공판준비 재판에서 법원은 두 시간에 걸쳐 공소장 수정을 지시했다. 재판장은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 위반 가능성을 여러 차례 말했다.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않아, 피고인이 무엇을 방어할지 모르게 만드는 일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검사가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면 공소기각을 하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2009도7436)이다.
지금 검찰이 주장하는 뉴스타파의 혐의는 ‘윤석열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봐줬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검사의 봐주기 여부가 재판 핵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공소장에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사실 등 공소사실이 아닌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공소장 그대로 재판하겠다고 검사가 계속 주장하다가는, 법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법원도 다음 재판까지 검사가 공소장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공소기각을 염두에 두게 된다.
명색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 시절 일로, 대통령 후보자 시절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검찰 특별수사팀이 꾸려져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이, 이렇게 이상하게 흘러갈 수는 없다. 필시 검찰이 마지막 카드로 공소기각을 노린다는 가설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